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인코리아닷컴 김세화 기자] 세계 최대 무슬림 인구를 보유한 인도네시아 화장품 시장이 빠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스킨케어 시장에서 한국 화장품에 대한 현지 소비자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다만 로컬 브랜드와 중국계 브랜드와의 경쟁이 치열한 데다, 오는 10월부터 화장품에 대한 할랄 인증 의무화가 시행될 예정이어서 한국 기업들의 시장 진출 전략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4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가 인용한 유로모니터(Euromonitor) 통계에 따르면 2025년 인도네시아 스킨케어 소매 매출은 약 6조 242억 루피아로 전년 대비 19% 증가했다. 시장 성장과 함께 산업 생태계도 확대되면서 인도네시아 현지 화장품 기업 수는 2020년 726개 사에서 2024년 1,292개 사로 약 77% 증가했다.
키움증권에 따르면 세계 4위 인구 대국인 인도네시아의 화장품 시장은 최근 5년간 연평균 9%의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인구당 뷰티 제품 소비량은 31달러로 미국(360달러), 싱가포르(271달러), 태국(102달러) 등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현재 소비 수준을 고려하면 향후 소득 증가와 소비 확대에 따라 뷰티 시장의 성장 여력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카테고리별로는 페이셜케어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피부 미백, 여드름 관리, 피부 장벽 회복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페이셜케어는 5조 1,782억 루피아의 매출을 기록해 금액 기준 최대 카테고리 자리를 지켰다. 성장 속도 역시 전 세계와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통틀어 가장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세부 품목에서는 보습제와 트리트먼트의 매출이 3조 161억 루피아로 가장 많았다.
화장품 시장의 성장에는 스킨케어에 대한 인도네시아 소비자들의 인식 변화가 영향을 미쳤다. 건강한 성분이 담긴 화장품을 피부에 대한 장기적인 투자로 보는 시각이 확산되면서 스킨케어가 보조적인 관리 루틴을 넘어 라이프스타일의 필수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 한국 화장품의 입지도 확대되고 있다. 인도네시아 통계청(Badan Pusat Statistik, Statistics Indonesia, BPS) 자료를 보면, 2025년 스킨케어 제품 수입시장에서 한국은 수입량과 수입액 모두 2위를 기록했다. 한국산 스킨케어 제품은 2021년부터 2025년까지 5년 연속 수입시장 상위 5위권을 유지하며 현지 시장에서 꾸준한 인지도를 확보했다.
국가별 인도네시아 스킨케어(HS 3304.99) 수입량 (단위: kg)
특히 수입량과 수입액의 점유율에서 차이가 나타났다. 2025년 한국산 제품의 수입량 점유율은 11.0%였지만 수입액 기준으로는 24.7%를 차지했다. 수입량보다 수입액 비중이 두 배 이상 높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고가 제품의 수입 비중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K-뷰티가 단순한 가격 경쟁보다는 제품력과 브랜드 경쟁력을 앞세운 제품군을 중심으로 인도네시아 시장에서 입지를 넓혀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전체 수입 규모에서는 중국이 한국을 크게 앞서고 있다. 2025년 중국산 제품의 수입량 점유율은 67.0%로 한국(11.0%)과 상당한 격차를 보였다. 중국산 제품의 수입량도 전년 대비 55.4% 증가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나타냈다. 한국산 스킨케어 제품 역시 같은 기간 수입량이 6.3%, 수입액이 26.7% 증가했지만, 중국과 비교하면 성장 속도와 시장 규모에서 차이가 뚜렷하다.
