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인코리아닷컴 한지원 기자] ‘피부에 좋은 화장품’이라는 기준은 이제 너무 당연해졌다. 소비자들은 화장품이 만들어지고, 유통되고, 소비되고, 버려지는 모든 과정에서 환경과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주목하기 시작했다. 이처럼 인체와 환경 모두에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가치를 담은 ‘클린뷰티(Clean Beauty)’가 글로벌 뷰티 시장의 핵심 키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실제로 클린뷰티 시장은 연평균 약 10%의 성장률을 보이며 빠르게 몸집을 키우고 있다. 특히 북미와 유럽 시장에서는 클린뷰티가 단순한 마케팅을 넘어, 제품의 성분과 생산·유통 전반에 걸친 투명성과 지속가능성을 입증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필수 요건으로 자리 잡았다. 국내에서도 클린뷰티 단체표준 제정과 화장품 안전성평가 제도 입법화 등 제도적 변화가 이어지며, 새로운 도약의 시점을 맞이하고 있다.
이 변화의 흐름 속에서, ‘슬록(SLOC)’은 단순히 친환경 화장품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클린뷰티 브랜드들이 탄탄하게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돕는 ‘전문 지원팀’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탄소발자국 산정과 지속가능성 검증 서비스 ‘K-서스테이너블’, 워터리스 제형 개발, 창업 전주기 컨설팅 등 다양한 기술과 플랫폼을 통해 뷰티 산업 전반의 변화를 실질적으로 이끌어가고 있다.
클린뷰티 기준을 충족한 브랜드들이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도록 돕고, 더 나아가 국내 뷰티 산업 전반을 ‘지속가능한 생태계’로 전환하는 것. 바로 이것이 슬록이 꿈꾸는 미래이자, 그들이 멈추지 않고 도전하는 이유다. 김기현 대표를 직접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Q1) 슬록은 어떤 회사인가요?
슬록은 ‘Sustainable, Long-lasting, Organic Cosmetics’의 약자로, 클린뷰티 전문 회사이다. 화장품 제조사, 광고대행사 출신의 실무 전문가들이 모여 2022년 설립했다. 회사소개 장표 등 공식 문서에서는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기술과 서비스로 지속가능한 뷰티산업으로의 전환을 지원하는 기업’이라고 말하고 있다. 자사제품을 브랜딩하는 일을 제외한 클린뷰티와 관련된 일들을 거의 다 하고 있으며, ‘클린뷰티 전문지원팀’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Q2) 말씀하신 ‘지속가능한 뷰티’란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나요?
지속가능한 뷰티는 단순히 피부에 좋은 제품이 아니라, 생산부터 유통, 소비, 폐기까지 전 과정에서 환경과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뷰티 제품을 말한다. 예를 들어, 재활용이 쉬운 포장재를 사용하거나, 리사이클·업사이클 소재를 활용하고, 리필이 가능한 용기를 사용하는 등의 친환경 포장이 이에 해당한다.
또 물 사용을 줄인 워터리스 제형, 에너지 투입량을 줄인 유화 공법, 윤리적 원료와 비건 처방 등 제형과 사용 방식에서 환경에 주는 부담을 줄인 제품도 해당된다. 실제로 세포라, 울타, 컬트뷰티 같은 해외 유명 유통채널을 보면, 피부에 무해한 클린성분은 기본이고, 이러한 지속가능성이 클린뷰티의 핵심 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Q3) 슬록이 주력으로 하는 사업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현재는 ‘클린뷰티 창업 전주기 지원’에 가장 많은 힘을 쏟고 있다. 제품을 어떻게 기획할지, 어떤 OEM을 만나야 할지, 패키지 디자인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 초기 단계부터 마케팅, 수출, 인증까지 창업 전 과정을 실무 중심으로 지원하고 있다.
또 자체 특허기술인 탄소발자국 계산 기술을 활용해 공장이 없는 브랜드도 쉽게 제품 한 개의 탄소배출량을 확인할 수 있도록 제공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국내 최초의 클린뷰티 3자 검증서비스 ‘K-서스테이너블’도 운영 중이다.
뿐만 아니라, 탄소 저감 효과가 있는 워터리스 제형을 개발해 ODM으로 공급하고 있으며, 자사가 쌓아온 경험과 데이터를 활용한 B2B 마케팅 서비스도 함께 제공하고 있다. 여러 가지 일을 두서없이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모두 ‘클린뷰티로의 전환’이라는 한 가지 목표에서 출발한 관련 업무들이다.
Q4) ‘K-서스테이너블’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주세요.
‘K-서스테이너블’은 자사가 개발한 국내 최초의 화장품 지속가능성 검증 서비스이다. 제품의 탄소발자국을 산정한 뒤, 제품의 환경적 가치와 브랜드(또는 기업)의 사회적 가치를 정성적으로 평가해 종합적인 지속가능성을 검증한다. 일정 기준을 충족하면 ‘AAA’와 같은 등급을 부여하고, 확인서, 보고서와 함께 로고 등 마케팅에 활용할 수 있는 자료를 제공한다.
