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비자나무(Torreya nucifera) 정유의 수율 및 생리활성 성분에 미치는 계절적·지역적 영향
[코스인코리아닷컴 길태윤 기자] 식물 정유 소재가 산업 원료로 활용되기 위해서는 향취나 생리활성 성분만으로는 부족하다. 같은 식물에서 얻은 정유라도 어느 지역에서 어떤 시기에 채취했는지에 따라 수율과 품질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논문은 한국 비자나무(Torreya nucifera) 잎 정유의 생산 가능성을 판단하기 위해 계절과 지역이 정유 수율에 미치는 영향을 비교했다. 국립산림과학원 식물정유은행 연구진은 2023년부터 2024년까지 봄(3월), 여름(6월), 가을(9월)에 제주도, 진주, 화순 등 3개 지역에서 비자나무 잎을 채취하고 수증기 증류법으로 정유를 추출했다.
비자나무 잎 정유는 미활용 산림 바이오매스를 식물 정유 소재로 전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그러나 신원료 신소재로 산업화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원료 확보와 생산 조건이 함께 검토돼야 한다. 이번 연구가 계절과 지역 변수를 나눠 수율을 비교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자료에 따르면 비자나무 잎 정유 수율은 계절에 따라 비교적 안정적인 범위를 보였다. 전체 수율은 건조 중량 기준 0.9±0.2~1.6±0.3% 범위였으며 계절 요인은 유의미한 영향을 보이지 않았다. 논문은 이러한 계절 간 안정성이 비자나무의 다년생 상록성 특성과 관련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표 2023-2024년 동안 세 지역(제주, 진주, 화순)과 세 계절(봄, 여름, 가을)에서 채취한 T. nucifera 잎의 정유 수율.

반면 지역에 따른 차이는 뚜렷했다. 제주도, 진주, 화순을 비교한 결과 정유 수율은 지역별로 유의미한 차이를 보였으며 화순산 비자나무 정유가 제주산과 진주산보다 높은 수율을 나타냈다. 이는 비자나무 잎 정유의 생산 조건을 설정할 때 계절보다 지역 요인을 더 주의 깊게 봐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구체적으로 2023년 가을 화순산 정유 수율은 1.4±0.3%로 같은 시기 제주산 0.9±0.2%보다 유의하게 높았다. 자료는 이를 50% 이상의 증가율로 설명했다. 2024년 여름과 가을에도 화순산 정유 수율은 각각 1.6±0.3%, 1.6±0.5%로 높은 수준을 보였다.
이러한 결과는 화순 지역의 환경 조건이 비자나무 잎 정유 생산에 유리하게 작용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논문은 특정 지역의 높은 정유 수율이 2차 대사산물 생합성을 촉진하는 환경 요인과 연관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화순 지역의 유리한 조건을 명확히 규명하기 위해서는 토양 분석을 포함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지역별 환경 차이도 중요한 배경이다. 논문은 내륙 지역인 화순과 진주의 기후는 비교적 유사하지만 섬 지역인 제주는 다른 지역보다 강수량과 기온이 높은 독특한 기후를 지닌다고 설명했다. 식물 정유의 수율은 유전적 요인뿐 아니라 기후, 토양, 고도, 생육 환경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결정될 수 있다.
이번 연구에서 계절과 지역 간 상호작용은 정유 수율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이는 비자나무 잎 정유가 계절 변화에 따라 크게 흔들리기보다 지역적 조건에 더 민감하게 반응했음을 보여준다. 상업 생산 관점에서는 특정 계절에만 수확해야 하는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만 수율이 안정적이라는 것만으로 원료 산업화가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논문은 지속 가능한 산업적 이용을 위해 비자나무 정유의 추출 방법을 최적화하고 수율과 품질을 함께 개선하기 위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기존 수증기 증류법 외에도 추출 효율을 높일 수 있는 공정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신원료 신소재 관점에서 이번 결과는 비자나무 잎 정유의 생산 기반을 가늠하게 한다. 정유 수율이 계절에 따라 비교적 안정적이고 특정 지역에서 더 높은 생산성을 보였다는 점은 원료 확보 전략을 세우는 데 중요한 기초 자료가 된다. 특히 화순산 비자나무 잎은 수율 측면에서 상업 생산 조건을 검토할 수 있는 후보로 제시됐다.
결국 이번 논문은 비자나무 잎 정유가 단순한 산림 부산물이 아니라 지역 조건에 따라 생산성을 최적화할 수 있는 식물 정유 소재임을 보여준다. 계절보다 지역이 수율 차이를 더 크게 만들었다는 결과는 향후 국산 식물 정유 원료 개발에서 재배지와 채취지 선정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지점이다.
다음 기사에서는 비자나무 잎 정유의 품질을 좌우하는 D-리모넨과 3-카렌을 중심으로 살펴볼 예정이다. GC-MS 분석에서 확인된 주요 휘발성 성분과 화학적 마커가 지역·계절에 따라 어떻게 달라졌는지 또 어떤 조건이 고품질 정유 생산에 유리한지를 구체적으로 다룬다.
관련 논문은 코스메틱저널코리아 4월호에서 전문을 볼 수 있다.(https://cosinkorea.com/news/article.html?no=57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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