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0.29 (일)

  • 맑음동두천 8.0℃
  • 맑음강릉 11.4℃
  • 맑음서울 12.4℃
  • 맑음대전 10.7℃
  • 맑음대구 12.3℃
  • 구름조금울산 13.1℃
  • 맑음광주 13.8℃
  • 맑음부산 15.1℃
  • 구름많음고창 11.1℃
  • 맑음제주 15.8℃
  • 맑음강화 8.8℃
  • 맑음보은 6.6℃
  • 맑음금산 10.1℃
  • 맑음강진군 11.8℃
  • 맑음경주시 9.0℃
  • 구름조금거제 12.4℃
기상청 제공

이슈&이슈

엔저 공세, 일본 진출 한국 브랜드 '극과 극'

대부분 업체 매출 급락 '고전'…토니모리, LG생활건강 '건제' 대조


[코스인코리아닷컴 지화정 기자] 엔저의 공세로 일본에 진출했던 한국 기업들이 줄줄이 발을 빼고 있다. 하지만 이 와중에도 굳건히 일본 중심가를 차지하고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기업들도 있다. 일본 소비자들이 한국 화장품을 선택하는 이유가 가격만은 아니라는 증거이다. 

원-엔 환율 변동 그래프



▲ 출처 : 네이버 해외정보.

중국 소비자들의 뜨거운 반응으로 승승장구 중인 국내 1위 업체 아모레퍼시픽. 2006년 당당히 자사 최고급 브랜드 '아모레퍼시픽'을 일본 최고 백화점 매장들에 입점시키며 국내 대표 브랜드로서 활약을 이어갔다. 

하지만 엔저의 공세가 시작되면서 올해까지 8개 매장을 모두 철수했다. 미샤를 운영하는 에이블씨엔씨 역시 일본 매장의 매출이 갈수록 하락하고 있다. 스킨푸드나 네이처리퍼블릭, 더페이스샵 등 국내 대표 로드샵들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태이다.

이런 상황은 작년의 수출실적 자료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2013년 한국 화장품 수출국 2위였던 일본이 2014년부터 홍콩에게 자리를 뺏겼다. 

2014년 식약처의 발표 자료에도 국내 제조 화장품 수출 1위인 중국(전년 기준 86.7% 증가)과 홍콩(전년 기준 69.7%)은 큰 성장률을 보였지만 일본의 화장품 수출은 오히려 역성장했다. 

물론 엔저에 따른 가격 경쟁력에서 크게 뒤쳐진 것이 가장 큰 원인이지만 저렴한 가격의 로드샵 브랜드 매출까지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는 것을 고려한다면 이유는 훨씬 더 복합적일 수 있다.

현재 중국과 동남아에서 한국 화장품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는 배경에는 ‘한류’가 있다. 일본은 그 한류 열풍이 처음 시작된 나라이다. 배용준이나 최지우와 같은 한류스타가 탄생하면서 화장품 산업 역시 크게 성장할 수 있었다. 명동을 화장품 천국으로 만든 것도 일본 관광객들의 힘이다. 

그런데 최근 매장 내 일본어 제품명도 중국어로 전부 교체됐다. 면세점과 백화점도 중국인에게 최적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일본 소비자가 급감했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다. 

                            2013~2014년 화장품 수출 동향 



▲ 출처 : 관세청.

일본의 고가 화장품 시장이 힘을 잃은 것도 하나의 원인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큰 이유는 15년간 이어진 일본의 한류 황금기 동안 제품력으로 일본 소비자들의 마음을 잡지 못한 것이 아닐까.

수출기업과 한국 정부들은 악재가 겹쳤다고 입을 모으고 있는 상태이다. 하지만 그렇게만 볼 것은 아니다. 국내 화장품이 글로벌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면 현재의 상황은 오히려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다. 

현재 중국과 동남아 시장에서의 국내 화장품 브랜드가 큰 인기를 얻으면서 화장품 기업의 주식은 끝을 모르고 뛰고 있으며 매장을 늘릴 때마다 돈을 끌어 모으고 있는 모양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지금의 인기가 4~5년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문제는 그 이후를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류는 드라이아이스와 같다. 단단함이 영원할 것 같지만 언제든지 연기처럼 사라져버릴 수 있는 불안한 지지대일 뿐이다. 그렇다면 일본에서 그러했듯이 중국와 동남아에서 지금의 열기가 사라졌을 때 지금처럼 또 다른 국가를 찾아나설 것인가? 

현재의 일본에서 그 답을 찾아야 한다. 제품력을 높이고 새로운 전략을 테스트해 어떤 시장에서도 통할 수 있는 자사의 독보적 무기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다행히도 국내 기업들은 포기하지 않고 자신들의 장점을 부각해 일본을 공략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데 부심하고 있다. 

국내 화장품 브랜드 중 독보적으로 일본에서 흑자를 지속하고 있는 토니모리는 지금도 일본 내에서 단독샵 12개와 샵인샵 3000개를 운영하고 있다. 

엔저에도 끄덕없는 토니모리의 경쟁력은 '유니크함'이다. 입술 모양이나 과일 모양의 독특한 패키징으로 아기자기한 디자인을 좋아하는 일본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토니모리 관계자는 향후 일본 매장을 더 확대할 계획도 있다고 밝혔다. 

비교적 선방한 LG생활건강은 현지 기업을 인수하는 전략이 통했다는 분석이다. 유통망 확보라는 선점과제를 해결한 것이 주효했다. 

최근 중국인을 대상으로 큰 재미를 본 로얄스킨 역시 지난 4월 일본에서 열린 ‘K-CON’ 참가를 시작으로 일본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로얄스킨 관계자는 “엔저 때문에 오히려 다른 나라의 바이오들이 일본 대신 한국을 선택하면서 반사이익도 누리고 있어 지금 상황을 부정적으로만 보지는 않는다”고 말하며 “일본은 여전히 한국 화장품 기업들에게 의미 있는 지역이다”고 평가했다. 

아모레퍼시픽은 고급 브랜드 대신 세계적인 트렌드를 바꾼 ‘아이오페’를 필두로 한 대중 브랜드로 일본을 재공략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아이오페는 일본 전용 에어쿠션 제품을 출시해 일본 공급 물량을 늘릴 계획이다. 

통하지 않을 수 있다. 그 두려움만 이겨낸다면 전세계를 무대로 삼을 수 있다. 5년 후 승리의 깃발을 흔드는 자는 누가 될 것인가.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