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인코리아닷컴 김세화 기자] 지난해 국내 화장품 업계는 리레이팅(가치 재평가)이 진행되며 쉽지 않은 한 해를 보냈다. 지난해 초반 소비재 수출 확대로 주가가 가파르게 상승하다 6~7월 고점을 찍은 후에는 하락세로 돌아섰다. 하지만 올해는 주가 조정 국면을 벗어나 반등하며 확장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화장품 업종의 수익률은 -14.4%로 코스피 전체 수익률 대비 -4.8%포인트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화장품 업종의 특성상 대형주(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의 비중이 높아 세부 업종별로는 주가 상이한 흐름이 확인된다. 시가총액 기준 수익률은 ODM사 10%, 중소형 브랜드사 51%, 대형 브랜드사 -22%로 대형주의 실적 부진이 화장품 섹터의 침체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화장품 세부 업종 시가총액 추이 (단위 : %)
특히 ODM 4사(코스맥스, 한국콜마, 코스메카코리아, 씨앤씨인터내셔널)는 2022년 코로나19 팬데믹 직후 저점을 찍은 후 지속적으로 우상향 흐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가파른 주가 조정으로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Fwd P/E)이 지난해 6월 20배에서 12월 10.8배로 급락했다. 높아진 수익성과 매출 성장률을 고려할 때 현저히 저평가된 구간이라는 판단이다.
교보증권은 2025년 연간 전망을 통해 올해 화장품 업종에서 주목해야 할 요소로 ▲미국 시장 내 오프라인 채널 확장 ▲색조 화장품 카테고리의 성장 ▲유럽, 중동 수출 확대와 중국의 소비 회복 기대감을 꼽았다.
최근 국내 뷰티 브랜드가 미국 시장의 주요 오프라인 유통망에 적극적으로 입점하고 있다. 올해는 얼타뷰티(Ulta Beauty), 코스트코(Costco), 타겟(Target), 세포라 등 진입장벽이 높은 미국 대형 유통사와의 협업이 확대되면서 K뷰티 브랜드의 영향력이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특히 아누아(ANUA)는 '미국판 올리브영'으로 부리는 현지 유통업체 얼타뷰티(Ulta Beauty)와의 직거래를 성사시키며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해 12월 얼타뷰티의 온라인몰에 입점한 아누아는 올해 2월 1,500여 전 매장에 입점을 완료했다. K뷰티 브랜드 최초로 미국 현지 대형 유통사와 직거래를 통해 초도 물량부터 전 점포 입점에 성공한 사례다.
티르티르(TIRTIR)는 얼타뷰티 400여 개 매장에 설치된 프레스티지존에 입점하고 마녀공장은 얼타뷰티와 코스트코에 이어 미국 내 2,000여 개 오프라인 매장을 보유한 타겟이 입점할 예정이다. 올해 초 얼타뷰티 온라인몰에 입점한 브이티는 3분기 미국 전역의 오프라인 점포에 입점이 확정됐다. 같은 기간 코스트코 오프라인 매장에서 입점할 예정이다.
이들 브랜드의 채널 확장에 따른 성과는 이르면 올해 1분기, 늦어도 하반기 실적에 본격적으로 반영돼 매출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화장품 시장에서 오프라인 채널의 비중이 70%에 달하는 만큼 K뷰티의 미국 오프라인 진출이 가속화된다면 성장 모멘텀은 더욱 극대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색조 화장품의 성장 가능성도 긍정적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티르티르의 ‘레드핏 쿠션 파운데이션'이 미국에서 성공을 거두며 K-뷰티 색조 화장품의 경쟁력을 입증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미국 시장은 다양한 피부톤과 인종별 트렌드를 반영해야 하는 높은 진입 장벽이 있지만 국내 브랜드들이 이를 극복하며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K-뷰티의 색조 화장품은 클리오, 페리페라, 롬앤 등의 립 메이크업 제품이 아마존 등에서 높은 순위를 기록하며 인기를 끌었다. 해당 제품들은 미국의 MZ세대 소비자들에게 심리적 만족감을 제공하며 트렌디한 색상과 합리적인 가격으로 경쟁력을 확보했다.
