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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시리즈

[중국 마케팅 돋보기 (26)] ‘차이나는 차이나’ 트레이드 시대 넘어 마케팅 시대로

또 다른 차이나(差異那), 이병효 박사의 중국 이야기6

 

동북아시아에서 한국과 중국의 상호 간 협력과 경쟁을 날로 증가하고 있고 한중 간 정치, 경제, 사회 등 제반 관계 또 복잡하고 밀접하게 변화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사드 배치의 영향으로 한중 간 제반 관계가 정체된 시기도 있었지만 한국의 정권교체와 북한의 비핵화 움직임 등이 맞물려 중국과의 관계도 또다시 변화하고 있다. 1995년부터 20여 년을 중국에서 비즈니스를 진행한 김창용 사임당화장품 전무는 그동안 체득한 경험들을 시리즈로 공유하는 시간을 갖는다. 지난 한중 관계를 되새겨 보고 이를 통해 향후 화장품 업계가 나가야 할 방향을 제시할 예정이다. <편집자 주>

 

[코스인코리아닷컴 김창용 편집위원] 중국에서의 대표적인 화장품 박람회는 홍콩 코스모프로프, 상해 화장품 박람회, 꽝조우 화장품 박람회 일 것이다. 한국에 있을 때나 중국에 있을 때나 지겹도록 많이 가 본 것 같다. 또 직접 기획해 부스를 세팅해 참여한 적도 여러 번 있다. 직접 참여할 때에는 상당히 신경이 많이 쓰이고 노력이 수반되는 업무였다고 생각한다. 지역마다 참여하는 기업의 수준과 기대감 등이 차이가 있지만 중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참가해 볼 만한 가치가 있는 행사다.

 

아시안 뷰티 알리는 기업

 

하지만 어느 시점인가 과연 투자 대비 효과가 있는가를 고려했을 때 효과성은 떨어지는 것 같다. 신규 회사의 경우엔 분명 도움이 되나 부스 사이즈나 참여 인원, 부스 인테리어 등 굳이 과도하게 포장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생각한다. 브랜드사, ODM사, 미용기기 업체, 컨설팅 업체 등 참여 기업들의 성격에 따라 다르겠지만 절대 과도한 투자는 반대다. 더 나아가 몇 년간 지속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회사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절대 추천하지 않는다. 텀을 두고 가도 고객을 확보하고 회사를 알리는 데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대기업들의 경우 정말 큰 부스를 세팅하고 3∼4일 만에 몇 억을 폐기하는 박람회다. 너무 아깝지 않은가? 나의 생각과 동일한지는 모르겠지만 요즈음엔 대기업의 참여가 갈수록 줄어드는 것은 사실이다. 이미 어느 정도 대중에게 알려진 브랜드인데 일부러 박람회에 몇 억을 들여서 참여할 필요는 없다고 느꼈을 것이다. 차라리 그 비용으로 온라인 모바일 마케팅을 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결국 신규 회사엔 도움이 되지만 이미 노출이 돼 대중 속으로 들어간 브랜드는 박람회에서 많이 보기 어려울 것으로 생각한다.

 

중국주재원으로 파견되기 전에 박람회 참여를 적극 건의를 했다. 그때 당시 ODM 업체는 중국에서 박람회 참여가 없었고 과감히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실제 직간접적으로 디자인 작업부터 참여하고 진행하면서 많은 효과를 봤다고 생각한다. 당시 ODM에서 적용되는 디자인이 아닌 브랜드사에서 지향하는 디자인을 가미해 특화 개발 상품 등으로 포인트 진열을 구현하거나 실험실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비커용기 진열 디자인 등 내 나름대로는 참신한 아이디어로 구현해 많은 효과를 봤다고 생각한다. 당시에 부스를 방문한 고객들에게 ODM 업체들 중 회사를 가장 잘 표현했다는 평도 받았다.

 

한편, 나는 좀 더 나아가 당시 공장장에게 공장에 있는 가마 작은 것을 하나 옮겨 놓자고 건의했다가 된통 혼난 적이 있다. 당시만 해도 그런 이상한 생각을 한 마케팅, 영업 임원이 없었을 것이다. 아무튼 나와 생각하는 구역 자체가 다른 것 같아 과감히 포기하고 말았는데 그때 밀어붙이지 못한 것을 후회하고 있다.

 

한국에 다시 귀국해 새롭게 둥지를 튼 P사에서 대표의 성공 사례를 듣고 더욱 내가 가마를 전시장에 갖다 놓지 못한 것을 후회했다. P사 대표는 백화점에서 직접 짜서 판매하는 참기름 상품을 출시했는데 대표의 생각으로 직접 대형기기를 백화점에 세팅했고 몇날 며칠을 줄을 세워 판매하는 대박을 이뤘다고 자랑했다. 당시만 해도 이런 생각을 가진 동종업계의 회사나 임원이 없었고 체험 마케팅을 직접 구현하면서 고객의 관심과 신뢰를 끌었다는 점이 주효했는데 백화점 관계자를 설득하는데 수없이 많은 날이 걸렸다고 회고담을 들려주셨다.

