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인코리아닷컴 김세화 기자] GLP-1 계열의 비만치료제 확산이 글로벌 뷰티 시장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위고비(Wegovy), 오젬픽(Ozempic), 젭바운드(Zepbound) 등 체중 감량 치료제가 대중화되면서 탈모, 피부 탄력 저하, 안면 볼륨 감소 등 부작용 관리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비만치료제 사용 후 탈모를 호소하는, 이른바 ‘오젬픽 헤어(Ozempic Hair)’ 현상이 확산되면서 기능성 헤어케어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22일 한국무역협회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미국 소비자들 사이에서 급격한 체중 감량 이후 나타나는 탈모와 모발 가늘어짐 현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GLP-1 계열 비만치료제 복용 과정에서 식욕 감소에 따른 영양 불균형과 단백질 섭취 부족 등이 발생하면서 탈모 증상을 경험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추세다.
실제로 탈모는 GLP-1의 대표적인 부작용 중 하나로, 일라이릴리(Eli Lilly), 노보노디스크(Novo Nordisk) 등 주요 GLP-1 제조사들은 매스꺼움, 구토, 피로감 등과 함께 탈모 가능성을 주요 부작용 중 하나로 명시하고 있다. 미국 뷰티 전문 매체 뉴뷰티(New Beauty)·뷰티엔진(BeautyEngine) 조사에서는 GLP-1 사용 중 탈모 또는 모발 건강 변화를 경험했다고 응답한 비율은 2024년 4분기 37%에서 2025년 2분기 51%로 증가했다.
GLP-1 사용자 증가세도 가파르다. KFF 헬스 트랙킹 폴(Health Tracking Poll)에 따르면 현재 미국 성인 인구의 약 12%가 비만치료제를 복용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8명 중 1명이 비만, 당뇨 등을 치료하기 위해 GLP-1을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JP모건은 오는 2030년 그 수가 2,500만 명까지 확대될 것으로 추산한다.
이 같은 변화는 헤어케어 시장의 수요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 마켓 리서치 기업 서카나(Circana)는 GLP-1을 사용하는 가구가 그렇지 않은 가구보다 뷰티 제품에 30% 더 많은 비용을 지출한다고 보고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는 글로벌 헤어케어 시장이 오는 2030년까지 약 24% 성장해 1,290억 파운드(약 240조 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메이크업, 향수 등 전통 뷰티 카테고리의 성장률을 웃도는 수준이다.
탈모 관리 시장 역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모르도르 인텔리전스(Mordor Intelligence)는 북미 지역 탈모 관리 시장 규모가 올해 10억 5,000만 달러에 달하며, 오는 2031년에는 15억 9,000만 달러 규모까지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소셜미디어 영향력이 큰 25~45세 소비층이 GLP-1 사용으로 인해 함께 새로운 소비층으로 유입되면서 기능성 두피·탈모 케어 제품에 대한 수요가 확대될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서카나(Circana)는 "젊은 소비층을 중심으로 헤어 트리트먼트, 두피 케어 제품의 성장세가 확대되고 있다"며 "특히 성분과 임상 데이터를 꼼꼼히 확인하는 젠지(Gen Z)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기능성 제품에 대한 선호가 빠르게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브랜드들은 이러한 흐름에 맞춰 GLP-1 사용자와 탈모 관리 수요를 겨냥한 제품군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모발 성장 영양제 브랜드 뉴트라폴(Nutrafol)은 비오틴·비타민·미네랄 등 모발 건강에 필요한 복합 영양 성분을 담은 캡슐형 이너뷰티 제품을 선보였다. 스트레스, 호르몬 변화, 영양 불균형 등 다양한 탈모 원인을 겨냥한 멀티 타깃 포뮬러와 임상 연구 기반 기능성을 내세워 프리미엄 탈모 케어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는 평가다.
두피 관리 브랜드 케라팩터(KeraFactor)는 성장인자 기반 세럼과 약물 부작용이 없는 ‘드럭프리(Drug-Free)’ 콘셉트의 샴푸를 앞세워 전년 대비 100% 매출 성장률을 기록했다. 로레알 그룹 레드켄(Redken)은 최근 GLP-1 사용자를 겨냥한 ‘에시딕 그로우 풀 시스템(Acidic Grow Full System)’을 출시했다. 해당 제품은 급격한 체중 감량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발 끊어짐과 볼륨 감소 개선에 초점을 맞췄으며, 실제 GLP-1 사용자를 대상으로 효능 테스트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뷰티 기업들의 투자 확대도 이어지고 있다. 독일의 소비재·화학 기업 헨켈(Henkel)은 올해 미국의 프리미엄 헤어케어 브랜드 올라플렉스(Olaplex)를 14억 달러에 인수했다. 유니레버(Unilever)는 도브(Dove), 넥서스(Nexxus), 클리어(Clear) 등을 중심으로 전문의와 공동 개발한 두피 건강 기능성 제품을 확대하고 있다.
뷰티 업계에서는 GLP-1 열풍이 체중 감량 트렌드를 넘어 산업 구조 자체를 변화시키고 있다고 분석한다. 탈모, 피부 탄력 저하, 안면 볼륨 감소 등 부작용 관리에 더해 헤어케어·스킨케어·이너뷰티를 아우르는 ‘GLP-1 특화 뷰티’ 시장이 새로운 카테고리로 자리 잡고 있다는 설명이다.
글로벌 트렌드 분석기관 WGSN의 피아 피셔(Pia Fisher) 연구원은 "GLP-1 확산이 소비자의 뷰티 접근 방식 자체를 바꾸고 있다"며 "급격한 체중 감량 과정에서 나타나는 외모 변화와 신체 스트레스 관리 수요가 늘어나면서, 기능성 뷰티와 웰니스 중심 소비가 더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패션 매거진 보그(Vogue) 역시 최근 보고서를 통해 “이제 헤어케어 산업이 가장 과학적인 단계에 진입했다"며 "단순 세정 기능을 넘어 탈모, 두피 노화, 모낭 재생 등 특정 문제를 집중 관리하는 ‘타깃 솔루션’을 앞세워 고기능성 시장으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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