이러한 성과로 한국 색조 화장품의 대미 수출액은 2020년 1억 2,396만 달러에서 2024년 2억 6,779만 달러로 2.2배 증가했다. K뷰티의 기술력과 차별화된 제품 경쟁력이 글로벌 소비자들에게 점차 인정받고 있는 만큼 색조 화장품 카테고리에서 국내 브랜드의 미국 시장 내 입지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실리콘투 지역별 매출 비중(2024년 3분기 기준, 단위 : %)
미국과 중국을 넘어 유럽과 중동 지역으로의 수출 확대도 기대되는 부분이다. 유통업체인 실리콘투의 지난해 3분기 지역별 매출을 보면 미국이 전년 동기 대비 80% 증가했고 유럽(네덜란드, 폴란드)과 중동(아랍에미리트)이 각각 241%, 873%의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동남아시아(말레이시아) 매출도 전년 대비 50% 성장하며 호실적을 기록했다.
실리콘투는 지난해 영국과 프랑스 지사를 설립하면서 유럽에서의 보폭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아랍에미리트(UAE)를 비롯한 중동 시장에서 지사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경이적인 성장률을 기록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실리콘투는 올해 중동 지사 설립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까지만 한국 화장품의 최대 소비처였던 중국은 소비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으로 무역 불확실성이 확대된 상황에서 내수로 방어하겠다는 전략인 만큼 중국 정부의 추가적인 경기 부양책과 통화 완화 기조가 더해질 경우 성장 여력이 충분할 것으로 예상된다.
교보증권은 올해 중국 화장품 시장의 키워드로 ▲숏폼 채널 강세 ▲로컬 브랜드 ▲가성비를 꼽았다. 지난해 광군제 행사에서는 타오바오, 티몰 등 전통적인 온라인몰의 점유율이 감소하는 대신 틱톡 등 숏폼 채널을 새로운 유통 채널로 급부상했다.
2024년 중국 화장품 카테고리별 로컬 매출 비중 (단위 : %)
중국 자국 제품에 대한 애국 소비도 소비 트렌드를 크게 변화시켰다. 중국 현지 로컬 브랜드는 2024년 기준 53만여 개로 매출과 물량 면에서 해외 브랜드를 압도하며 자국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이와 함께 팬데믹 이후 실용성과 가성비가 주요 구매 결정 요인으로 부각되면서 로컬 브랜드의 400위안 이하 저가 제품이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중국 시장의 트렌드를 감안할 때 경기 부양책 등에 따른 소비 회복 시 한국 자체 브랜드의 성과 회복보다는 중국 현지 로컬 브랜드를 고객사로 확보한 ODM 업체들이 유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주요 증권사들은 화장품 섹터 내 최선호주로 ODM사인 코스맥스와 한국콜마를 제시하며 글로벌 시장 확대에 따른 수혜를 전망했다.
교보증권은 코스맥스의 올해 실적 전망치로 매출은 전년 대비 14% 증가한 2조 4,000억 원, 영업이익은 21% 증가한 2조 1,000억 원을 제시했다. 한국 법인은 인디 브랜드의 수출과 직수출이 동반 성장하는 가운데 생산능력(CAPA)이 7억 8,000개에서 10억 개로 증가하면서 올해도 견조한 성장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지난해부터 이어진 중국 정부의 경기 부양책 효과가 가시화된다면 현지 로컬 브랜드사를 가장 많이 보유한 코스맥스가 최대 수혜를 받을 것으로 판단된다. 코스맥스의 중국 매출 비중은 30% 수준으로 경쟁사 대비 높은 수준이다.
한국콜마는 올해 매출이 전년 대비 13% 증가한 2조 8,000억 원, 영업이익은 21% 증가한 2,500억 원으로 예상된다. 한국 법인은 확대된 생산능력을 바탕으로 인디 브랜드의 수주가 증가하는 가운데, 글로벌 브랜드의 선 케어 제품의 매출 기대감이 반영됐다.
미국은 올해 4월 제2공장을 가동해 스킨케어와 선 케어 제품을 중심으로 영업할 예정이다. 신설 공장은 자동화율이 높은 데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으로 한국 브랜드의 현지 생산 요청 증가하고 있어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연내 미국 서부 스튜디오를 오픈해 로컬 인디 브랜드에 대한 영업망을 강화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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