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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로레알, 비용 리스크에도 ‘어닝 서프라이즈’… K-뷰티에 던진 세 가지 시그널

1분기 매출 6.7%↑, '립스틱 효과' 속 향수·헤어케어 등 고가 라인 성장 견인
中 시장 회복세 속 신흥시장 두 자릿수 성장, 국내 기업 반등 가능성 주목

 

[코스인코리아닷컴 김세화 기자] 글로벌 1위 뷰티 기업 로레알이 지난 1분기 실작이 시장 기대치를 웃도는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경기 불확실성과 비용 압박, IT 시스템 전환이라는 내부 변수에도 불구하고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가며 글로벌 뷰티 시장 내 경쟁력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23일(현지 시각) 로레알은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6.7% 증가한 122억 유로(약 21조 1,000억 원)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이는 글로벌 뷰티시장 성장률 3.8%를 크게 상회하는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IT 시스템 이전 영향으로 약 0.9%포인트(bp)의 성장 저해 요인이 있었음을 감안하면, 실질 성장률은 7%대 중반에 달한 것으로 평가한다. 

 

이번 호실적은 프로페셔널(헤어·살롱) 및 럭셔리 부문이 견인했다. 향수와 고가 헤어케어 제품을 중심으로 한 프리미엄 라인이 강한 수요를 보이며 전체 매출 성장을 이끌었다. 회사 측은 옴니채널 유통 전략과 프리미엄 제품 중심 포트폴리오가 경쟁사 대비 우위를 만들어냈다고 설명했다.

 

 

지역별 매출 성장률을 보면 유럽이 5.5%, 북미가 7.6%로 안정적인 성장세를 유지했다. 신흥시장에서는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했다. 아시아 시장에서도 점진적인 회복 흐름이 감지됐다. 특히 중국 시장은 지난해를 기점으로 뚜렷한 반등세를 보이며, 부진 국면에서 벗어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니콜라 이에로니뮈스(Nicolas Hieronimus) CEO는 중국 시장과 관련해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회복세가 올해 1분기에도 이어지고 있다”며 "단순한 수요 회복을 넘어 시장 점유율 확대 국면에 진입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로레알은 1분기 중국 시장에서 한 자릿수 중후반대 성장률을 기록하며, 약 1~2% 수준에 그친 전체 시장 성장률을 크게 상회했다.

 

특히 성장을 견인한 것은 럭셔리 부문이다. 중국 내 소비 양극화가 심화되는 가운데, 고소득층을 중심으로 한 ‘선별적 소비’가 강화되면서 프리미엄 브랜드 수요가 빠르게 회복됐다. 여기에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결합한 ‘O+O(Online + Offline)’ 전략이 현지 소비자 접점을 확대하며 실적 개선에 기여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아랍에미리트(UAE)를 비롯한 중동 지역은 지정학적 리스크 영향으로 수요가 일부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로니뮈스 CEO는 “중동 지역 매출 비중은 전체의 3% 미만으로 해당 지역 수요 조정의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면서도 “중동 전쟁 장기화로 2분기에는 지정학적 영향이 다소 확대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로레알 측은 이번 어닝 서프라이즈의 배경으로 이른바 ‘립스틱 효과’를 꼽았다. 경기 둔화와 고물가 환경 속에서도 소비자들이 비교적 부담이 적은 사치재인 화장품 소비를 유지하거나 확대하는 현상이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특히 향수, 스킨케어, 헤어케어 등 다양한 카테고리에서 이른바 ‘도파민 소비’가 확인되며 실적을 견인했다.

 

이와 관련해 이에로니뮈스 CEO는 “스트레스가 높은 시기일수록 소비자들은 기분 전환을 위해 뷰티 제품을 구매하는 경향이 있다”며 “유럽 시장은 이러한 효과를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설명했다. 이어 “립스틱 효과가 특정 제품군을 넘어 여러 카테고리로 확산되고 있다”며 “향후 실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장에서는 로레알의 성장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2026년 연간 매출은 약 538억 7,000만 달러(약 74조 원), 2027년에는 약 569억 달러(약 78조 원) 수준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주당순이익(EPS) 역시 2026년 기준 약 15.90달러 수준이 전망된다. 회사는 비용 상승 환경 속에서도 △프리미엄 제품 확대 △옴니채널 전략 강화 △디지털 전환 가속화를 통해 성장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확보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비용 부담은 여전히 변수로 남아 있다. 로레알은 유가 상승과 관세 영향으로 약 9,000만~1억 유로 규모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가격 인상과 제품 믹스 개선 등 ‘매출 성장 관리(RGM)’ 전략을 통해 수익성 방어에 나설 계획이다.