기업은 이를 통해 ESG 경쟁력을 외부에 알릴 수 있고, 소비자는 그린워싱 걱정 없이 가치 있는 소비를 할 수 있다. 검증이면서 동시에 클린뷰티 마케팅 도구가 되는 셈이다. 해외에는 영국의 프로방스(Provenance)라는 기업이 유사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는데, 200개 이상의 브랜드와 유통채널이 이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Q5) 클린뷰티 트렌드에 맞춰 많은 기업들이 관련 서비스와 제품을 선보이고 있는데, 이중 K-서스테이너블이 갖고 있는 차별점은 무엇인가요?
K-서스테이너블은 정량적 검증(탄소발자국 산정)과 정성적 검증(환경·사회적 가치 평가)을 한 번에 제공하는 유일한 검증 서비스이다. 기업이 이 과정을 각각 따로 진행할 경우 시간도 오래 걸리고 비용도 엄청 많이 들지만, K-서스테이너블을 이용하면 이를 대폭적으로 줄일 수 있다.
또 많은 브랜드들이 탄소발자국을 산정하고 싶어도 데이터 수집과 분석에 드는 시간과 비용 부담 때문에 검토만 하다 실제 실행에 옮기진 못한다. 하지만 K-서스테이너블은 기본 자료만 제공하면, 아주 완전하지는 않지만 대략 1주일 안에 제품의 생애 전 주기에 대한 탄소배출량을 분석하고, 환경·사회적 가치를 함께 평가해 과학적인 지속가능성 진단 보고서와 마케팅에 활용 가능한 자료까지 제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Q6) K-서스테이너블을 통해 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낸 제품이나 브랜드가 있나요?
탄소발자국 수치는 일반 소비자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숫자일 수 있다. 또 제품의 ‘무게’를 기준으로 계산되기 때문에, 대용량 제품은 당연히 배출량 수치가 높아 숫자만 보고 ‘많다’, ‘적다’를 쉽게 판단할 수 없다.
그래서 검증의 효과를 높이려면 의뢰하는 기업도, 검증을 수행하는 기관도 소비자가 이해하기 쉽도록 ‘소구 포인트’를 잘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150ml 토너 제품을 200ml로 업그레이드하면 전체 배출량은 증가하지만, 이를 1회 사용 기준(1회당 3g사용한다고 가정)으로 환산해보면, 포장재 비중이 낮아져 오히려 1회 사용 시 배출량이 줄어드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자사가 검증한 ‘피치홀릭 프로바이오틱스 워터릴리프 버블 토너’라는 제품은 용량을 150ml에서 200ml로 증량하면서, 전체 배출량은 다소 늘었지만 1회 사용 시 배출량은 오히려 약 17% 감소했다.
또 다른 사례로는 최근 론칭한 업사이클링 브랜드 ‘기분좋음’이 있다. 사용이 가능한 불용 용기, 펌프, 향료를 활용해 ‘기분좋음 리미티드 에디션 핸드워시’를 만들었다. 이처럼 새로운 원부자재를 생산하지 않고 남은 자원을 재사용하면 생산·폐기 단계에서의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고, 그 감축 효과를 소비자에게 이해하기 쉬운 방식으로 설명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기분좋음’ 200ml 핸드워시는 연간 잣나무 1.6그루, 300ml는 1.7그루를 심는 것과 비슷한 식재 효과가 있었다. 이처럼 비교 기준이 명확할 경우, 소비자가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검증 결과를 설명할 수 있어 설득력도 높아지고, 지속가능성 마케팅 효과도 훨씬 커진다.
Q7) 다양한 교육 세미나도 진행하고 계시는데, 어떤 내용인지 설명 부탁드려요.
자사의 ‘창업 전주기 지원 프로그램’에는 총 10개 분야에 걸쳐 약 20명의 업계 전문가 멘토들이 함께하고 있다. 그리고 멘토진과 함께 매월 다양한 무료 창업 세미나, 멘토링, 네트워킹, 상담회 등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스타트업의 경우 사업 단계별로 겪는 어려움이 다르기 때문에, 일방적인 교육보다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개별적인 문제 해결을 돕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저희도 창업 초기 많은 컨설팅을 받아봤지만, 업종에 대한 이해가 높은 멘토들의 실무 중심의 조언이 늘 아쉬웠다. 그래서 저희는 듣기 좋은 뻔한 이야기보다는 실제로 ‘바로 써먹을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예를 들면, 소량생산 가능한 제조업체를 찾는 방법, SNS를 활용해 해외 바이어를 발굴하는 방법, 실무에 유용한 패키지 디자인 팁, 국가별 인증이나 수출 절차 등을 실제 현업에서 활동중인 멘토진들이 직접 알려드리기 때문에, 참여하신 분들께서 ‘현장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어 좋다’는 피드백을 많이 주신다.
Q8) 클린뷰티 제품 개발도 진행하고 계신다고 들었습니다.
