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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시리즈

[중국 마케팅 돋보기 (24)] ‘차이나는 차이나’ 트레이드 시대 넘어 마케팅 시대로

또 다른 차이나(差異那), 이병효 박사의 중국 이야기4

 

동북아시아에서 한국과 중국의 상호 간 협력과 경쟁을 날로 증가하고 있고 한중 간 정치, 경제, 사회 등 제반 관계 또 복잡하고 밀접하게 변화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사드 배치의 영향으로 한중 간 제반 관계가 정체된 시기도 있었지만 한국의 정권교체와 북한의 비핵화 움직임 등이 맞물려 중국과의 관계도 또다시 변화하고 있다. 1995년부터 20여 년을 중국에서 비즈니스를 진행한 김창용 사임당화장품 전무는 그동안 체득한 경험들을 시리즈로 공유하는 시간을 갖는다. 지난 한중 관계를 되새겨 보고 이를 통해 향후 화장품 업계가 나가야 할 방향을 제시할 예정이다. <편집자 주>

 

[코스인코리아닷컴 김창용 편집위원] 아직까지도 나는 일에 대한 열정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고 자신한다. 비록 내가 대우를 받지 못한다 하더라도 하늘을 우러러 부끄럽지 않게 살고자 하는 마음은 여태까지 변함이 없다. 첫 직장에서는 매일 가장 먼저 출근하는 것으로 승부를 걸어 본 적도 있었다. 물론 지금 시대엔 바보 같은 생각이라고 판단할 독자도 있겠지만 부지런함을 존경하는 아버지한테서 물려받은 나는 아직도 그런 생각은 크게 변함이 없다.

 

스트레스는 항상 당구로 "일보다 놀이가 우선"인 기업

 

중국이라는 새로운 무대에서의 생활은 나에게 많은 활력소가 됐다. 빨리 출근해 그날 할 일을 계획하고 하나씩 수첩에서 지워 나가는 쾌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중국에서 하루 일과를 마무리하고 한국 식당에 가서 마시는 맥주 한 잔은 하루의 피로를 줄여 주는 요소였다.

 

상대적으로 경쟁사인 C사에 비교해서 좀처럼 실적이 상승하지 않았다. 하루하루 실적에 스트레스를 가지고 있던 민감한 시기였다. 유난히 추웠던 11월 9일 익년도 사업 계획서 작성을 위해 영업팀 전체를 붙들어 놓고 머리를 맞대었다. 이러한 사업 계획서에 처음이던 직원들은 자료 만드는 것에 대해 무척 힘들어했다. 하지만 같이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시간은 저녁 7시다.

 

공장장으로부터 전체 직원 호출이 있었다. 당구장으로 집결하라는 지시였다. 나는 당구를 하지 못했기 때문에 중국 지사로 합류하고서 직원들과 공장장이 당구장에서 단합 활동(?)을 할 때에 어쩔 수 없이 응원단일 뿐이었다. 의외로 중국에는 남자는 물론 여자도 당구를 좋아한다는 것을 느꼈다. 한국인처럼 배드민턴, 탁구 등 손 기술을 통한 운동에 능력이 있는 것 같다. 직원들은 당구가 스트레스 해소의 창구란다. 그럴 수도 있는데 틈만 나면 사무실에서 온라인으로 당구 사이트를 뒤적일 정도로 심각하다.

 

특히 공장장과의 내기 당구는 희열을 많이 느끼는 모양이다. 어울리려면 배워야 하는데 하필 당구란 말인가? 차라리 내가 좋아하는 야구를 매주말이라도 하면 정말 좋겠는데 말이다. 하필이면 사업 계획서를 작성해야 하는 오늘 당구장으로 호출을 하신단 말인가? 어떻게 할 수 없었다.

 

아무튼 K사 북경 남자 영업 직원들은 당구를 좋아하는 것을 알기 때문에 아니, 공장장 지시였기에 사업 계획서 작성에서 손을 놓고 모두 퇴근을 하자고 했다. 8시에 시작된 당구는 1게임, 2게임, 3게임, 내기를 거듭하면서 시간이 늦어지고 있었다. 가족이 있는 나는 어쩔 수 없이 공장장에게 철수하겠다는 인사를 하고 먼저 귀가했다.

