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하는 러시안 뷰티, 로컬리즘 확산 속 K-뷰티 전략 전환 모색

2026.03.10 16:13:42

관세 호재 속에 러시아 수입 화장품 1위 오른 한국 화장품
가격에서 효능 중심으로 전환, 기능성과 현지화 대비해야

 

[코스인코리아닷컴 김세화 기자] 세계 9위 뷰티 시장인 러시아의 화장품 산업이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K-뷰티는 관세 호재 속에 수입 화장품 시장 1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자국 브랜드의 약진과 프리미엄·기능성 제품 수요 확대, 온라인 유통 강화 등의 변화 속에 새로운 경쟁 구도에 진입했다는 평가다. 

 

10일 시장조사기관 비즈니스스탯(BusinesStat)에 따르면 지난해 러시아 화장품 판매량은 약 39억 개로 전년 대비 2% 감소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러시아 경제가 1%대 저성장 국면에 진입한 데다, 수입품 가격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과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며 소비 심리가 위축된 영향이다. 다만, 산업 전반의 둔화 속에서도 화장품 시장은 감소 폭을 제한하며 비교적 견조한 흐름을 유지했다.

 

특히 오프라인 소비가 주춤한 사이 온라인 채널이 빠르게 성장하며 시장 하락 폭을 완충했다. 러시아 최대 이커머스 플랫폼 와일드베리스(Wildberries, WB)는 ‘익일 배송’ 중심의 물류 경쟁력을 앞세워 화장품 분야에서 빠르게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코트라(KOTRA) 모스크바무역관에 따르면 지난해 WB 내 스킨케어 거래액은 전년 대비 28%, 색조 화장품은 20% 증가했다. 약 95만 개 픽업 포인트를 활용한 상품 수령 방식은 광활한 국토와 교통 인프라의 한계를 보완한 핵심 유통 전략으로 평가된다.

 

 

러시아 대표 뷰티 플랫폼 골든 애플(Golden Apple)도 빠르게 성장하며 시장 판도 변화를 이끌고 있다. 2018년 이커머스 시장에 진출한 골든 애플은 2024년 이후 연평균 60%대 성장률을 기록하며 뷰티 유통 부문에서 WB의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했다. 모스크바, 상트페테르부르크 등 대도시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모바일을 결합한 옴니채널 전략을 강화한 결과, 지난해 헤어케어와 스킨·바디케어 매출은 각각 42%, 32% 증가했다. 

 

기능성과 효능 중심 소비가 뚜렷해지고 있다. 고령인구 증가에 따라 안티에이징은 러시아 뷰티 시장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분야로 꼽힌다. 닐슨에 따르면 2024년 8월부터 2025년 7월까지 안티에이징 화장품 판매는 판매량 기준 13.8%, 금액 기준 5.4% 증가했다. 이는 같은 기간 전체 스킨케어 시장 성장률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성분 측면에서는 스피큘, 레티놀, 나이아신아마이드, 펩타이드 등에 대한 관심이 높다. 지난해 1분기 기준 골든 애플에서 소비자 검색과 구매가 가장 활발했던 제품은 스피큘 함유 제품이었다. 러시아 브랜드들도 고기능성 제품군을 확대하고 있다. 겔텍(Geltek)의 농도별 레티놀 제품 라인, 믹시트(MIXIT)의 스피큘 세럼과 레티놀 크림 등도 소비자들의 호평을 이끌어냈다. 

 

천연 원료를 강조한 자국 브랜드의 성장세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러시아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2025년 러시아 뷰티 시장에서 자국 브랜드의 비중은 68% 수준으로, 현지화율도 51%에 달한다. 닐슨(Nielsen) 조사에서도 러시아 소비자의 62%가 자국 제품을 선호한다고 응답해 로컬 브랜드 영향력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 나타났다. 

