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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인터뷰

[리얼 인터뷰] 뻔한 브랜드 속 FUN한 아이템으로 승부수

엠프파트너스 이민경 대표 패션가발 브랜드 키워 대중화 목표


[코스인코리아닷컴 지화정 기자] "가발은 패션입니다. 가방이 카페로, 미장원이 헤어숍으로 바뀐 것처럼 가발 분야도 '위그숍' '위그 스타일리스트'라는 용어로 바꿔야 합니다"

지난 4월 9일 국회에서 열린 국내 가발 산업 발전 방향 토론회에서 이렇게 주장하는 이가 있었다. 이 획기적인 발언의 주인공은 현대백화점을 비롯한 전국 백화점에 20여개의 '위그숍'을 입점시킨 엠프파트너스 브랜드 '파로(FARO)' '모양(moyang)'의 이민경 대표다. 

가발 산업에서도 볼모지로 여겨지는 여성 패션가발 시장에서 백화점 입점에 가발 선진국인 일본에 수출까지 한 그 저력을 직접 듣기 위해 합정동에 위치한 그의 사무실을 찾았다. 

"사실 그날 토론회는 충격이었어요"

국회 가발 산업 토론회에 대한 얘기를 꺼내자 이런 대답이 돌아온다. "지금 인터넷에서는 여성 패션가발 시장이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하고 있는데 아직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발을 제조업의 일환으로만 생각하고 있는 겁니다. 가발이 패션산업이라는 인식이 없는 거죠."

패션가발을 시작한 이유를 묻자 이 대표는 질문의 오류부터 정정했다. "사실 패션가발이란 건 없어요. 가발은 패션 그 자체입니다. 탈모인이 가발을 쓰지 않는다고 죽지는 않아요. 보기 좋으라고 쓰는 겁니다. 이것이 패션이죠. 기능성 가발과 패션 가발을 구분하는 건 무의미한 일이에요."

그러면서 그는 가발산업의 비전을 일본 시장에서 발견했다고 답했다. "이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 두피클리닉 관련 업체의 총괄이사로 재직했는데, 그 때 일본 두피관리업체 '아데랑스'가 두피클리닉과 가발 사업으로 1조 가량 매출을 올린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두피클리닉에서 대부분의 매출이 발생할 것 같지만 실제로 두피클리닉과 가발 산업이 절반씩 차지하고 있었다. 특히 여성 패션가발 브랜드인 폰티느에서만 1500억원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이민경 대표는 여기서 여성 패션가발 시장의 가능성을 발견했다. 

"게다가 전 세계 가발시장의 80%를 한국인들이 잡고 있어요. 1960~1970년대 가발공장을 운영하던 사람들이 인건비 감당이 어려워지자 모든 콘텐츠를 세계로 가지고 나간 겁니다. 가발산업 자체가 폐쇄적 성격을 띄고 있기 때문에 지난 40년간 기술을 뺏기지 않고 지켜낼 수 있었던 거예요."

그는 이런 부분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 사업 시작과 함께 중국과 베트남 등지에 흩어져 있는 잊혀진 공장들을 직접 찾아 생산 계약을 맺었다.

"이거 어디에 쓰는 거에요?"

문제는 유통이었다. 이 대표는 무작정 현대백화점을 찾아갔다. 
 
"제일 처음에 들었던 말이 '이거 어디에 쓰는 거에요?'에요. 8년 전 백화점 바이어 대부분은 남자였어요. 이들에게 당시 전혀 인식조차 없었던 여성 패션가발에 대해 알아들을 때까지 설명했어요. 그 자리에서 직접 가발을 수십번 쓰고 벗으면서 드라마틱한 효과를 눈앞에서 보여줬죠." 

결국 실험정신 강했던 당시 바이어들은 현대백화점 목동점에서 일주일간 행사를 허락했고 당시 1평 공간에서 소위 '대박'이 터졌다. "그 때부터 다른 백화점에서도 연락이 오기 시작했어요. 매출 높고 반응도 좋은데 그들도 마다할 이유가 없었죠."

뻔한 여성 패션 브랜드 사이에서 'FUN'한 패션 아이템으로 까다로운 백화점 여성 고객들에게 인정받기 시작했지만 아직 부족하다. "브랜드를 키우고 대중화시키는 것이 최종 목표에요. 그러기 위해 패션을 주도하는 청년들을 끌어들어야 하죠."

용어를 바꾸자고 주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다방에 가는 젊은이들은 없어요. 다들 카페에 갑니다. 미용실도 헤어숍으로 다 바뀌었어요. 직업도 마찬가지죠. 스타일리스트를 허드렛일하는 사람이라고 지칭하면 누가 가겠어요? 용어 때문에 그 열정페이를 받으면서도 일을 하는 겁니다. 소비자든 사업자든 이제는 2,30대가 뛰어들어야 산업이 성장할 수 있어요."

이민경 대표는 실제 자신의 매장을 '위그숍'으로 매장에서 카운셀링 해주는 이들을 '위그 스타일리스트'라고 부른다. 하지만 중소기업에서 이런 매커니즘 자체를 바꾼다는 것은 한계가 있다. "이런 붐업 장치를 정부에서 해주길 원해요. 이렇게 잠재적 관심자들을 소비자로 끌어들이면 제조업은 자연스럽게 확대될 겁니다."

도전, 그리고 또 하나의 과제

이 대표는 또 다른 도전을 하고 있다. "올해 8월 현대백화점 판교점에 오픈하는 매장에서는 가발을 볼 수 없을 겁니다. 전문 스타일리스트가 고객과의 대화를 통해 세 개 정도의 가발만을 꺼내와서 보여주는 방식으로 운영할 예정이에요."

웨딩드레스숍이 연상된다. 직접 제품을 보고 고르기를 원하는 소비자들이 있을 것 같지만 이민경 대표는 단호했다. "상품이 많아지면 선택은 더 어려워지는 법이에요. 가발이란 어짜피 전문 스타일리스트의 설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아이템이죠. 분명 더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는 향후 가발산업이 크게 성장할 것으로 확신했다. "소득수준이 높을수록 두피와 모발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기 때문에 선진국일수록 가발 시장의 규모가 큽니다. 풍성한 모발에 대한 니즈도 커지고 있어 앞으로 국내 가발시장은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대표는 "이제 이 산업은 2,30대 젊은 피의 수혈이 필요하다"며 "이들이 시작했을 때 나와 같은 시행착오 반복하지 않도록 한국인의 두상을 규격화, 표준화하고 여기에 맞는 캡 디자인 방식을 개발하는 것이 앞으로의 바람이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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