 

이튿날 남자 직원 모두가 출근이 늦었다. 한국인 B담당, 중국인 Y담당은 지각을 했다. S부장은 몸살이라고 반차를 쓰겠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 무척 화가 많이 난 나는 담당들을 불러 물었다. 왜 지각하고, 어제까지 멀쩡하다 몸살이 나게 됐는지. 어제 당구 끝나고 또 술 한잔했다고 한다. 정신 교육을 시킨다고 한마디했다. 하지만 영혼 없는 대답을 봤을 때, 한쪽 귀로 듣고 한쪽 귀로 흘린 듯했다. 예전부터 공장장의 보호를 많이 받아 온 터라 변화의 기색은 없다. 이 사태를 어찌할까 매일매일 고민이었다.

 

중국 H자동차의 북경 지사에 아는 선배가 근무했다. 이런 고민을 토로했더니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라고 한다. 하지만 우리는 하루빨리 경쟁사를 잡아야 하는 심각한 상황이기 때문에 빠른 대처가 필요하니 조언을 해 달라고 했다. 본인도 처음에 그러한 중국인, 한국인들의 나태함 때문에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처음에는 주먹다짐도 할 정도로 심각한 회사 분위기였으나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고 한다. 그렇게 변화할 수 있었던 근간은 책임을 관리자에게 주고 과감하게 직원 관리를 하라는 H기업의 사풍을 빠르게 접목시켰다고 한다.

 

즉, 누구든 팀장의 권한에 도전하거나 반발할 때에는 중국 종사원은 물론 한국인 주재원까지도 가차 없이 사규에 근거해 규율을 잡았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를 들은 나는 더욱 초라한 나를 돌아봤다. 내가 할 수 없는 권한이었기 때문이다.

 

용장, 지장, 맹장 등의 리더 중 어떤 패턴을 보여야 할지, 서번트 리더십을 보여야 할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던 끝에 직원들이 능력을 편하게 발휘할 수 있도록 1:1로 면담을 하고, 방법론을 재검토했다. 하고 싶은 패턴대로 수행해 볼 수 있도록 최대한 기회를 보장하는 방법으로 변화를 줘 영업 마인드를 바뀌게 해 보려 무던히 노력했다. 점차 나아질 것으로 생각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11월 12일 오늘도 퇴근 시점에 공장장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곧 퇴근하면 40분 내로 도착하니 당구장 집합이라고 한다. 젠장, 입에서 욕이 튀어나왔다. 도대체 어디로 회사가 가려는지 모르겠다. 이러는 과정 속에 또 다른 놀이문화 탄생이다. 이번엔 골프다. 시장조사를 가야 하는 시점에 두 명의 S부장과 S영업담당을 데리고 골프 가시겠단다. 이젠 거의 포기 일보 직전이다.

 

많은 직원들은 스트레스를 안고 산다. 그런 과정 속에 나름대로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휴가를 간다거나 요가를 한다거나 우리직원들처럼 당구를 친다거나 골프를 간다거나 술을 마신다거나 모두 좋다. 그러한 것들이 활력소가 되고 조직 활성화에 도움이 되면 정말 금상첨화다. 그러나 그것이 과하면 탈이 난다. 회사 일보다 스트레스를 풀어야 하는 놀이에 열중하는 반(反)이론적인 모습이 보여 주는 결과는 조용히 회사와 조직을 갉아먹는 원인이 될 뿐이다.

 

구글과 같은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직장에서 최대한 자유롭게 생각하고 창의적인 활동을 할 수 있게 구현해 주는 스포츠 시설 등과 휴식을 취할 수 있게 하는 복지 시설 등은 참 배워야 할 모습이다.

