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인코리아닷컴 이은주] 덴마크는 2010년 프로필 파라벤과 부틸 파라벤을 3세 미만의 유아가 사용하는 화장품에 사용금지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덴마크 정부는 화장품 업계가 파라벤이 내분비 교란물질이 아니라는 증거를 제시하라고 했으나 5년 동안 제출하지 않았기에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노르웨이에서는 임산부에게 파라벤을 사용하지 말것을 권장하고 있다. 국제 비영리 환경운동단체 ChemSec(Chemical Secretariat)는 SIN 2.0을 통해 내분비 교란물질 22개의 리스트를 공개했고 이 중 프로필 파라벤과 부틸 파라벤을 언급하였다.
유럽연합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는 2014년 2월을 기점으로 트리클로산과 5종의 파라벤(이소프로필, 이소부틸, 페닐, 벤진, 펜틸파라벤)을 금지한다고 밝혔으며, 프로필파라벤과 부틸파라벤은 최대 허용 농도를 0.4%에서 0.19%로 제한선을 낮추고, 생후 6개월 이하 유아제품에는 전면 금지를 선언했다.

▲ SIN 2.0 List 캡쳐. |
파라벤은 화장품에 가장 보편적으로 쓰이는 방부제였다. 5년 전 겁없이 파라벤의 위험성에 대해 책에 쓴 후 파라벤은 화장품 안전성에 관한 성분 이야기만 나오면 단골손님처럼 등장하고 있다.
파라벤에 대한 의견은 입장에 따라 확연히 달랐다. 아직도 일부 전문가와 화장품 회사에서는 파라벤을 사용하지 않게 되면 마치 시중에 나와 있는 화장품은 미생물의 오염으로 안전할 수 없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 화장품의 비밀이 세상의 주목을 받기 시작할 때쯤 화장품 회사의 연구원으로 일하는 선배가 회사에서 파라벤을 없앤 새로운 제품을 빨리 만들어내라고 회사에서 지시가 떨어졌다며 원망의 눈초리로 쳐다보던 것을 잊을 수 없다.
아니라고는 했지만, 화장품 시장에 파라벤의 여파가 어느정도 미칠 것이라는 것을 그들은 알고 있었다. 파라벤이 들어가지 않은 제품을 만나는 것이 2009년에는 조금 힘들었지만 지금은 손쉽게 찾을 수 있다.
파라벤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자 결국 식약처는 2012년 3~18세 남녀 1021명을 대상으로 임상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10명 중 9명의 소변에서 파라벤이 검출되었다고 식약처는 발표하였다.
물론 화장품에 들어간 파라벤으로 인한 것인지 명확하게 증명할 수는 없다. 하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파라벤에 심각하게 노출되고 있다는 사실만은 확실히 알 수 있는 결과였다.
모든 화장품에서 파라벤이 없어져야 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은 현존하는 가장 탁월한 방부제임은 인정한다. 그렇기에 쉽게 오염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제형의 제품에는 어느 정도의 파라벤이 필요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파라벤은 통상적 기준에서 좀 더 다른 시각으로 봐야 한다.
먼저 우리나라 특히 성인 여성의 경우 파라벤이 함유된 퍼스널케어 제품을 너무 많이 사용하고 있다.
단기간 다량의 제품 사용 뿐 아니라 태어나는 순간부터 화학성분으로 뒤덮인 퍼스널케어를 접하고 있으니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상황이 이 정도 되면 함량제한도 의미는 없어진다.
0.4%로 함량 규제를 하여도, 그런 제품을 1개 사용하는 사람과 10개 사용하는 사람은 다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특히 파라벤이 내분비 교란 물질로 언급되는 것이 더욱 문제다.
내분비 교란 물질은 출산을 해야 되는 여성의 입장에서 자신은 물론이고, 자녀에게도 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무엇보다 중요하다.
일본 후쿠시마에서 방사능이 누출되었을 때 전문가들이 가장 두려워했던 것이 방사능에 노출된 피해가 현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뿐 아니라 다음 세대에까지 고스란히 전해져야 하기 때문이었다. 내분비 교란 물질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는 것에 대해 심각성을 느끼길 바란다.
파라벤에 대한 많은 관심은 무파라벤 제품의 러시로 나타났다. 파라벤을 대체할 방부제가 없어서 제품을 못 만든다고 했었던 몇몇 화장품 회사의 말이 무색할 정도로 많은 제품들이 쏟아졌다.
가끔씩 저자는 A라고 말했는데, 상대방이 B로 알아들을 때가 있다. 저자는 파라벤을 이야기할 때 화장품에 사용되는 수많은 성분 중 현재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을 이야기했다.
유럽을 중심으로 내분비 교란 물질로 인정돼 금지의 움직임을 보이는 성분이며, 우리도 화장품에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마음으로 글을 썼다.
그런데 이 마음이 화장품 회사의 마케팅에 적용되면서 다른 언어로 해석이 되었다.
“우리 제품은 파라벤이 들어가지 않은 안전한 화장품입니다”
너무도 지나친 일반화의 오류 아닌가? 긴 생머리에 호감을 보이는 남성에게 긴 생머리를 가진 가수 김태원씨를 소개하며 너의 이상형이니 한번 잘해보라는 이야기와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언론에서 파라벤이 논란이 되니 일단 파라벤이라도 들어가지 않은 제품을 사는 소비자의 심리를 이용한 비양심적 마케팅이라 생각할 수 밖에 없다.
물론 파라벤 뿐 아니라, 논란이 되는 일부 성분들 모두를 넣지 않은 착한 제품들도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많은 논란 성분을 배제하고 제품을 만든 브랜드들은 위의 회사처럼 파라벤을 전면에 내세워 광고하지 않는다.
그들이 배제한 성분 중 하나에 불과하다고 판단했을거라 생각된다. 하지만, 많이 알려진 논란 성분 3~5개를 배재한 3Free(無), 5Free(無)가 자연주의 화장품이나, 천연 화장품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즉 파라벤이 들어가지 않았다고 안전한 화장품이 되는 것이 아니라 파라벤은 안전한 화장품을 선택하기 위한 최소한의 기준에 불가할 뿐이다.
프로필 : 열린사이버대학교 뷰티디자인학과 겸임교수, 연성대학교 출강, 국제미용대회 심사위원, 주요 기업 화장품 관련 자문, 인터뷰(KBS, SBS, CBS, YTN 등), 화장품 강의
저서 : 대한민국 화장품의 비밀, 에센스 화장품학, 피부 미용사 실기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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