젊은 소비층에서 K-뷰티의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시장조사기관 포풀릭스(Populix)가 2025년 인도네시아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72%가 스킨케어 트렌드를 이끄는 국가로 한국을 꼽았다. 한국이 현지 젊은 소비자들에게 스킨케어 트렌드의 주요 기준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의미다. 해외 브랜드 가운데서는 한국산 제품의 사용률이 가장 높았지만, 전체적으로는 현지 브랜드의 영향력이 여전히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K-뷰티에 대한 높은 관심이 실제 구매로 그대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같은 조사에서 인도네시아 MZ세대의 87%가 현지 스킨케어 제품을 사용한다고 답했다. 한국산 제품 사용률은 31%로 나타났으며, 이어 일본(16%), 미국(5%), 프랑스(3%), 호주(2%) 순으로 집계됐다. 해외 브랜드 가운데서는 한국산 제품의 사용률이 가장 높았지만, 전체적으로는 현지 브랜드의 영향력이 여전히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 스킨케어 제품을 선택하는 기준에서는 제품 자체의 경쟁력이 중요하게 작용했다. 포풀릭스 조사에서 해외 제품을 선택하는 이유를 묻는 문항을 보면 ‘앞선 기술력’이라는 응답이 56%로 가장 높았고, ‘우수한 원료’가 48%로 뒤를 이었다. 이어 ‘인플루언서·뷰티 전문가 추천’(22%), ‘피부 타입과의 적합성’(14%), ‘가격 경쟁력’(11%), ‘패키지 디자인’(10%) 순으로 집계됐다.
구매 품목에서는 클렌저가 63%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으며, 선크림(54%), 보습제(51%), 세럼(33%)이 뒤를 이었다. 특히 선크림은 Z세대가, 세럼은 밀레니얼 세대가 상대적으로 구매를 주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화장품 정보를 접하고 구매를 결정하는 과정에서는 소셜미디어의 영향력이 컸다. 인스타그램·틱톡·유튜브가 65%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으며, 전자상거래 리뷰(27%), 지인 추천(23%), KOL(인플루언서) 추천(19%)이 뒤를 이었다.
유통환경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병존하는 구조다. 왓슨스(Watsons), 가디언(Guardian) 등 헬스앤뷰티(H&B) 채널을 비롯해 슈퍼마켓과 편의점 등 오프라인 유통망이 주력 채널로 자리 잡은 가운데, 할인행사, 특가 상품 등을 앞세운 토코피디아(Tokopedia), 쇼피(Shopee), 틱톡(TikTok) 등 온라인 플랫폼의 영향력도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코트라는 "현지 브랜드의 영향력이 강한 시장에서 K-뷰티가 실제 구매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젊은 소비층이 주로 이용하는 SNS를 활용해 제품의 성분과 효능, 사용 경험 등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전략이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인도네시아 스킨케어 제품(HS 3304.99) 관세율
국내 기업 입장에서는 관세 차원의 기회 요인이 존재한다. 올해부터 한-인도네시아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IK-CEPA)에 따라 일정 원산지 요건을 충족하는 HS 3304.99 스킨케어 제품에는 협정관세 0%가 적용된다. 다만 부가가치세와 소득세 등 현지 세금이 별도로 부과되는 만큼 실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세금과 유통비용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인도네시아 스킨케어 제품 인증 현황
무엇보다 인도네시아 화장품 시장에서 주목해야 할 변수는 할랄 인증이다. 인도네시아에서는 2026년 10월 18일부터 화장품을 포함한 할랄 인증 의무화가 본격 시행될 예정이다. 이에 현지 할랄인증청(BPJPH)은 관련 규정을 바탕으로 비할랄 제품 표시와 수입 제품 검증, 제재 등에 대한 관리도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 국내 화장품 ODM 업계 1위 코스맥스는 인도네시아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코스맥스는 2011년 인도네시아 법인을 설립한 후 현지화를 통해 빠르게 성장했다. 지난해에는 매출이 전년 대비 31.9% 증가하며 설립 이후 처음으로 1,000억원을 넘어섰다.
인구의 80% 이상이 무슬림인 현지 시장 특성을 고려해 2016년 국내 ODM 업계 최초로 무이(MUI) 할랄 인증을 획득했으며, 현지 자생식물을 활용한 원료 개발과 피부·기후·문화적 특성을 반영한 제품 현지화에도 힘을 싣고 있다. 특히 쿠션 파운데이션은 현지 소비자 선호에 맞춰 지속력을 높이고 색상을 세분화해 좋은 반응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연구개발(R&D)과 인재 육성으로 현지화 전략을 확대하고 있다. 코스맥스는 지난 8월 28일 인도네시아 파자자란 국립대(UNPAD) 약학대학의 화장품학과 개설에 산업계 대표로 참여했다고 밝혔다. 현지 생물자원을 활용한 소재 공동 연구도 추진한다. 생산기지를 넘어 R&D 생태계까지 영역을 넓히면서 인도네시아를 아세안 시장 공략을 위한 거점으로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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