 

사소한 것에 화를 내는 임원진, 눈치 보는 직원들

 

공장은 북경 영업 사무소에서 1시간가량 떨어져 있는 공단 지역에 있다. 매일 회사 차량 1대로 공장으로 출근하는 동사장과 공장장은 함께 움직이는 시간이 많았다. 영업 이사인 나는 직장과 가까운 왕징에 숙소를 두고 있어서 교통편은 참 편했다. 그런 반면에 동사장과 공장장은 항상 왕복 2시간가량을 출퇴근함으로써 육체적, 시간적 고민이 있었다. 통근 자가용 차량은 중국인 기사가 수행을 했다.

 

2월 20일 임원진과 함께 차량을 타고 공장에서 퇴근하게 됐다. 그런데 갑자기 임원이 화를 많이 낸다. 한국어로 육두문자가 튀어나올 정도로 기분이 언짢아했다. 중국인 기사가 마음에 안 든다는 게 그 이유였다. 이젠 중국인 기사에게 운전하지 말라고 한다. 직접 운전대를 잡을 테니 비키라고 했다. 짧은 중국어와 화낸 표정을 보는 중국인 기사는 어쩔 줄을 몰라 하고 중국어로 뭐라 뭐라 한다. 그래도 그렇지, 얼마나 자존심이 상할지 내가 좌불안석이다. 씩씩거리면서 불편과 동석해 퇴근한 차량 속에서는 침묵만이 흐를 뿐이다. 중국인 기사는 옆자리에 조용히 앉아 있다. 참, 속으로 너무 웃긴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해야만 중국인 기사가 무엇을 잘못했다고 느낄까? 나로서도 오히려 반항만 더 늘어날 것 같다.

 

더욱 실무 담당도 아니고 임원이 그렇게 화를 내고 있으면 어떡하란 말인가? 단순히 세차를 제대로 안했다는 사소한 일에 말이다. 최근 신문 기사에 사장이 자신을 무시했다고 한국인 사장을 칼로 찔러 죽이고 산속에 몰래 갖다 묻어 버린 기사가 한국인 기업에 충격을 준 것으로 알고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중국인들이 무서운 존재라는 생각이 든다.

 

화장품 산업에서 예전에는 20년 뒤처져 있었지만 지금은 10년 정도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많은 한국 화장품 인력들이 빠져나가 중국대표 기업들의 CEO나 임원이 됐고 마케터가 됐다. 더욱 화장품 연구원들은 항공 조종사가 빠져나가듯 중국인 기업에 블랙홀처럼 빨려가고 있다. 대우를 받고 나가고 있다고는 하지만 화장품 산업을 고려할 때에 심각한 인력 유출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중국은 반드시 몇 년 안에 한국 화장품 산업을 잡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불안하지만 5년 이내가 될 수도 있다. 생각이 있는 중국인은 지식인이나 노동자나 어디든지 존재한다. 지금은 한국인 사장의 기사로 활용하면서 비웃고 있지만 그 뒤에 숨어 있는 중국인들의 자존심은 무서울 정도다. 바로 중국이 전 세계의 중심이라는 중화사상이 최고지도자에서 최말단 노동자에게까지 깔려 있는 사상이다.

 

 

지금은 채 100만원이 되지 않는 급여를 받고 있지만, 언제 두 손 받들어 종업원으로 확보해야 할 시기가 도래할지 모른다. 무시할 때가 아니고 정신 차려야 할 때다. 지금은 사드 문제로 한국으로 오는 중국 관광객이 축소돼 화장품 업계가 한마디로 난장판이지 않은가? 명동 화장품 브랜드숍은 반 이상이 적자 운영이다. 모두 다 중국 단체 관광객이 줄어든 탓이다. 그 중에 기사였던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어떤가, 두렵지 않은가?

 

중국인을 고용한다 하더라도 현명하게 운용해야 한다. 급여를 주더라도 무시하면서 하대하지 말고 언젠가 우리 산업을 좌지우지할지 모르는 14억 인구 중 한 명이라고 여기면서 말이다.

 

부정한 기업은 절대 성공하지 못한다

 

북경 영업 팀에는 5명의 남자 직원과 3명의 여직원이 있었다. S부장 외 S, J, Y, B, P, Y 이니셜의 사원들. 여기엔 중국인 2명, 나머지는 한국인이고 모두 중국어를 잘한다. 나는 중국 영업을 시작하면서 영업 담당들과 힘을 모아 반드시 성과를 내겠다고 다짐하고 다짐하던 차라 직원들과의 공동체 의식과 목표 의식을 함께하고자 무던히 노력했다.

