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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천연 방부제, 과연 안전한가

無 방부제, 無 파라벤….


지난해 화장품의 주요 화학방부제로 사용되는 파라벤이 내분비계 장애를 일으킨다는 언론 보도가 잇따르면서 최근 화장품 업계에는 無 파라벤 열풍이 불고 있다. 파라벤을 사용하는 대신 과일, 식물추출물을 원료로 만든 천연방부제를 함유한 제품을 내세워 '피부에 안전한 화장품'을 마케팅하는 브랜드가 늘고 있는 것.


하지만 이러한 열풍에 대해 원료회사 관계자들은 천연방부제가 파라벤 등 화학방부제보다 무조건 안전하다는 여론 형성은 옳지 않다고 지적한다. 천연방부제는 안전성에 대한 명확한 임상결과 없이 '안전하다'는 이미지만 갖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사실 균을 죽이는 방부제의 본질적인 특성은 인간에게 어떤 방식으로든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 부분에서는 화학이나 천연이나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대다수 브랜드는 無 파라벤 대열에 합류하는 것에만 급급해 천연방부제의 안전성에 대한 충분한 임상 없이 제품 출시에만 열을 올리고 있는 모습이다.

 

천연방부제의 안전성을 입증하는 임상결과가 없다 보니 사용 농도에 대한 가이드라인도 없는 상황이다. 즉 인간에게 헤로울 수 있는 방부제 성분이 고농도로 화장품에 함유되더라도 이를 제재할 방법도, 옳고 그름을 지적할 기준도 없다는 것이다.  

 

이에 A원료회사 연구소장은 "천연방부제는 화학방부제에 비해 멸균 효과가 강하지 않아 배합 농도를 높일 수 밖에 없다"며 "부작용에 대한 테스트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사용 농도가 높아지면 오히려 적은양의 화학방부제를 사용했을 때보다 피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천연방부제의 안전성에 대한 문제는 화장품 회사 대표들에게도 고민거리다.

 

B 코스메슈티컬 브랜드 대표는 "파라벤은 기준 배합 농도가 정해져 있어 그 기준만 지킨다면 오히려 천연방부제보다 안전할 수 있다"며 "하지만 소비자들이 파라벤이 들어있다고 하면 거부반응을 일으키고 업계에서도 無파라벤만이 안전한 것처럼 오도하니 화장품을 소비하는 사람이자 회사를 운영하는 사람으로서 괴리감이 든다"고 토로했다.


물론 천연방부제의 안전성을 입증하는 것 이전에 파라벤 성분의 함량에 대한 기준 개선부터 발빠르게 시행돼야 할 것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청(청장 이희성)은 지난 2011년 9월 '화장품에 일부 파라벤류의 사용에 대한 평가' 연구 보고서에서 프로필파라벤, 부틸파라벤 사용의 안전역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화장품 내 배합한도를 기존의 개별 0.4%이하, 혼합 0.8%이하보다 2~4배 낮은 0.19%이하로 낮추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기준 개선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연구 결과 발표 1년이 지난 현재까지 식약청은 화장품 내 파라벤 성분의 함량에 대한 기준 개선을 마련해 놓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연내 파라벤 배합한도를 0.19%이하로 낮추는 개선안을 마련하겠다고 공표했지만 이 역시 실행 여부는 확실하지 않다.

 

파라벤 기준 개선안 마련은 보건과 관련한 시급한 과제다. 파라벤의 대체제(천연방부제)에 대한 안전성이 제대로 검증 안 된 상황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파라벤 함량에 대한 빠른 기준 마련, 천연 화장품의 안전성에 대한 임상 그리고 소비자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하는 화장품 브랜드의 진정성이 갖춰질 때 화장품 산업은 한 단계 더 도약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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