 

이런 사례와 화장품 ODM 업체의 가마 세팅과 무슨 관계가 있냐고 의아해 할 수 있으나 그만큼 새로운 시각에서 접근해 보고 싶었던 것을 말하고자 함이다. 오래된 기업은 변화와 혁신을 많이 한다. 그렇지 못한 기업은 오래가지 못한다. 특히 A사의 경우 회장은 정말 변화와 혁신의 선봉자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인 독대 시간에 안 하고 후회하는 것보다는 해 보고 후회하는 것이 낫다는, 정말 의미 있는 말씀을 주셨다. 만약에 잘못됐다면 한 수 배우는 일이 아닌가? 즉, 다음에는 그렇게 하지 말아야 한다는 교훈을 배운다는 진리인 것이다.

 

화장품 업계에 이러한 기업과 총수가 있다는 것이 대한민국으로서는 너무 행복한 일이다. 여전히 그렇지 않은 미흡한 기업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화장품 업계를 끌어갈 수 있는 훌륭한 리더가 있으니 다행이 아닌가. A사는 대한민국 화장품 업계의 발전을 위해 맨 앞에서 온몸으로 찬 서리를 맞으면서 나아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국의 보이지 않는 무역장벽, 국내외적인 제도의 변화 등으로 인한 불확실성 대두 문제 등 이루 말할 수가 없을 것이다. 박수를 보내야 하는 기업이다.

 

Made by Korea

 

중국에서 한족이 대표인 화장품 기업에 기업 컨설팅 겸 자문을 하면서 추구한 기업 모토가 made by Korea였다. 물론 시기적으로 정도 차이가 있지만 중국인들에겐 한국 화장품의 매력이 유지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비록 한국에서 수입되는 상품은 아니지만 당연히 한국인의 기술력에 의한 화장품이 노출될 필요가 있었다.

 

중국 광주에 있는 그 화장품 기업은 짧은 기간이었지만 많은 발전을 했다. 3년 만에 매출도 4배 가까이 오르고 종업원 수도 2배로 성장해서 미래가 밝은 화장품 기업이 됐다. 처음 자문할 당시만 해도 너무 많이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차마 입에 담을 수 없을 정도로 불결한 환경의 전형적인 중국의 소규모 기업이었다.

 

어디서부터 손을 대고 조언을 해 주어야 할지 막막한 화장품 OEM 기업이었다. 기존 고객을 대상으로 적자를 보지 않는 선에서 기업을 운영 중이라고 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체계화돼 있지 않은 업무 프로세스와 누수가 뻔히 보이는 불필요한 비용, 그리고 실질적으로 부실 자산이 많아서 앞으로 남고 뒤로 밑지는 사업을 하고 있었다.

 

일단 한국인 연구원을 배치하는 것을 지원하면서 비즈니스 모델의 패턴을 중국 내 최초로 한국의 기술에 의거한 OCM(Original Customer Manufacturing)이라는 입소문을 내고자 했다. 아무튼 자문은 해 주기로 약속을 했으니 가장 먼저 손을 댄 것이 기업의 이미지를 바꾸는 데 신경을 썼다. 한국과 마찬가지겠지만 2, 3성 도시에는 많은 화장품을 유통하고자 하는 기업들이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그러한 기업들을 타깃으로 한 상품 제안을 했다. 처음에는 반응이 오지 않았지만 좌절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1년 이상을 꾸준히 기업을 알리는 데 집중했다.

 

두 번째로 부자재 관리에 포커스를 맞췄다. 부자재에 대해선 한마디로 역사를 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힘든 작업이었다. 지금 돌이켜봐도 다시 해 보라고 하면 못하겠다고 손을 내저을 정도로 힘이 들었다. 정기적으로 들어오는 거래처의 부자재 말고는 이미 창고에 과적이 돼 비가 새어 오염되거나 재고 숫자가 맞지 않은 것은 당연한 귀결이고 심지어는 창고 귀퉁이 등에서 나뒹구는 잔여 부자재 등은 이미 상품을 구성하려는 부자재로서의 가치를 상실했다.

 

일단 거래처별 부자재 현황을 살피는 데만 2달이 소요됐다. 한국이라면 1개월 이내에 했을 것이라고 생각되는데 2개월이나 걸린 것은 많은 인력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부자재 관리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도 없는 관리부서 인원과 애초에 부자재 관리에 대한 기본적인 방향성도 없었기 때문이다. 부자재 관리에 대한 방향성 교육과 이해를 시키는데 2주 이상이 소요된 것 같다. 강제성이 감안된 교육을 하고 나서 부자재를 적재할 수 있는 창고의 골조 작업을 진행했다. 오랜 기간동안 확인된 부자재 중 폐기해야 할 부자재와 계속 사용해도 될 부자재를 구분했다. 그러고는 랙 작업이 구성된 창고에 분류된 코드 번호에 의거 차곡차곡 적재하고, 선입 선출법을 전파했다.