자사는 워터리스 제형 분야에 주목하고 있다. 화장품을 흔히 '물장사'라고 하지만, 물을 사용하지 않으면 제품의 부피와 무게를 줄일 수 있어 환경 부담을 크게 낮출 수 있다. 또 물이 빠지면 방부제나 불필요한 첨가제를 줄일 수 있어, 그만큼 액티브 성분의 함량을 높일 수 있고, 효능감이 좋아지는 장점이 있다. 글로벌 워터리스 화장품 시장은 연 7.2%, 미국 시장만 놓고 보면 약 12%로 성장세가 가파라 경제적 측면에서도 충분히 주목할 만한 분야이다.
올해 초 파우더 제형 샴푸를 개발해 ODM 영업을 진행 중이며 그 외에도 파우더, 타블렛 등 다양한 워터리스 제형 제품을 실험하고 있다. 슬록에 발주를 주시면 내용물과 함께, 제형의 경량화에 따른 탄소저감 등 환경적 효과 데이터도 함께 제공해드리고 있다. 가을경에는 현재 개발 중인 신제형 워터리스 제품을 공식적으로 선보이는 자리를 마련할 예정이다.
Q9) 현재 준비하고 있는 새로운 사업이 있으신가요?
자사의 사업을 정리해보면, ‘클린뷰티’라는 하나의 목표 아래 ‘테크’와 ‘플랫폼’이라는 두 가지 축으로 나눌 수 있다. 테크에 대해선 앞에서 말씀드렸고 플랫폼에 대해 말씀드리면, 현재 저희는 클린뷰티 비즈니스 플랫폼인 K-서스테이너블, 뉴스레터 ‘슬슬라잎’, 오픈채팅방, 그리고 K-서스테이너블 소사이어티 등 여러 채널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약 7,000명 이상의 화장품 업계 종사자들과 활발히 소통하고 있다.
수치만 보면 아주 많은 숫자는 아닐 수 있지만, 화장품, 뷰티업계로 특화된 정제된 데이터베이스이고 노출율, 참여전환율 같은 커뮤니케이션 지표들이 좋아서 앞으로 이 플랫폼을 기반으로 더 많은 활동을 전개할 계획이다.
예를 들어 친환경 용기나 원료, 제형 제조업체들을 위한 무료 홍보 프로그램,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한 B2B 마케팅 서비스 등을 통해 클린뷰티 시장 활성화에 마케팅·커뮤니케이션 측면에서 작은 역할이라도 보태도록 하겠다.
Q10) 앞으로 클린뷰티 트렌드의 방향이 어떻게 흘러갈 거라 예측하시는지, 그에 맞게 슬록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예정인지 궁금합니다.
클린뷰티의 두 가지 핵심 요소는 바로 ‘클린 성분’과 ‘지속가능성’이다. 지금까지는 클린뷰티가 그린 마케팅 성격이 강했다면, 앞으로는 이 두 가지 요소의 본질을 정확히 이해하고 이를 제품에 담아내며 투명하게 공개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다.
글로벌 클린뷰티 시장은 연평균 약 10%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으며, 북미와 유럽은 이미 클린 성분과 지속가능성 기준이 점점 더 강화되는 추세이다. 반면, 국내는 아직 명확한 기준이 없고 인식 전환도 더딘 편이라 글로벌 기준과의 차이가 존재해왔다.
하지만 2025년에는 화장품 안전성평가 제도의 입법화와 클린뷰티 단체표준 제정 등 여러 제도가 마련되면서, 국내 시장도 뚜렷한 방향성과 기준을 갖추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클린 성분 측면에서는 안전성평가제도를 기본으로 PFAS, 미세플라스틱, 나노물질 등 유해 우려 성분의 배제와 이에 대한 입증이 중요해질 것이다. 또 클린뷰티 단체표준에 부합하는 클린 포뮬라와 탄소 저감형 용기 사용이 필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트렌드와 제도의 변화를 잘 이해하고 선제적으로 준비한 브랜드에게는 분명 큰 기회가 될 것이다. 반면, 준비가 부족한 브랜드에겐 혼란의 시기가 될 수도 있다. 저는 클린뷰티 단체표준 제정에 기술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슬록이 클린뷰티 창업지원사업을 시작한 것도 바로 이러한 흐름 속에서,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K-클린뷰티 브랜드들이 많이 탄생하길 바라는 마음에서이다. 앞으로 잘 준비하면 클린뷰티는 K-뷰티의 추가적인 성장 동력이 될 수 있을 거라 본다.
Q11) 슬록이 이루고자 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인가요?
슬록의 목표는 거창하게 말하면 ‘지속가능한 뷰티 생태계로의 전환’, 현실적으로 말하면 ‘클린뷰티사업을 계속 해 나가는 것’이다.
혁신적인 기술과 제품이 사장되지 않도록 알리고, 연결하며, 클린뷰티 기준에 부합하는 브랜드들이 시장에서 더 많이 인정받을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것. 창업자들이 실패 확률을 줄이고 더 잘 시작할 수 있도록 돕는 것. 그리고 아무도 나서지 않을 때 가끔은 먼저 나서서 페이스메이커가 되는 것. 결국엔 우리 모두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건강한 클린뷰티 생태계를 만드는 것. 이 모든 것이 슬록이 꿈꾸는 방향이자 앞으로도 꾸준히 해 나가야 할 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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