 

9월 26일 그날은 남자 직원들만을 데리고 사기 진작을 위해 가라오케 같은 주점을 찾았다. 개인 비용으로 전부 계산을 했다. 한국 돈으로 80만원 정도의 거금을 사용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S부장이 파표(영수증)를 발행하겠다고 한다. 내가 필요 없다고 했더니 회사에서 쓸 데가 있다고 했다. 그게 왜 필요하냐고 자꾸 물었더니 그냥 이사님은 모른 채하라고 한다. 기분이 좋지 않았다. 나 역시 정말 작은 소액이지만 회사의 비용을 임의대로 사용했다가 큰코다친 적이 있어서 그 이후로는 정말 공과 사를 구분했던 차라 더욱 궁금할 수밖에 없었다. 지겹도록 물으니 그때 답을 주었다.

 

10월 14일 한국 전문지 기자단을 초청했다. 북경공장을 시찰하고 한국과 중국에서의 회사 발전상을 전략 기사화해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홍보 계획이었다. 이번에도 한국에서 데리고 있었던 S홍보팀장이 비용을 다 정산하고 있는데, 식사 영수증 파표를 뒤에서 받은 공장 직원의 모습이 보였다. 한국에서 영수증 처리할 것이니 필요 없다는데 영수증을 왜 또 챙기는지 참 모를 상황이다.

 

그래서 그때부터 직원들에게 나중에 큰일 나기 전에 내 앞에서는 공과 사를 구분해 돈을 사용하라고 했다. 그런 내 모습이 처음 맞이한 직원들 사이엔 안 좋게 보이지 않았나 생각한다. 마치 군대에서 선임 소대장 교육시키듯이 기존의 룰이 있는데 왜 그러시냐는 모습과 분위기였다. 아무튼 그날 나는 돈 쓰고 속 쓰린 하루였다. 그것도 한국에서는 단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던 개인 경비 80만원을 쓰고도 말이다. 여하튼 이래저래 궁합이 맞지 않은 중국 북경에서의 시작이었다.

 

아직껏 느끼는 것은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하고 비용 집행을 하면 분명 회사는 썩어 문드러지고 만다는 진리다. 물론 그 개인도 말이다. 최근에 들리는 관련 기업의 분식 회계, 관계사 밀어주기, 실적 부풀리기와 더불어 특별 세무 감사 등이 이루어졌다는 소식들은 그냥 흘러나온 이야기가 아닐 것이다. 그와 비교되는 A사는 오롯이 한국의 뷰티를 전 세계로 알리기 위한 참 한국의 기업으로서 상대적인 모습이라 하겠다. 그 큰 매출 속에서도 글로벌 기업의 정직과 투명함을 미리 사내에 전파해 기업 문화로 구축해 놓은 덕에 단 한 번도 금융적인 사고의 기사를 접한 적이 없다. 너무 상대적이지 않은가?

 

         김창용 사임당화장품 전무

 

프로필

(전) 뷰티화장품 부사장, 토니모리 해외사업 부문장, 한국무역협회 해외 마케팅 자문위원, 코리아나화장품 중국 천진법인 총경리, 웰코스 화장품사업부 이사, 아모레퍼시픽 중국 심양법인 총경리, 아모레퍼시픽 중국지역 연수(중국 강소성 쑤저우대학), 아모레퍼시픽 영업부문, 마케팅부문, 기획부문

 

이병효 박사

광운대 국제통상학과, 서강대 MBA 마케팅전공(석사), 서울벤처대학원 경영학전공(박사), 아모레퍼시픽 인재원, 마케팅, 영업 등을 두루 섭렵, 화장품 ODM 기업의 국내, 중국 영업·마케팅 임원 역임, 풀무원 더스킨 사업부장 역임, 뉴앤뉴 화장품 ODM 임원 재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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