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인코리아닷컴 김세화 기자] 무신사가 'K-뷰티 플랫폼'으로의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자체 브랜드(PB)의 가파른 성장세를 발판으로 해외 유통망을 확대하는 동시에 국내에서는 대형 오프라인 매장을 구축하며 브랜드 육성과 글로벌 진출을 아우르는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업계에서는 무신사의 공격적인 행보가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새로운 성장 스토리를 확보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고 있다. 무신사가 수익성 높은 뷰티 사업을 또 하나의 성장축으로 육성해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고, 장기적으로는 국내외 뷰티 브랜드를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려는 의도가 담겼다는 분석이다
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무신사 스탠다드 뷰티'의 올해 상반기 온·오프라인 거래액이 전년 동기 대비 153% 증가한 것으로 추산된다. 불과 1년 만에 거래 규모가 2.5배 커진 셈이다. 패션 플랫폼을 이용하던 소비자들이 화장품까지 함께 구매하는, 이른바 '크로스 쇼핑'이 늘면서 거래액 확대에도 힘을 보탠 것으로 풀이된다.
성장을 주도한 것은 스킨케어 부문이다. 무신사 스탠다드는 2021년 7월 첫 뷰티 제품을 출시한 뒤 제품군을 꾸준히 확대해 왔다. 지난해 9월에는 토너, 세럼, 크림, 클렌징폼 등 스킨케어 8종을 선보였다. 이후 선크림과 핸드크림, 립 에센스 등을 잇달아 추가하며 제품군을 19종까지 확대했다. 3,900~5,900원의 합리적인 가격을 앞세운 해당 제품들은 출시 10개월 만에 누적 판매량 48만 개를 넘어서며 빠르게 시장에 안착했다.
국내 화장품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제품 경쟁력도 강화했다. 선크림은 국내 ODM 기업 코스맥스와 공동 개발했으며, LG생활건강의 '온더바디', 도루코의 '슬릭' 등과 협업 제품을 잇달아 출시하며 상품군과 소비자 접점을 넓혔다.
무신사가 최근 가장 공을 들이는 분야는 해외 시장이다. 현재 오드타입(Oddtype), 무신사 스탠다드 뷰티, 위찌(WHIZZY), 노더럽, 이구어퍼스트로피 등 5개의 뷰티 PB를 운영하며 해외 시장 공략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색조 브랜드 오드타입을 중심으로 해외 유통망을 넓히면서 일본과 동남아시아를 넘어 미국과 중동, 호주 등으로 진출 지역을 빠르게 확대하는 모습이다.
해외 사업의 출발점은 일본과 동남아시아다. 오드타입은 일본의 로프트, 프라자, 앳코스메 등 주요 버라이어티숍에 입점하며 현지 유통망을 확보했고, 위찌는 돈키호테 300여 개 매장에서 판매되고 있다. 여기에 싱가포르, 태국,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에서도 판매 채널을 늘리며 아시아 시장에서 브랜드 인지도를 쌓아왔다.
올해 들어서는 진출 지역과 유통 채널의 범위가 한층 확대됐다. 오드타입은 미국 국방부 산하 군 복지 유통기관 AAFES에 입점해 텍사스, 버지니아, 캘리포니아 등 미군 기지 인근 오프라인 매장 27곳에서 판매를 시작했다. AAFES는 전 세계 미군 기지의 PX와 편의점, 온라인몰 등을 운영하는 유통 채널로 현역·퇴역 군인과 가족 등 약 3,000만 명이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동과 호주 시장에도 진출한다. 중동에서는 쿠웨이트 기반 뷰티 플랫폼 부티카(Boutiqaat)를 통해 주요 쇼핑몰 5곳에 입점했으며, 호주에서는 오드타입과 무신사 스탠다드 뷰티, 위찌 등 3개 PB가 현지 유통사 W코스메틱을 통해 시드니·멜버른·브리즈번 등 주요 도시의 50개 오프라인 매장에서 판매될 예정이다. 연내에는 PB를 앞세워 중국 오프라인 시장에도 진출한다.
이처럼 무신사가 뷰티 PB를 앞세워 해외 유통망 확보에 나서는 것은 패션보다 화장품이 시장 진입과 확장에 상대적으로 유리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의류는 국가별 체형과 사이즈, 계절과 기후 차이 등으로 현지화에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다. 반면 화장품은 제품 특성상 국경을 넘어 유통하기가 상대적으로 수월한 데다, 최근 글로벌 수요가 확대되면서 현지 유통업체를 통한 시장 진입 기회도 커지고 있다.
