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인코리아닷컴 김세화 기자] 글로벌 브랜드의 신성장동력으로 인도가 포스트 차이나의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14억 인구의 소비 잠재력에 천연·아유르베다 제품 선호와 디지털 유통망 확장 등 구조적 강점이 더해져 매력적인 투자처가 됐다는 평가다.
9일 비즈니스 와이어(Business Wire), 타임스 오브 인디아(Times of India)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에스티로더(Estée Lauder)는 최근 공시를 통해 인도의 프리미엄 뷰티 브랜드 포레스트 에센셜(Forest Essentials)의 지분 100%를 확보하며 완전 자회사로 편입했다고 밝혔다. 에스티로더의 인도 시장 공략은 15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추진됐다. 지난 2008년 전략적 소수 지분 투자를 통해 포레스트 에센셜과 파트너십을 체결한 에스티로더는 2020년 보유 지분을 49%로 확대하고 공동 마케팅과 제품 개발을 추진해 왔다.
퍼스널케어인사이트는 "종교·문화·지역별 차이가 뚜렷한 인도 시장의 특성상, 외국 기업이 단독으로 공략하기는 쉽지 않다"며 "현지 브랜드를 통해 소비자 문화와 유통 구조를 학습한 뒤 완전 인수로 전환하는 전략은 인도 진출의 전형적인 접근법"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인수를 통해 에스티로더가 인도 내 유통망과 고소득 소비층을 동시에 확보할 것이란 관측이다.
에스티로더가 오랜 시간 인도에 공을 들인 배경에는 빠르게 성장하는 인도 화장품 산업이 자리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포춘 비즈니스 인사이트(Fortune Business Insights) 분석에 따르면 인도 화장품 시장 규모는 △ 2024년 238억 6,000만 달러 △ 2025년 255억 7,000만 달러에 이어 2032년 446억 3,00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이 기간 연평균 성장률(CAGR)은 8.28%에 달한다. 주요 뷰티 시장 중에서도 빠른 성장 속도로, 인도가 단순한 신흥 시장 수준을 넘어 구조적 성장 국면에 진입했음을 의미한다는 분석이다.
성장을 견인하는 요인은 다양하다.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오는 2027년까지 인도 중산층은 1억 명으로 증가하고, 이들의 가처분소득 또한 1만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추산된다. 세계은행은 도시화율이 2030년대 중반 40% 수준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 같은 중산층의 성장과 소비력 확대, 도시화 흐름이 뷰티 소비 증가로 직결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소비 트렌드 변화도 눈에 띈다. 최근 인도 소비자들 사이에서 천연·허브·아유르베다 제품에 대한 선호가 확산되며, 환경 친화성, 윤리적 생산, 건강 중심 라이프스타일을 중시하는 경향이 강화되고 있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 역시 아유쉬(Ayurveda, Yoga & Naturopathy, Unani, Siddha and Homoeopathy, AYUSH) 정책을 주관하는 전담 부서를 신설해 아유르베다 산업을 육성하고 관련 규제 체계를 정비하며 소비자 신뢰를 높이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에스티로더가 포레스트 에센셜에 기대하는 전략적 가치는 명확하다. 포레스트 에센셜은 오랜 기간 에스티로더와의 협업을 통해 아유르베다 철학을 현대적 포뮬러와 럭셔리 패키징으로 재해석하며 ‘럭셔리 아유르베다’라는 새로운 시장을 창출했다. 전통성과 프리미엄 이미지를 결합한 전략이 차별화된 경쟁력을 제공한 것이다.
디지털 전환 역시 뷰티 시장 성장의 핵심 요인이 작용했다. 인도 이커머스 시장은 2024년 600억 달러를 넘어서며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온라인 쇼핑객을 보유했다. 스마트폰 보급 확대와 디지털 결제 시스템 안정화로 소도시 거주자들도 모바일 쇼핑에 쉽게 접근하게 되면서, 소셜 커머스 시장에서 화장품 판매량은 연평균 30%대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소비자 행동에도 변화를 불러왔다. 이제 인도 소비자들은 소셜미디어(SNS)와 인플루언서 콘텐츠를 통해 제품 정보와 리뷰를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구매를 결정한다. 실제로 인도 최대 뷰티 플랫폼인 나이카(Nykaa)와 티라(Tira)에서는 소비자의 80% 이상이 리뷰를 최우선 참고하며, 사용자 생성 콘텐츠(UGC)가 매출 성장의 30%를 견인한다. K-뷰티 브랜드인 코스알엑스도 지난해 현지 인플루언서 캠페인을 통해 거래액을 60% 이상 늘리는 성과를 냈다.