 

여기에 IT 시스템 전환 역시 단기적으로는 운영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글로벌 주요 시장에서 진행 중인 시스템 이전 작업은 공급망과 재고 관리 측면에서 일시적인 변동성을 초래하고 있으며, 실제로 일부 시장에서는 재고 데이터 불일치나 주문·출고 지연 등 운영 차질이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국가별·브랜드별로 분산돼 있던 시스템을 하나로 통합하는 전사적 자원관리(ERP) 개편 과정에서 나타나는 과도기적 현상으로, 1분기 실적에도 일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이러한 영향은 글로벌 공급망과 데이터를 통합하기 위한 불가피한 비용으로, 시스템 안정화 이후에는 운영 효율성과 수요 대응력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대대적인 시스템 전환과 비용 압박 속에서도 견조한 실적을 이어간 로레알과 달리, 국내 화장품 기업들의 대응은 여전히 방어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K-뷰티가 트렌드 중심 성장에서 벗어나 로레알처럼 IT 인프라 고도화, 프리미엄 전략, 포트폴리오 다각화 등 구조적 전환이 필요한 시점에 진입했다고 지적한다.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은 최근 몇 년간 중국 시장 부진과 면세 채널 위축의 영향을 크게 받아왔다. 과거 고성장을 견인했던 중국 의존형 사업 구조가 실적 변동성을 키운 것이다. 반면 로레알은 중국 비중이 높은 상황에서도 북미, 유럽, 동남아시아 등으로 시장 포트폴리오를 분산시켜 특정 지역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흡수했다.

 

제품 전략에서도 격차가 드러난다. 로레알은 향수, 고가 헤어케어, 더마코스메틱 등 프리미엄 중심 포트폴리오를 강화하며 ‘립스틱 효과’를 적극적으로 흡수했다. 소비 위축 국면에서도 ‘작은 사치’ 수요를 선점하며 안정적인 성장 기반을 확보한 것이다.

 

반면 국내 기업들은 여전히 중저가 스킨케어에 집중된 매출 구조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으며, 글로벌 프리미엄 시장에서의 브랜드 파워 역시 제한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 업계에서는 “프리미엄 시장에서는 제품력뿐 아니라 브랜드 서사와 소비자 경험까지 포함한 종합적인 가치 설계가 경쟁력을 좌우한다”는 지적한다. 

 

디지털 전환 전략에도 대비가 뚜렷하다. 로레알은 단기적인 성장 저해를 감수하면서도 전사적 데이터 통합과 공급망 고도화를 추진하고 있다. 수요 예측, 재고 최적화, 개인화 마케팅 등에서의 경쟁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선제적 투자다. 반면 국내 기업들은 디지털 전환을 진행 중이지만, 여전히 채널 확대나 마케팅 효율화 중심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아 데이터 기반 운영 체계로의 전환 속도에서는 격차가 존재한다.

 

중국 시장의 회복세 역시 단순한 호재로만 보기는 어렵다. 로레알은 프리미엄 중심 소비 회복을 빠르게 흡수하며 점유율 확대 국면에 진입한 반면, 국내 기업들은 현지 브랜드 부상과 유통 채널 변화에 대한 대응이 지연되며 경쟁력이 시험대에 오른 모습이다. 같은 시장 환경에서도 전략과 준비 수준에 따라 성과가 엇갈리고 있다는 의미다.

 

“로레알의 실적은 글로벌 뷰티 산업이 브랜드 포지셔닝, 포트폴리오 다각화, 운영 체계 고도화가 성과를 좌우하는 구조적 경쟁 단계에 진입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이러한 흐름 속에 국내 화장품 기업들의 전략 방향 역시 재정립된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향후 2~3년이 K-뷰티 경쟁력 재편의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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