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산림과학원, 한국 비자나무 잎 정유의 신소재 가능성 제시 (1)

2026.05.12 19:47:20

미활용 산림 바이오매스에서 D-리모넨·3-카렌 기반 식물 정유 소재성 확인

# 한국 비자나무(Torreya nucifera) 정유의 수율 및 생리활성 성분에 미치는 계절적·지역적 영향

 

[코스인코리아닷컴 길태윤 기자] 식물 정유 소재의 경쟁력은 더 이상 향취에만 머물지 않는다. 천연 유래 원료와 지속 가능한 자원 활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식물이 지닌 생리활성 성분과 품질 관리 가능성까지 함께 평가하는 연구가 확대되고 있다.

 

이번 논문은 한국 남부와 제주 지역에 자생하는 비자나무(Torreya nucifera) 잎 정유의 소재 가능성을 다뤘다. 국립산림과학원 식물정유은행의 박찬주, 김나현, 박미진 연구진은 2023~2024년 제주도, 진주, 화순에서 계절별로 비자나무 잎을 채취하고, 수증기 증류법으로 추출한 정유의 수율과 화학 조성을 비교했다.

 

비자나무는 한국 남부 해안 지역과 제주도의 온대 지역을 중심으로 분포하는 상록 침엽수다. 그동안 비자나무 씨앗 오일은 식품과 헤어케어 제품 등에 활용돼 왔지만 잎에서 추출한 정유는 추출법, 화학적 프로파일, 생물학적 활성, 상업적 생산 가능성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연구가 제한적이었다.

 

논문이 주목한 지점은 바로 이 ‘잎’이다. 비자나무 잎은 미활용 산림 바이오매스로 간주될 수 있지만 정유 추출을 통해 향기와 생리활성 성분을 가진 식물 정유 소재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다. 이는 국산 산림자원의 고부가가치 활용이라는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

 

비자나무 잎 정유는 유자(Citrus junos)를 연상시키는 녹색 시트러스 노트를 중심으로 한 향기 특성을 보였다. 자료에 따르면 시트러스 노트의 강도가 높았으며 과일 향과 발삼 향, 알데히드 향은 확인되지 않았다. 이는 비자나무 잎 정유가 일반적인 침엽수 정유와 다른 향취적 개성을 가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림 T. nucifera 에센셜 오일의 향기 프로파일. 각 특성 향기의 강도는 빨간색으로 표시됐다.

 

신원료 신소재 관점에서 더 중요한 부분은 화학적 지표다. 논문은 비자나무 잎 정유에서 D-리모넨과 3-카렌을 주요 생리활성 성분으로 제시했다. D-리모넨은 감귤류 오일에 풍부하게 존재하는 모노테르펜 화합물로 향료와 식품, 의약품, 화장품 원료 분야에서 활용 가치가 높은 성분으로 알려져 있다.

 

3-카렌 역시 비자나무 정유의 주요 성분 중 하나로 제시됐다. 자료는 3-카렌이 항균, 항산화, 훈증제 특성 등 다양한 생물학적 활성을 나타내는 생리활성 성분이라고 설명했다. 앞선 연구에서는 비자나무 잎 정유의 항천식 효과가 D-리모넨과 3-카렌에 주로 기인할 가능성도 제시됐다.

 

이번 논문은 이러한 성분을 단순히 검출하는 데 그치지 않고 품질 관리를 위한 화학적 마커로 바라봤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식물 정유는 같은 식물에서 얻더라도 지역, 계절, 기후, 토양 조건에 따라 수율과 성분 조성이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특정 생리활성 성분을 기준으로 원료 품질을 관리하는 접근은 식물 정유 소재의 산업화에서 중요한 기준이 된다.

 

연구진은 2023~2024년 봄, 여름, 가을에 제주도, 진주, 화순 등 생태적으로 다른 세 지역에서 비자나무 잎을 채취했다. 이는 비자나무 잎 정유가 특정 지역이나 계절에만 의존하는 원료인지 또는 안정적인 생산 가능성을 가질 수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설계로 볼 수 있다.

 

GC-MS 분석에서는 비자나무 정유가 주로 모노테르펜과 세스퀴테르펜으로 구성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α-피넨, 3-카렌, D-리모넨은 모든 지역에서 주요 구성 성분으로 확인됐다. 이 중 D-리모넨과 3-카렌은 비자나무 잎 정유의 품질 관리와 표적 생리활성 성분 논의의 중심이 되는 물질이다.

 

이번 논문은 비자나무 잎 정유를 단순한 향료 소재가 아니라 지역과 계절 조건에 따라 품질을 관리할 수 있는 식물 정유 소재로 바라보게 한다. 미활용 산림 바이오매스였던 잎에서 향취와 생리활성 성분을 함께 가진 정유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은 신원료 신소재 관점에서 중요한 출발점이다.

 

실용적 적용을 위해서는 추가적인 약리학적, 독성학적 연구가 필요하다는 점도 함께 제시됐다. 이는 비자나무 잎 정유가 산업적 가능성을 갖고 있더라도 실제 화장품 원료나 기능성 소재로 활용되기 위해서는 성분 안정성, 안전성, 적용성에 대한 후속 검증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결국 이번 연구는 한국 자생 산림자원인 비자나무 잎을 새로운 식물 정유 소재로 바라볼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한다. 향기 특성, 주요 생리활성 성분, 품질 관리 마커가 함께 확인되면서 비자나무 잎 정유는 국산 천연 원료 개발과 산림 바이오매스 활용 연구에서 주목할 만한 소재로 남는다.

 

다음 기사에서는 비자나무 잎 정유의 생산 가능성을 좌우하는 계절·지역별 수율 차이를 중심으로 살펴볼 예정이다. 특히 제주, 진주, 화순 3개 지역 비교에서 어떤 지역이 더 높은 정유 수율을 보였는지 또 계절 변화가 생산 안정성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 구체적으로 다룬다.

 

관련 논문은 코스메틱저널코리아 4월호에서 전문을 볼 수 있다.(https://cosinkorea.com/news/article.html?no=57234)

 



길태윤 기자 xodbs259@cosin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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