퀵커머스(Quick Commerce)는 신속한 구매 경험을 제공하며 유통 구조에 혁신을 이끌고 있다. 일례로 인도최대 퀵커머스 플랫폼 블링킷(Blinkit)은 즉시 배송의 허브로 자리 잡으면서 시장 점유율을 50% 가까이 늘렸다. 뭄바이·델리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1,000개 이상의 ‘다크스토어(Dark Store)’를 구축해 재고 확보와 분류를 최적화하고, 자체 배송망을 통해 유통의 리드타임을 크게 단축한 것이 주효했다.
성장에 대한 기대감 속에 글로벌 기업들도 인도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1990년대 인도 자회사를 설립한 로레알(L'Oréal)은 지난해 뭄바이 공장 증설과 함께 최첨단 연구센터를 열었다. 로레알 측은 "투자 확대를 통해 인도 물량의 95%를 현지 생산하고, 항후 걸프 지역 수출의 거점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유니레버(Unilever)는 2024년 인도 브랜드 미니멀리스트(Minimalist)를 인수하며 MZ세대를 겨냥한 저가 라인을 강화했다. 현지 ODM 공장을 운영 중인 시세이도(Shiseido)는 최근 인도 타겟의 스킨케어 라인을 출시해 나이카에 입점했다.
한국 기업들도 인도 시장 공략에 적극적이다. 아모레퍼시픽은 2012년 인도 자회사 설립 후 이니스프리, 라네즈, 설화수 등을 선보이며 최대 K-뷰티 플레이어로 자리 잡았다. 코스맥스는 뭄바이 법인을 통해 현지 기업과 ODM 계약을 체결하며 색조 제품 개발을 진행 중이다. 이 외에도 코스알엑스, 스킨1004, 아누아 등 60여 개 브랜드가 나이카와 티라에 입점하며, 2025년 수출액 1,200억 원을 달성했다. 브랜드별로는 아모레퍼시픽의 대표 브랜드 이니스프리가 전년 대비 25% 성장하며 그룹 전체 인도 매출의 50% 성장을 견인했다.
인도 화장품 시장 주요 수입국 현황(2026.6. 기준, 단위: 달러, %)
K-뷰티의 성장세는 통계로도 확인된다. 2024년 기준 인도의 화장품 수입 시장은 3억 달러로, 나라별 점유율은 한국 21.0%, 중국 13.1%, 아랍에미리트 9.6%, 벨기에 8.6%, 미국 8.3% 순으로 집계됐다. 특히 한국산 화장품은 최근 3개년 연평균 약 35.8% 성장하며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중국, 벨기에, 프랑스, 미국 등 다른 주요 수입국 역시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한국산 제품의 상승세가 특히 두드러진다.
정우창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한국 화장품은 고기능성 성분과 혁신적 제형, 합리적 가격대, 그리고 K-팝을 중심으로 한 한류 문화의 영향력을 무기로 인도 시장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며 "아마존 인디아, 나이카, 티라, 민트라(Myntra) 등 주요 플랫폼은 K-뷰티 제품 수요를 촉진하며 매출 성장을 지원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호재에도 불구하고 인도 화장품 시장의 위조품 문제는 여전히 위험 요소로 남아 있다. 포춘은 "인도에서는 규제되지 않은 유통 채널을 통해 위조 화장품이 확산되고 있다"며 "이는 소비자 안전과 브랜드 신뢰를 동시에 위협함으로써 글로벌 기업이 현지 파트너십과 공식 유통망 구축에 집중하게 만드는 배경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래에셋증권 분석에 따르면, 인도에서는 저가 시장과 비규제 유통 채널을 중심으로 위조품이 빈번히 유통되는데, 전체 물량의 20~30%가 위조품으로 추정된다. 특히 프리미엄 브랜드와 K-뷰티 제품이 주요 타깃으로, 연간 약 30억 달러 이상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 주요 유통 경로는 로컬 바자, 소규모 오프라인 상점, SNS 직거래 등 비공식 시장과 나이카·블링킷 등 공식 플랫폼, 타오바오·페이스북 마켓플레이스 등 온라인 경로가 혼재돼 있다.
포춘에 따르면 인도에 진출한 글로벌 브랜드들은 위조품 유통으로 인한 소비자 신뢰 하락에 대응하기 위해 QR코드 인증, 블록체인 기반 제품 추적, 현지 법인 설립 등 다양한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인도 정부도 2025년 중앙의약품표준관리기구(CDSCO) 규제를 강화하며 단속을 늘리고 있지만, 실행력 확보가 여전히 과제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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