 

특히 광활한 자연환경과 지역적 정체성을 강조하는 전략이 소비자의 공감을 얻고 있다. 나투라 시베리카(Natura Siberica), 크라스노폴랸스카야 코스메틱스(Krasnopolyanskaya Cosmetics), 마체스타 코스메틱스(Matsesta Cosmetics), 올레시아 무스타에바 워크숍(Olesya Mustaeva Workshop)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브랜드는 시베리아 허브, 베리, 버섯, 온천수 등 천연 원료 기반의 스토리텔링을 강조하는 ‘로컬리즘 뷰티’ 전략으로 시장 내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자국 브랜드의 성장을 견인하고 있는 나투라 시베리카는 시베리아 허브와 베리류(블랙커런트, 클라디움 등)를 활용한 유기농 스킨케어를 앞세워 유럽 25개국으로 유통망을 확대했다. 지난해 출시한 '버섯 효소 필링' 라인은 WB 온라인몰 판매량 상위권에 오르며 브랜드 경쟁력을 입증했다. 이 외에도 크라스노폴랸스카야 코스메틱스는 오푼티아 추출물 기반 안티에이징 제품으로 인기를 얻고 있으며, 마체스타 코스메틱스는 온천수와 아답토젠 성분을 활용한 스파·웰니스 콘셉트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최근에는 피부 관리와 정서적 안정감을 결합한 뉴로코스메틱(Neurocosmetics)도 새로운 성장 분야로 부상하고 있다. 스트레스 환경이 일상화되면서 피부 관리가 정서적 웰빙과 연결되는 소비 인식 변화가 나타난 결과다. 이러한 흐름은 민감성 피부 및 더모코스메틱 제품 수요 증가에서도 확인된다. 비즈니스스탯에 따르면 지난해 러시아에서 민감성 피부용 제품과 더마코스메틱 판매가 증가했으며, 임상적으로 검증된 효능과 안티스트레스 기능을 갖춘 제품에 대한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 더모코스메틱 브랜드의 라인업 확대와 함께 뷰티 웰빙(Beauty & Well-being) 개념이 매스마켓 제품에도 확산되면서 향후 시장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2024~2025년 러시아 화장품 수입 통계(2026.3. 기준, 단위: 천 달러, %)

 

 

이러한 변화 속에서도 K-뷰티는 러시아 화장품 수입 시장에서 지난해 30.4% 점유율을 기록하며 프랑스(15.2%)와 중국(13.1%), 독일(7.7%) 등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업계에서는 러시아 정부의 관세 정책 변화가 결정적인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지난해 4월 러시아 산업통상부는 일부 국가에만 부과하던 화장품 관세를 미국, 유럽연합(EU) 등 비우호국에 전면 확대하는 시행령 개정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해당 국가의 수입품에는 최대 35%의 고율 관세가 부과됐다. 반면 한국 화장품은 헝가리, 슬로바키아 등과 함께 고율관세 적용대상에서 제외되며 기본 관세율 6.5%만 적용받게 됐다.

 

이 조치 이후 한국산 화장품은 향수, 기초화장품, 립, 파우더 등 주요 품목에서 사실상 관세 인하 효과를 확보했다. 이에 반해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 경쟁국 제품에는 20~35% 수준의 관세가 부과되면서 가격 격차가 확대됐다. 코트라는 관세로 인한 변화로 한국 화장품의 실질 소비자 가격이 평균 20~30% 낮아진 것으로 추산한다. 

 

다만 전문가들은 관세에 기댄 가격 경쟁력만으로는 장기적인 우위를 유지하기 어렵다고 진단한다. 코트라 모스크바무역관 관계자는 “러시아 뷰티 시장이 브랜드 이미지 중심 경쟁에서 기술력과 효능 중심 경쟁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며 “자국 브랜드 성장과 글로벌 제품 유입이 동시에 진행되는 상황에서 K-뷰티는 임상 데이터, 기능성 성분, 차별화된 제품 콘셉트를 기반으로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유통 환경 변화 역시 중요한 변수로 꼽힌다. 현지 이커머스 플랫폼의 성장과 함께 온라인 채널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현지화된 디지털 마케팅 전략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국내 화장품 업계는 이커머스 플랫폼과의 협력, 현지 인플루언서 활용, 한국적 원료와 케어 철학을 결합한 스토리텔링이 러시아 소비자와의 접점을 확대하는 핵심 전략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세화 기자 kimma78@cosin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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