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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체

LG생건, 코스피 9,000 랠리에도 소외… 20만원 붕괴 공포

종목토론방엔 주주들 "남들 다 버는데 우리만 손실"... 시장은 왜 등을 돌렸나!
에이피알에 시총 역전 당한 K-뷰티 공룡, 포트폴리오 붕괴... 인디에 밀리고, 포스트 '더후'도 없고, 유통도 지지부진 3중고

 

[코스인코리아닷컴 김세화 기자] 국내 증시가 사상 처음으로 코스피 9,000선을 돌파하며 역사적 강세장을 이어가는 가운데, 한때 주당 176만 원까지 치솟으며 국내 증시를 대표하는 '황제주'로 불렸던 LG생활건강의 추락이 계속되고 있다. LG그룹 차원에서도 지주사인 ㈜LG를 비롯해 LG전자, LG이노텍 등 주요 계열사가 피지컬 AI와 로봇 산업 수혜 기대감 속에 상승 랠리를 거듭하는 사이, LG생활건강은 투자자의 외면을 받고 있다. 

 

 

LG생활건강은 19일 종가 기준 전 거래일보다 0.63% 하락한 23만5,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올해 초 27만 원대에서 출발한 주가는 5월 한때 27만5,000원까지 반등하며 회복 기대감을 키웠지만, 6월 들어 다시 하락세가 가팔라지면서 연초 대비 12% 이상 떨어졌다. 2021년 기록했던 최고가 176만 원과 비교하면 80% 이상 하락한 수준이다. 한때 국내 증시를 대표하는 황제주로 불렸지만 현재는 시가총액과 성장성 모두에서 시장의 냉정한 평가를 받고 있다.

 

코스피가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는 상황에서 주주들의 박탈감도 커지고 있다. 네이버페이증권 종목토론방 등 투자자 커뮤니티에서는"20만 원선 붕괴가 현실이 되는 것 아니냐", "4년째 기다리고 있지만 달라진 게 없다"는 불만이 잇따르고 있다. 한 주주는 "왕년의 황제주였던 LG생활건강의 시총이 이제는 에이피알(APR)의 5분의 1에 불과하다"며 "남들 다 수익을 내는 코스피 9,000시대에 LG생건 주주들만 거지가 됐다"고 토로했다.

 

주주들이 가장 답답함을 느끼는 지점은 단순한 주가 하락이 아니다. 한때 국내 화장품 업계 절대 강자로 군림했던 LG생활건강이 시장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사이 산업 주도권 자체가 바뀌었다는 점이다.

 

과거 LG생활건강은 럭셔리 브랜드 '더 히스토리 오브 후'를 앞세워 중국 시장과 면세 채널에서 압도적인 성과를 거뒀다. 실제로 2019년 뷰티 사업 매출은 4조 7,000억 원을 넘어섰고 영업이익도 9,000억 원에 육박했다. 그러나 중국 소비 침체와 궈차오(애국 마케팅) 확산, 따이공 시장 축소 등이 겹치면서 성장 공식은 급격히 흔들리기 시작했다.

 

문제는 이후의 대응 과정이다. 업계에서는 LG생활건강이 중국 중심의 성공 경험에 지나치게 의존한 나머지 글로벌 K-뷰티 시장의 변화를 뒤늦게 따라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글로벌 화장품 시장은 다이소와 올리브영, 아마존, 틱톡 등 새로운 유통 플랫폼을 기반으로 성장한 인디 브랜드들이 주도하고 있다. 이들은 소비자 반응을 실시간으로 분석하며 제품 개발과 마케팅 전략을 빠르게 수정하는 방식으로 성장하고 있다.

 

반면 LG생활건강은 뒤늦게 온라인 채널 확대와 중저가 브랜드 육성에 나섰지만 시장에서는 변화 속도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금 시장은 브랜드 규모보다 속도가 중요한 시대"라며 "대기업 특유의 의사결정 구조가 시장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는 데 한계로 작용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국내 화장품 업계 시총 1위 자리도 더 이상 LG생활건강의 몫이 아니다. 뷰티테크를 앞세운 에이피알이 시장의 주목을 받으며 몸집을 키운 사이 LG생활건강은 성장 정체 우려 속에 시총이 크게 감소했다. 과거 황제주와 신흥 강자의 위상이 완전히 뒤바뀐 셈이다.

 

생활용품과 음료 사업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최근 홈플러스 폐점 사태 등 오프라인 유통 환경 변화로 생활용품과 음료 사업 역시 성장성이 둔화되고 있다. 코카콜라 등 강력한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주요 유통 채널 축소와 소비 부진이 겹치면서 실적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LG생활건강은 지난해 말부터 글로벌 로레알 출신 이선주 사장을 선임하고 희망퇴직과 비핵심 사업 매각 추진 등 대대적인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다. 해태HTB 매각 역시 이러한 구조조정의 연장선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시장의 시선은 여전히 냉정하다. 인력 감축과 자산 매각이 수익성 방어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어내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시장에서 LG생활건강의 위기를 단순한 실적 부진이 아닌 성장 모델의 한계로 보는 만큼  비용 절감만으로는 투자자의 신뢰를 회복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LG생활건강 매출액 및 증권가 컨센서스 추이 

 

 

증권가 역시 기대치를 낮추고 있다. FnGuide에 따르면 LG생활건강의 올해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8% 감소한 1조 5,599억 원, 연간 매출은 전년 대비 1.21% 줄어든 6조 2,787억 원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사 평균 목표주가 역시 하향 조정됐다. 

 

업계에서는 LG생활건강의 수익성 회복 시점이 빨라도 2027년 이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유정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반영된 인건비 및 마케팅 비용을 일회성으로 보기 어렵다"며 "사업 구조 개편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관련 비용 반영이 최소 올해 말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올해도 정상적인 이익 창출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결국 투자자들이 원하는 것은 구조조정이 아니라 성장 서사다. 과거 '더후'가 해 시장에서 만들어냈던 성공 신화를 대체할 새로운 브랜드와 시장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포스트 더후'를 이끌 차세대 성장동력을 입증하지 못한다면, 코스피 9,000 시대에도 LG생활건강은 장기 침체를 벗어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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