 

이후에도 많은 걸림돌이 중국인들의 근무 태도였다. 시키는 일만 하고 정해진 시간이 되면 정확히 점심과 오침, 그리고 퇴근을 하는 바람에 더 빠르게 일을 전개하고자 하는 한국인의 패턴으로 일을 전개하는 내게 가장 고민스러운 상황이 계속됐다. 나도 이러한 중국인 근로자의 근무 습성에 익숙해지면서 하나둘씩 문제를 해결해 나가려고 노력했다.

 

 

다음은 생산성 문제가 걸림돌이다. 고객을 확보한 후에 샘플링 제조부터 고객과의 계약서 작성 후 벌크 제조까지 최대한 비용을 낭비하지 않도록 프로세스화 했다. 처음에는 손해가 나는지 안 나는지도 모르고 구입해 정작 1%도 사용하지 않고 수년간 쌓아 놓은 원료들이 많은 관계로 최대한 원료 운용에 관심도와 중요성을 부각시켰고 1톤 가마를 돌리는 데에도 심혈을 기울이도록 했다. 이전에도 제조 관리 프로세스나 청결 관리 프로세스 없이 업무를 전개해 불량 내용물과 오염 벌크를 생산해 버리게 된 폐기 내용물이 만만치 않았다.

 

그래서 기본부터 관리 지침을 부여해 진행했다. 아무튼 이런저런 내부 관리와 더불어 외부 고객관리를 하다 보니 맞물려 돌지 않았던 톱니바퀴가 맞아지는 것을 보고 자문을 마치게 됐는데 나름 보람 있는 한 해였다. 지금도 관련된 회사의 한족 동사장이 연락을 하는데 그때 나의 지원이 지금 성장의 초석이 됐다고 고마워한다. 물론 접대 멘트라고 생각하지만 기분이 나쁘지 않은 건 사실이다.

 

중국에서 화장품 OEM ODM 비즈니스는 분명 밝은 미래가 있다. 충분히 구동할 만한 어느 정도의 자본력과 의식이 있는 경영자가 있다면 적극 권유할 사업이다. 물론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중국어 능력과 가장 믿을 만한 중국인(주위에 부인이 중국인이고 남편이 한국인 사업가인 경우엔 강추)이 있어야하는 것은 기본 전제다.

 

일단 중국 화장품 ODM OEM 사업의 출발점을 제시한다면 첫째, 기본적인 고객이 있어야 한다. 둘째, 이미 허가 받은 안전하고 청결한 공장을 확보해야 한다. 그 규모는 5년 후의 성장을 고려한 정도면 적당하다고 본다. 한국과 다르게 생각보다 성장세가 커질 수 있기 때문에 고려하되 무턱대고 많은 기계 등을 먼저 세팅할 필요는 절대 없다. 매출 성장세, 고객 확보세를 체크해 가면서 구현해도 충분하다.

 

셋째, 신뢰할 만한 중국인 영업 관리자, 중국인 제조 관리자가 필요하며 한국인 연구진이 필요하다. 이는 덧붙여 말하지 않아도 충분히 독자는 이해하리라 생각한다. 중국인 대상의 영업은 중국인이 해야 하며 중국인 근로자를 관리할 인원은 중국인이어야 하고 대신 연구 기술 능력은 한국인이어야 한다. 대신 연구 인력 관리의 경우, 한국인 연구진에게 철저한 관리 권한을 주어 절대 한국의 기술력을 무턱대고 뺏기지 않게끔 신경 써야 한다.

 

        김창용 사임당화장품 전무

 

프로필

(전) 뷰티화장품 부사장, 토니모리 해외사업 부문장, 한국무역협회 해외 마케팅 자문위원, 코리아나화장품 중국 천진법인 총경리, 웰코스 화장품사업부 이사, 아모레퍼시픽 중국 심양법인 총경리, 아모레퍼시픽 중국지역 연수(중국 강소성 쑤저우대학), 아모레퍼시픽 영업부문, 마케팅부문, 기획부문

 

이병효 박사

 

광운대 국제통상학과, 서강대 MBA 마케팅전공(석사), 서울벤처대학원 경영학전공(박사), 아모레퍼시픽 인재원, 마케팅, 영업 등을 두루 섭렵, 화장품 ODM 기업의 국내, 중국 영업·마케팅 임원 역임, 풀무원 더스킨 사업부장 역임, 뉴앤뉴 화장품 ODM 임원 재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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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마케팅  차이나는 차이나  김창용  이병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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