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인코리아닷컴 김세화 기자] 효성그룹이 화장품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 초 효성티앤씨가 화장품 사업을 정관상 사업목적에 추가한 데 이어 자회사 효성벤처스는 기능성 화장품 원료 기업에 투자했다.
최근 지주사인 효성이 K뷰티 커머스 기업 이공이공에 300억 원 투자를 결정했다. 기능성 원료부터 글로벌 유통망까지 화장품 사업의 다양한 영역으로 투자 범위를 넓히며 뷰티 사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육성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1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효성은 최근 이공이공의 프리 IPO(상장 전 자금조달) 투자유치 참여 방침을 확정했다. 이공이공의 기업가치는 약 2,000억 원으로 추산된다.
이번 투자에서 효성은 300억 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인수하는 방식을 적용할 것으로 전해졌다. 주식 직접 인수 대신 CB를 선택해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행위제한 규제인 단순투자 시 발행주식총수의 5% 초과 소유 제한을 피하면서 시장 진입에 따른 부담을 줄이려는 조치라는 분석이다.
이공이공은 국내 브랜드를 미국 아마존 등 글로벌 이커머스 플랫폼에 판매하는 유통·마케팅 기업으로 출발해 현재 K뷰티 전문 커머스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그동안 가히, 잇츠스킨, 라네즈 등 국내 브랜드의 북미 시장 진출을 지원했으며, 유망 브랜드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브랜드 액셀러레이터로 사업 영역을 확대했다.
최근에는 중남미를 겨냥한 키에로(Kieró) 등 자체 브랜드(PB)를 선보이며 화장품 제조·판매업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주력시장인 미국에서는 약 90개의 유통 채널을 확보하고 있어 온라인에서 성장 가능성을 검증한 K뷰티 브랜드의 오프라인 판매처까지 확대할 수 있는 유통 기반을 갖췄다는 평가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가파른 성장세를 바탕으로 매출도 빠르게 늘고 있다. 이공이공의 매출은 2021년 27억 원에서 지난해 850억 원으로 증가했다. 불과 4년 만에 30배 이상 성장한 셈이다. 올해 1분기에는 약 4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으며, 연간 매출 2,200억 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번 투자는 효성그룹 무역 부문의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움직임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효성은 우선 CB를 통해 투자한 뒤 이공이공의 IPO 진행 상황을 지켜볼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성장성이 확인될 경우 CB의 보통주 전환이나 추가 투자 등을 통해 지분을 확대하거나, 나아가 계열사 편입 등의 선택지까지 열어둔 것으로 알려졌다.
효성의 화장품 사업 확대 움직임은 올해 초부터 본격적으로 가시화됐다. 앞서 지난 3월 효성티앤씨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정관 변경을 통해 ‘화장품의 제조 및 판매, 유통, 도소매, 전자상거래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했다.
이에 대해 당시 효성티앤씨 측은 "기존에도 무역 부문에서 화장품 중개업을 진행하고 있었던 만큼, 정관 개정은 화장품 사업 확대와 범위 확장을 위한 조치"라면서 "곧바로 화장품 사업을 본격화한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효성티앤씨는 지난 2018년 효성그룹에서 인적분할돼 설립된 섬유 및 무역 전문기업으로, 스판덱스 중심의 섬유 사업과 철강·화학제품 중심의 무역 사업을 주력으로 한다. 글로벌 점유율 1위 스판덱스 브랜드 '크레오라(CREORA)'와 친환경 섬유 '리젠(regen)' 등이 핵심 제품군이다.
화장품 사업 확대는 기존 사업의 성장 정체와 무관하지 않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스판덱스 호황이 둔화하면서 효성티앤씨의 매출과 수익성 역시 과거와 같은 성장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존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하면서 신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는 사업으로 화장품을 낙점한 것으로 풀이된다.
효성이 보유한 소재 역량도 화장품 사업과의 접점으로 거론된다. 대표적으로 효성티앤씨는 옥수수 유래 원료 기반의 바이오 부탄다이올(BDO) 사업에 1조 원 이상을 투자하고 있다. BDO는 스판덱스 원료뿐 아니라 화장품의 보습제나 방부 대체 원료 등으로도 활용된다.
화장품 기업에 대한 투자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2월 효성그룹의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털(CVC) 효성벤처스는 올해 첫 투자 대상으로 기능성 화장품 원료기업 파이온텍을 선택했다. 피부 전달 효율을 높이는 원료 ‘스피큘’ 관련 특허를 보유한 파이온텍은 국내 프리미엄 화장품 브랜드에 해당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중국과 동남아시아 시장을 중심으로 PB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현재까지 확인된 효성의 움직임을 보면, 화장품 사업의 진입점으로 글로벌 유통에 중점을 두는 것으로 보인다. 효성티앤씨가 기존 무역 부문에서 화장품 중개업을 진행해 온 가운데, 이공이공 투자를 통해 K뷰티 브랜드와 북미 유통망에 직접 연결되는 구조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동시에 효성벤처스의 파이온텍 투자는 기능성 원료와 코스메슈티컬 시장에서의 가능성을 탐색하기 위한 시도로 평가된다. 여기에 효성티앤씨의 핵심 사업인 소재·바이오 부문에서의 역량을 고려하면 향후 화장품 산업과 연결할 수 있는 사업적 접점이 유통에만 한정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단계에서 효성이 소재부터 원료, 제조, 브랜드, 유통까지 아우르는 K뷰티 밸류체인을 구축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각각의 사업과 투자가 하나의 통합된 화장품 사업전략으로 공식화된 것도 아니다. 하지만, 향후 관련 기업과의 협업이나 추가 투자, M&A 등이 이어질 경우, OEM·ODM 등 제조 영역으로 사업을 확대할 가능성은 열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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