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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인터뷰

[리얼 인터뷰] 김준수 키맥스 전무

“향료는 기술보다 감성산업, 브랜드와 마케팅 전략이 좌우”

 

[코스인코리아닷컴 박상현 기자] 화장품에서 향(香)은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로션 등 기초 제품부터 향수에 이르기까지 향이 들어가지 않는 화장품은 거의 없다. 요즘은 향이 없는 무취 화장품도 있다고는 하지만 향이 없는 화장품은 마치 앙금이 없는 팥빵과 같다. 그렇기에 화장품 제조 기술 못지 않게 향료 기술도 중요하다.

 

키맥스는 25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향료개발 전문회사다. 지난 1993년 키맥스 향료로 시작한 키맥스는 향장사업 한길만을 걸어 왔다. 현재 키맥스는 향수와 화장품을 중심으로 하는 향료(Fragrance) 뿐 아니라 비누와 샴푸, 데오트란트, 샤워젤 등 욕실용품(퍼스널케어 제품), 세제와 섬유유연제, 방향제, 향초 등 생활용품까지 영역이 넓어졌지만 향장 부문 만큼은 수원 영통지구에 따로 연구소를 둘 정도로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키맥스의 향장 연구를 이끌고 있는 김준수 연구소장 전무를 만나 키맥스의 향료 철학과 연구 방향을 들었다.

 

# 키맥스가 생각하는 향료의 정의와 의미는.

 

향료는 시장에서 물건을 만들어서 다수의 소비자에게 공급하는 제품이 아니다. 고객사가 원하는 그림이 있고 그 그림을 바탕으로 키맥스와 고객사의 마케팅 부서 등이 함께 참여해서 만들어간다. 고객사의 생각을 공유하면서 향을 개발한다. 그래서 "당신이 꿈꾸는 세상을 향으로 표현해드린다(Just Imagine your fragrance, we will make it come true)"라고 말하곤 한다. 향을 우리 생각대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고객사가 원하는 것을 표현하는 것이기 때문에 개발 철학까지 말하는 것은 거창하다.

 

최근 한류 영향으로 K-뷰티라고 불리는 국내 화장품 시장이 전세계적으로 각광받고 있다. 하지만 향료 만큼은 불과 10년 전만 하더라도 국내의 많은 화장품 회사들이 외국에서 수입해서 사용했다. 그러나 해외에서 수입한 향료는 감성적인 측면에서 우리나라 사람들과 맞지 않는 부분이 있어 사용에 어려움이 있다. 그래서 해외 향료는 점차 수요가 줄어들고 있다. 키맥스는 감성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차별화된 향을 빠르게 개발해 급변하는 소비자의 요구에 부응하고 있다.

 

# 향이라는 것은 객관적으로 품질을 평가할 수 없는 것 같다. 그래서 트렌드를 많이 따라가게 되는데.

 

한국이나 일본, 중국의 시장은 순한 향을 좋아하고 동남아시아는 기후의 영향 때문인지 강한 향을 원한다. 또 미국이나 유럽 소비자들이 원하는 향도 다르다. 심지어 고급 향이냐, 저렴하게 느껴지는 향이냐의 차이도 개인의 취향일 뿐이다. 향이라는 것은 주관적이다. 향은 감성적인 측면이 있는 제품이기 때문이다.

 

물론 트렌드는 있다. 최근에는 합성향료에 비해 천연향료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천연을 지향하고 그린등급, 저자극, 알레르기 프리 등을 선호하는 경향이 짙다. 다만 천연향료에 대한 오해가 있다. 천연향료가 높은 단가이기 때문에 합성향료를 쓴다는 것은 편견일 뿐이다. 그러나 천연향료가 합성향료보다 유익하고 안전할 것이라는 고객사와 소비자들의 막연한 인식 때문에 업계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고객사와 소비자들이 추구하는 방향이 있으니 트렌드에 맞게 향을 개발한다.

