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인코리아닷컴 김세화 기자]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회사가 보유한 원료 기술과 연구개발(R&D) 역량을 앞세워 '더마 코스메틱(Derma-cosmetic)’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피부 과학(Dermatology)과 화장품(Cosmetic)의 합성어인 '더마 코스메틱'은 피부 진정·주름 개선·미백 등 기능성을 강조한 화장품으로 기존 뷰티 기업들과의 차별화에 성공하며 업계의 신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았다.
국내 더마코스메틱 시장의 성장을 견인하는 대표 기업은 동국제약이다. 동국제약은 지난 2015년 국민 상처치료제 ‘마데카솔’의 핵심 원료인 센텔라 정량 추출물을 활용한 더마 브랜드 ‘센텔리안24’를 출시하며 화장품 사업에 진출했다. 이후 일반의약품 중심 사업 구조에서 화장품과 헬스케어 비중을 빠르게 확대하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20일 동국제약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2,510억 원, 영업이익 273억 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2.2%, 8% 증가한 규모다. 당기순이익은 263억 원으로 같은 기간 46.4% 늘었다. 증권가에서는 지난해 매출 9,268억 원을 기록한 동국제약이 올해 ‘연 매출 1조 클럽’에 진입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부문별로 매출액을 살펴보면, 화장품이 76%를 차지하는 헬스케어 부분의 매출이 998억 원을 기록하며 동국제약의 핵심 성장축으로 자리 잡았다. 이어 일반의약품은 445억 원, 전문의약품은 537억 원을 기록했다. 특히 화장품 사업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화장품 부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4% 성장했는데, 코스메슈티컬(의약품 기반 화장품) 대표 브랜드로 자리매김한 ‘센텔리안24’의 글로벌 성장세가 본격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실제로 ‘센텔리안24’의 수출은 같은 기간 332% 급증했다. 센텔리안24는 북미·일본·중국·동남아시아·유럽·중동 등 해외 시장에서 입지를 확대하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 아마존 ‘톱100’에 이름을 올린 데 이어 미국 뷰티 유통 체인 ‘얼타뷰티’ 1,400개 매장 입점 효과까지 더해지면서 해외 매출 성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성장세에 힘입어 동국제약은 글로벌 유통망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14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본사에 글로벌 쇼룸을 열어 해외 바이어 접점을 강화한 데 이어, 하반기에는 태국 센트럴 백화점과 현지 뷰티 플랫폼 ‘콘비’ 입점을 추진하는 등 동남아시아 시장 공략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국내에서는 다이소를 통해 10·20세대 대상 브랜드 ‘마데카21’을 유통하며 오프라인 소비자 접점 확대에도 힘을 싣고 있다.
종근당건강은 기존 제약사들과는 이너뷰티와 아우터뷰티를 결합하는 전략으로 뷰티 산업에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메가 히트 유산균 브랜드 ‘락토핏’의 성공을 바탕으로 피부 유산균 콘셉트의 더마 브랜드 ‘락토덤’을 출시하면서 '먹고(건강기능식품) 바르는(화장품) 웰니스 뷰티’ 전략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이와 함께 뉴트리 코스메틱 브랜드 ‘CKD’를 통해 레티놀 기반 안티에이징 라인을 확대하고, 올리브영과 홈쇼핑을 중심으로 판매 채널을 빠르게 넓혀가고 있다. 특히 ‘레티노콜라겐 저분자 300 괄사 목주름 크림’ 등이 흥행하면서 슬로우에이징 시장 내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인체줄기세포배양액 기반 프리미엄 더마 브랜드 ‘스템벨(STEMBELL)’을 앞세워 고기능성 바이오 코스메틱 시장 공략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파마리서치 역시 전통적인 제약사들과는 궤를 달리하는 독창적인 방식으로 화장품 시장 내 영토를 확장하고 있다. 일반적인 상처 치료제나 기능성 브랜드 중심의 진출 전략과 달리, 파마리서치는 재생의학 기반의 메디컬 에스테틱 블록버스터인 ‘리쥬란’의 강력한 브랜드 자산을 앞세워 병·의원 시술 시장에서 일반 소비재(B2C) 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하는 모습이다.
실제로 리쥬란은 '피부과 스킨부스터 1위'라는 상징적 지위를 넘어 홈케어 화장품 분야까지 포트폴리오를 완벽히 안착시키며 독보적인 고성장세를 구가하고 있다. 파마리서치의 올해 1분기 화장품 부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1% 급증한 421억 원을 기록했다. 이 같은 고성장은 국내뿐만 아니라 미국 세포라(Sephora) 오프라인 채널 입점, 동남아 시장 전역의 온라인 채널 전개 등 글로벌 매스 시장 진공 공략에 속도를 낸 결과다.