입점 브랜드 전체를 확장하기보다 자체 PB를 먼저 내세우는 전략도 강점이다. 무신사는 PB를 통해 현지 소비자와 유통업체의 반응을 확인하고 브랜드 인지도를 확보한 뒤, 향후 무신사 플랫폼에 입점한 국내 인디 뷰티 브랜드로 해외 사업을 확대하는 사업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뷰티를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한 전략적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무신사는 해외 진출을 위해 입점 브랜드 확대보다는 자체 뷰티 브랜드를 중심에 두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화장품을 통해 현지 소비자와 유통업체의 반응을 살피고 브랜드 인지도를 확보한 뒤, 이를 기반으로 무신사 플랫폼에 입점한 국내 인디 브랜드의 해외 진출을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패션보다 시장 진입이 상대적으로 수월한 화장품을 전초기지 삼아 글로벌 외연을 넓히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패션 브랜드가 해외 시장에 안착하기까지는 현지 소비자 취향과 체형, 유통 환경 등을 고려해야 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며 "반면 화장품은 상대적으로 시장 반응을 빠르게 확인할 수 있어 무신사가 PB를 앞세워 해외 유통망을 선점하려는 전략을 펴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오프라인 거점 구축을 통해 뷰티 사업의 기반을 강화하고 있다. 국내 오프라인 거점에서 경쟁력이 검증된 브랜드를 해외 유통망과 연결함으로써 K-뷰티 브랜드를 발굴하고 성장시키는 플랫폼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이와 관련해 올해 하반기 홍대와 성수에 각각 약 400평 규모의 대형 뷰티 전문 매장을 선보일 예정이다. 그동안 현대백화점 목동점의 무신사 스탠다드 뷰티 단독 매장과 메가스토어 성수 내 뷰티 공간을 운영해 왔지만, 독립적인 초대형 뷰티 로드숍을 선보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홍대와 성수는 1020세대 소비자뿐 아니라 외국인 관광객 유입이 활발한 핵심 상권으로, 무신사는 이곳을 브랜드 경험과 시장성을 확인하는 플래그십 공간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PB 제품뿐 아니라 입점 인디 브랜드를 함께 선보이며 소비자 반응을 확인하고, 해외 시장에서 성장 가능성이 높은 브랜드를 발굴하는 테스트베드로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매년 개최하는 뷰티 페스타도 브랜드 발굴과 육성의 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올해는 이달 21일부터 23일까지 사흘간 서울 성수동 일대에서 개최된다. 해당 행사에는 총 65개의 라이징 뷰티 브랜드가 참여해 차별화된 브랜드 경험을 제공할 예정이다.
무신사의 공격적인 사업 확장 배경으로 IPO가 꼽힌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무신사는 올해 3분기를 목표로 거래소와 예심 청구 일정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하반기에 IPO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상반기 실적을 증권신고서에 반영해야 하는 만큼 반기보고서를 마감하는 8월이 예심 청구 적기로 여겨진다.
무신사는 앞서 지난해 8월 국내외 주요 증권사에 IPO를 위한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배포하며 상장 추진을 공식화했다. 같은 해 12월에는 한국투자증권, KB증권, 씨티글로벌마켓증권, JP모건을 상장 주관사단으로 선정했다. 한국투자증권이 대표 주관을 맡고, 나머지 3개 증권사가 공동 주관사로 참여한다.
시장에서는 무신사의 기업가치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무신사는 2023년 마지막 투자 유치 당시 3조 원 중반대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으며, 지난해 상장 주관사 선정 과정에서는 일부 증권사가 10조 원 이상의 밸류에이션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매출 역시 2년 연속 1조 원대를 유지하면서 IPO 시장에서 대형 후보로 주목받고 있다.
무신사는 2023년 마지막 투자 유치 당시 3조 원 중반대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지난해 상장 주관사 선정 과정에서는 모든 증권사가 기업가치 10조 원 이상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매출 역시 2년 연속 1조 원대를 유지하며 ‘IPO 대어’를 향한 시장의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다만 상장 과정에서 시장 기대치와 기업가치 간 간극을 좁히는 과제가 남아 있다. 비상장 주식 거래 플랫폼 '네이버페이 비상장'에서 거래되는 무신사의 추정 시가총액은 약 5조 원 수준이다. 지난해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이 2,480억 원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재 평가액은 EBITDA 대비 20배 이상의 수준이다. 당초 시장에서 거론된 10조 원 안팎의 기업가치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더 높은 성장성을 입증해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수익성 지표가 IPO의 주요 변수로 꼽힌다. 무신사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최근 3년간 성장세를 이어갔지만, 당기순이익은 289억 원에서 77억 원으로 감소했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부채로 인식하는 회계정책 변경에 따른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무신사의 뷰티 사업 성패가 PB, 국내 오프라인 거점, 글로벌 유통망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플랫폼 모델을 얼마나 빠르게 구축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평가한다. 패션 플랫폼에서 축적한 브랜드 발굴과 육성 역량을 뷰티 분야에서도 재현하고, 이를 IPO 이후 새로운 성장 스토리로 이어갈 수 있을지가 관전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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