 

# 우리나라 향료, 향수 문화와 기술 수준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통상적으로 향료는 천연원료와 합성원료를 조합하는 기술로 이뤄진다. 향료는 감성과 문화의 영향을 받는 특수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단순히 기술 수준에서 판단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샤넬 넘버5'와 같은 해외 유명 향수를 국내 소비자들에게 블라인드 테스트를 했을 때 그 선호도는 그다지 높지 않다. '샤넬 넘버5'가 샤넬이라는 브랜드를 등에 업고 명품으로 인정받지만 일반 향수병에 담고 테스트하면 "비누향이 난다" 또는 "향이 저렴하게 느껴진다"며 오히려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 이런 결과는 향료와 향수도 브랜드 가치, 인지도 또는 마케팅이 소비자 선택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증거다.

 

업계에 30년 있었는데 기술 발전 속도는 우리나라가 상당히 빠르고 정보가 모두 공유된 세상이기 때문에 기술력 차이가 많이 난다고 볼 수 없다. 문화나 감성의 차이지, 외국의 향료 회사가 기술이 좋아 좋은 향을 개발하고 우리는 그렇지 못하다는 것은 인정할 수 없다. 오히려 아시아 지역 소비자는 우리가 더 잘 맞출 수 있다고 자부한다. 아시아 지역 소비자들의 감성은 아시아 사람들이 더 잘 알기 때문이다.

 

다만 천연 물질을 재배하고 추출하는 기술이나 단일 화학물질을 합성해 개발하는 기술은 외국과 비교했을 때 국내 향료 시장이 작다보니 부족한 부분이 있는 것은 인정한다. 아무래도 단일물질 개발에 대한 수요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향 산업은 감성 산업이기 때문에 기술 수준은 소비자들의 감성이나 고객사들의 요구를 얼마나 잘 파악하느냐에 따라 좌우된다고 생각한다.

 

 

# 요즘 친환경 제품이나 독성 등 안전성 이슈도 화장품 산업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는데 향료는 어떠한지.

 

대부분 사람들이 천연은 안전하고 합성향료는 화학성분이기 때문에 안전하지 않다는 잘못된 상식을 갖고 있다. 천연 향료 가운데 적지 않은 숫자가 알레르기와 자극, 염증을 일으키는 성분을 함유하고 있다.

 

유럽이나 미국 연구기관에서 대부분 친환경이나 안전성과 관련한 연구활동을 많이 한다. EU에서는 26개 알레르기 물질을 배제한 향료를 개발하고 있고 미국도 향료협회 같은 기관단체에서 가이드라인을 내린다. 키맥스 역시 미국의 향료소재연구소(RIFM, Research Institute of Fragrance Materials) 회원으로 향과 관련한 연구 자료를 제공받고 있으며 국제향료협회(IFRA, International Fragrance Association)의 가이드라인에 준수해 향료를 개발하고 있다.

 

# 키맥스 같은 우리나라 향료 기업이 세계 무대로 진출하기 위한 과제가 있다면.

 

전세계 향료 산업은 30조원 규모로 추정되지만 이는 향장향과 향수, 식향 등 향과 관련한 모든 산업들이 합쳐진 통계다. 키맥스는 식향이나 아로마 케미컬을 제외한 향장향만을 주요 산업으로 취급하고 있다.

 

국내 향장향 시장은 전세계 향료 시장의 1~2%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아직 미미한 수준이기에 우리나라 향료 기업이 세계로 진출하는 것은 회사의 힘만으로는 어렵다. 해외 수입향료는 해외에서 개발, 생산되어 수입되기 때문에 국내 개발향료에 비해 국내 법의 규제 영향을 받지 않는 편이다. 화학물질과 관련한 연이은 이슈로 법 규제가 점점 강해지고 있어 국내 향료 기업의 성장에 어려움이 있다.

 

일본은 세계 향료 산업의 20% 정도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큰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와 비교했을 때 일본이 세계 향료 강대국이 될 수 있었던 것은 기업은 물론이고 정부가 자국 산업을 성장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문화와 자긍심, 신뢰가 있었기 때문으로 생각한다.

 

관련태그

키맥스  김준수  향료  샤넬넘버5  국제향료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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