업계 전문가들은 파마리서치가 성공적으로 구축한 ‘ 전문 메디컬 시술(In-Office)에서 일상적 홈케어(At-Home)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에 주목하고 있다. 이는 메디컬 에스테틱과 코스메슈티컬의 경계를 허무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며, 제약·바이오 기반 뷰티 비즈니스의 가장 진화된 모델로 평가받는다.
다른 제약사들 역시 더마 코스메틱을 차세대 먹거리로 낙점하고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화장품 브랜드 출시를 넘어, 제약사 고유의 연구개발 역량을 기반으로 독자적인 치료제 성분을 이식해 기능성 화장품으로서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대웅제약은 자회사 디엔코스메틱스의 더마 브랜드 ‘이지듀’를 통해 시장에서 빠르게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상피세포 성장인자(EGF)인 ‘DW-EGF’를 핵심 성분으로 활용해 피부 재생과 탄력 개선에 초점을 맞춘 고기능성 제품군이 강점이다. 특히 기미 케어 제품인 ‘멜라토닝 앰플’ 등이 흥행에 성공하면서 디엔코스메틱스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260% 급증한 1,745억 원을 기록했다. 그간 병·의원 중심의 유통 경험과 의료 기반의 신뢰도가 일반 소비자 시장으로 성공적으로 확장되었다는 평가다.
동아제약은 치료제 라인의 브랜드 자산을 화장품으로 확장했다. 지난 2019년 더마 브랜드 ‘파티온’을 출시한 동아제약은 흉터 치료제 ‘노스카나’의 개발 노하우를 활용해 트러블 케어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 '노스카나인 트러블 흔적 앰플’, ‘모공탄력 크림’ 등의 제품군을 확대하며 브랜드 포지셔닝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최근에는 PX(군부대마트) 입점을 통해 젊은 남성 소비자층까지 타깃을 넓히며 유통 채널 다변화에 나섰다.
동화약품은 상처치료제 ‘후시딘’의 브랜드 인지도를 기반으로 더마 시장 공략 중이다. 최근 다이소 전용 브랜드 ‘후시덤’을 출시하고, 2,000~5,000원대 가격대의 ‘베리어 리페어’, ‘큐어 립’ 라인을 선보이면서 실속형 초저가 시장을 정조준했다.
한미사이언스와 차바이오텍 계열 CMG제약도 더마 코스메틱 시장에 진출했다. 한미사이언스는 회사가 보유한 약물 전달 기술을 접목한 기능성 화장품 브랜드 ‘아데시’를 선보이며 고기능성 더마 시장 공략에 나섰다. CMG제약은 세포 재생 성분인 PDRN을 활용한 ‘PDRN 액티브’를 출시하는 등 줄기세포·세포과학 연구 역량을 화장품에 접목하며 사업 확대에 나서는 분위기다.
자체 더마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지는 않으나 동성제약도 최근 태광그룹 편입을 계기로 사업 구조 전환에 나서고 있다. 기존에는 염모제와 의약외품 중심의 사업 구조가 주를 이루었으나, 그룹 편입 이후 포트폴리오 다각화와 헬스케어 사업 재편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향후 화장품 및 뷰티 사업 확장 행보에도 업계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제약·바이오 기업의 화장품 사업 진출은 헬스케어 산업의 소비재화 흐름과 맥락을 같이 한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더마 코스메틱 시장 초기에는 상처 치료제나 피부 재생 성분을 활용한 코스메슈티컬 확장 전략이 주를 이뤘다면, 최근에는 유산균·슬로우에이징·이너뷰티 등 웰니스와 메타볼릭 영역까지 확장되며 ‘토털 헬스케어’ 경쟁으로 진화하는 모습이다.
유통 방식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과거 병·의원과 약국 중심이었던 제약사들은 이제 올리브영·다이소·PX·아마존·얼타뷰티 등 소비자 접점이 강한 채널로 빠르게 영역을 넓히고 있다. 제약사가 보유한 연구개발(R&D) 기반 신뢰도에 K-뷰티의 브랜딩과 유통 전략이 결합되면서, 의약품 기업과 화장품 기업의 경계 역시 점차 흐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메리츠증권은 “기존 제약사들이 의약품 제조를 넘어 헬스케어와 기능성 뷰티를 아우르는 ‘라이프사이언스 기업’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며 “과거 바르는 더마코스메틱 중심이었던 시장 역시 먹는 이너뷰티와 슬로우에이징 케어까지 결합한 ‘토탈 웰니스’ 경쟁 구도로 고도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메리츠증권은 “기존 제약사들이 단순히 화장품을 판매하는 수준을 넘어 기능성 소비재와 웰니스 시장 전반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며 “향후에는 먹는 건강기능식품과 바르는 더마코스메틱, 슬로우에이징 케어를 결합한 형태의 시장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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