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인코리아닷컴 김세화 기자] 글로벌 뷰티 산업이 기술 기반 혁신과 럭셔리 브랜드 재편을 축으로 빠르게 양극화되고 있다. K-뷰티 신흥 강자 에이피알이 디바이스 기반의 뷰티테크를 앞에숴 시가총액 기준 글로벌 3위에 오른 가운데, 전통의 강자인 에스티로더는 향수 중심의 수익성 강화와 대규모 구조조정을 통해 체질 개선에 나서며 서로 다른 방식의 생존 전략을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 뷰티테크 플랫폼으로 진화한 에이피알, 아시아 1위 뷰티 기업 등극
1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에이피알이 같은 날 기준 시총 16조 3,000억 원을 기록하며 글로벌 뷰티 기업 중 로레알(L'Oreal, 약 340조 원),과 에스티로더(Estée Lauder, 약 45조 원)에 이어 명실상부한 ‘글로벌 빅3’에 안착했다. 지난해 시세이도를 제치고 아시아 1위에 오른 에이피알은 최근 미국 타임(TIME)지의 ‘2026 세계 100대 기업’ 선정 등 굵직한 호재를 등에 업고 전통의 거인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에이피알의 성장세는 실적에서도 확인된다.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5,934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3% 성장했고, 영업이익은 1,523억 원으로 174% 급증하며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특히 유럽 직매출 확대와 미국 시장에서의 안정적 성장, 고마진 B2B(기업간 거래) 채널의 비중 확대가 전사의 실적 개선을 견인했다.
주가 흐름 역시 가파르다. 지난해 초 저점 대비 1,000% 이상 상승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한 데 이어, 최근 국내 증시의 높은 변동성 속에서도 40만 원대 중반 수준을 유지하며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글로벌 유통 채널 다변화와 오프라인 진출 본격화에 힘입어 중장기 우상향 기조가 유효하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북미 시장 공략에도 한층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하반기 미국 얼타(ULTA) 독점 계약 종료에 맞춰 타겟, 월마트, 코스트코 등 대형 오프라인 유통망 진입이 예정돼 있다. 유럽에서는 아마존과 틱톡샵을 중심으로 브랜드 인지도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유럽 내 한국 화장품 점유율이 아직 낮은 수준임을 고려할 때, 향후 업사이드 잠재력이 매우 크다는 분석이다. NH투자증권, 교보증권, LS증권 등 주요 증권사들도 글로벌 초과 수요에 따른 이익 레버리지 구간 진입을 근거로 목표주가를 잇달아 상향했다.
에이피알의 성장 배경으로는 ‘뷰티테크 플랫폼 기업’으로의 전환이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화장품 단일 품목에 머무르지 않고, 스킨케어 제품과 홈 뷰티 디바이스를 결합한 통합 파이프라인을 구축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차별화된 포지셔닝을 확보했다는 평가다.
특히 기존 K-뷰티의 고질적 문제였던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미국·일본·유럽으로 이어지는 ‘3각 성장축’을 구축한 점이 유효했다. 에이피알은 올해 유럽 매출 비중을 일본 수준인 12% 이상으로 끌어올리고, 장기적으로는 유럽을 3,000억 원 규모의 핵심 시장으로 키우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다만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시장 진입은 향후 변수로 꼽힌다. 애플, 구글, 아마존 등 테크 공룡들이 헬스케어 및 뷰티 디바이스 영역으로 가세하고 있고, 로레알 등 전통적 강자들 또한 디지털 R&D 투자를 가속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격화되는 경쟁 속에서 에이피알이 제품 혁신을 넘어 브랜드 신뢰도와 글로벌 운영 역량을 얼마나 공고히 하느냐가 중장기 패권 유지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 '향수' 앞세워 부활 신호탄 쏜 에스티로더, 럭셔리 헤리티지 강화
한편 10일(현지 시각) 미국의 럭셔리 화장품 기업 에스티로더는 2026 회계연도 3분기(1~3월) 시장 전망치를 웃도는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주당순이익(EPS)은 0.91달러로 시장 예상치인 0.65달러를 약 40% 상회했으며, 매출 역시 전망치를 웃도는 37.1억 달러를 기록해 예상치(36.9억 달러)를 달성하며 반등에 성공했다.
실적 발표 직후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프리마켓에서 6.02% 급등한 주가는 애프터마켓에서 85.37달러까지 치솟으며 투자심리를 회복했다. 연초 대비 주가가 여전히 17%가량 하락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회사가 연간 조정 EPS 전망치를 최대 2.45달러로 상향 조정하고 유기적 매출 성장률 목표를 높여 잡으면서 중장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모습이다.
이번 '깜짝 실적'의 일등 공신은 향수 부문이다. 전 지역에서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한 향수 카테고리는 중국 본토와 미국의 견조한 럭셔리 수요를 흡수하며 전사 매출 회복을 견인했다. 수익성 지표 또한 눈에 띄게 개선됐다. 비용 효율화와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 전략에 힘입어 매출총이익률은 76.4%로 올라섰고, 영업이익률 역시 전년 대비 3.6%p 확대된 15.0%를 기록하며 내실 경영의 성과를 입증했다.
전략적 행보 면에서도 에스티로더는 에이피알의 ‘뷰티 테크 혁신’과는 차별화된 ‘프리미엄 포트폴리오 재편’에 집중하고 있다. 맥(M.A.C), 라메르(La Mer), 조말론 등 고수익 럭셔리 브랜드 중심으로 우선순위를 재조정하며 브랜드 가치 제고에 사활을 거는 모양새다.
특히 최근 논의 중인 스페인 럭셔리 그룹 푸이그(Puig)와의 비즈니스 결합은 이러한 프리미엄 전략의 정점으로 풀이된다. 이는 단순히 몸집을 키우는 것을 넘어, 기존 라이선스 운영 구조에서 벗어나 브랜드를 직접 소유하고 수익을 내재화하는 ‘수익 구조의 근본적 체질 개선’을 의미한다. 니치 향수에 강한 에스티로더와 패션 하우스 기반 향수에 강점을 가진 푸이그의 결합은 글로벌 1위 로레알의 독주에 대응할 강력한 포석이 될 전망이다.
유통 채널의 옴니채널화도 가속화되고 있다. 에스티로더는 전통적인 백화점 의존도를 낮추는 대신 얼타 뷰티, 세포라, 아마존, 틱톡샵 등 디지털 및 전문 리테일 채널로 자원을 재배치하고 있다. 이와 병행되는 대규모 구조조정(전체 인력의 약 17.5% 감축) 역시 비효율적인 오프라인 인력을 줄이고 성장성이 높은 디지털 파트로 화력을 집중하기 위한 고강도 체질 개선 작업의 일환이다.
최근 논의되고 있는 스페인 럭셔리 그룹 푸이그(Puig)와의 대규모 비즈니스 결합도 프리미엄 포트폴리오 전략의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이는 향수와 패션이라는 럭셔리 영역을 통합하는 동시에, 기존의 라이선스 기반 운영 구조에서 벗어나 브랜드를 직접 소유하고 수익을 내재화하는 구조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다만 여전히 과제가 남아 있다. 백화점 중심의 유통 구조와 특정 럭셔리 브랜드에 대한 높은 의존도는 급변하는 소비 트렌드 대응에 걸림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단기 수익성에 매몰된 인력 감축이 자칫 브랜드 투자 여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경기 둔화와 소비 양극화 국면에서 향수 및 프리미엄 카테고리 중심의 전략이 시장 변동성을 어떻게 극복할지가 향후 주가 향방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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