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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시리즈

[화장품 마케팅 전략 (16)] 4P Mix – 브랜드 네임

브랜딩 포인트 ‘브랜드 네이밍’ 명확한 아이덴티티 전달 수단

 

[코스인코리아닷컴 전문위원 신윤창] 국내 LG전자와 피어리스, 애경산업, 필립스전자, LG생명과학, 세라젬H&B, 종근당건강 등에서 영업과 마케팅 분야를 두루 경험한 바탕으로 화장품 마케팅에 대한 기본적인 물음과 방향성을 찾아 나간다. 최근 화장품 시장은 코로나와 함께 국내외적인 많은 변화로 그 어느 때보다도 겪어 보지 못했던 경험을 하고 있다. 하루에도 어려운 결단을 몇번이고 내려야 하는 시점에서 필자가 현장에서 느낀 생생한 경험치가 화장품 마케팅 실전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편집자>

 

브랜딩에서 가장 중요한 의사결정은 어떤 제품과 서비스에 이름을 붙이는 일, 즉 브랜드 네이밍(Brand Naming)이다. 브랜드가 단기적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독특한 아이디어나 콘셉트가 필요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그런 반짝이던 아이디어나 콘셉트는 점차 사라지고 ‘이름(Name)’만 남게 되기 때문이다.

 

세라젬H&B 대표이사 시절에 직원들에게 신제품 콘셉트의 중요성에 대한 이야기를 했을 때 한 직원이 물었다. 아모레퍼시픽의 ‘라네즈’의 콘셉트가 무엇이냐는 질문이었다. 라네즈는 1994년 출시된 브랜드다. 당시만 해도 깨끗하고 깔끔한 콘셉트의 젊은 층을 타깃으로 하는 기초화장품으로 출시됐다. 그러나 수십 년이 지난 지금 라네즈의 콘셉트는 과연 무엇일까?

 

지금 라네즈는 기초, 색조, 바디, 심지어는 남성용까지 하나의 브랜드 안에 다양한 콘셉트의 화장품들이 혼재해 있는 종합화장품 브랜드가 돼 있다. 따라서 라네즈 브랜드의 콘셉트가 무엇이냐고 물어본다면 그냥 아모레퍼시픽에서 만든 유명한 브랜드 네임 그 자체라고 할 수 있겠다. 결국 오랜 시간이 지나고 남는 것은 기업의 브랜드와 경쟁 브랜드의 이름, 그 차이일 뿐이다.

 

브랜드 네임은 브랜드 로고, 심벌, 캐릭터, 슬로건, 패키지, 도메인, 컬러 등과 함께 브랜드 아이덴티티 요소 중의 하나다. 그러나 브랜드는 이름 없이 어느 것도 존재할 수 없기 때문에 브랜드 네임은 브랜드의 심장이라 할 만큼 가장 중요하다. 브랜드 네임은 기업, 제품, 서비 스, 공공기관, 심지어 국가, 도시 등 장소의 핵심 가치와 연상을 대중들에게 전달하는 기본적인 커뮤니케이션 툴(Tool)이다.

 

브랜드 네임을 듣는 순간, 소비자들은 즉시 제품이나 기업을 연상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브랜드 정체성은 브랜드 네임으로부터 나오게 된다. 다른 BI 요소들은 시장 환경이나 소비자의 라이프 스타일에 따라 변경할 수 있으나 브랜드 네임은 영원히 변하지 않는다. 또 브랜드 네임은 상표권을 취득함으로써 기업의 지적재산이 되기 때문에 브랜드 경영은 결국 브랜드 네임 경영이나 다름없을 만큼 이름이 중요하다.

 

지금도 많은 회사에서 브랜드 네임은 중요하지 않고 뛰어난 제품의 성능이나 품질이 중요하다고 믿는 사람 들이 존재한다. 그렇다면 묻고 싶다.

 

- 롤렉스(Rolex)가 스와치(Swatch) 시계보다 더 정확한가?
- 몽블랑(Montblanc)이 모나미보다 글씨가 더 잘써지는가?
- 코카콜라가 펩시콜라보다 더 맛이 좋은가?

 

물론 품질이란 가장 기본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당연한 일이지만 품질이 좋아서 제품이 더 잘 팔리고 브랜드가 더 유명해지는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품질 그 자체가 아니라 ‘지각된 품질(Perceived Quality)’, 즉 어떤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들의 품질 인식(Quality Perception in Mind)이 중요한 것이다. 그래서 세월이 지나 그 제품의 성능이 떨어지면 제품은 사라지거나 성능이 개선되거나 다른 콘셉트로 바뀔 수도 있지만 브랜드는 계속 살아남는 것이다. 과거 가정용 PC로 시작한 애플이 지금은 PC보다 아이폰에 주력하고 있어도 여전히 애플로 살아 있는 이유다.

 

1) 일반명사 브랜드 네임

 

이처럼 중요한 브랜드 네임을 지금도 일반 명사로 짓는 경우가 허다하다. 알 리스와 로라 리스 부녀가 공저한 ‘22가지 브랜딩 불변의 법칙’에서는 “브랜드를 가장 빨리 망치고 싶다면 그 브랜드에 일반명사 이름을 붙여 라”라고 했다.

 

그림1 일반명사 브랜드 네일 제품인 '초록매실'과 '자일리톨'

 

 

웅진식품의 히트 브랜드인 초록매실의 성공 이후 거대유통을 보유하고 있는 해태와 롯데에서 비슷한 디자인의 참매실, 모매존 매실을 출시하자 초록매실의 브랜드 파워는 할인과 덤으로 무장한 대형 유통회사에 밀리게 됐다. 재미있는 것은 같은 오류를 롯데도 피하지 못했다. 롯데 자일리톨 껌은 수많은 자일리톨 아류작을 창출했고 뒤늦게 롯데가 원조라고 주장했지만 소비자의 인식 속에 자리 잡은 브랜드는 롯데라는 회사가 아니라 자일리톨이라는 일반명사로서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쉽게 자일리톨 껌을 출시할 수 있게 된 후였다.

 

비타민C 음료인 광동제약의 비타500은 처음 시장에 나왔을 때만 해도 엄청난 판매를 기록했지만 비타700, 비타1000 등의 카피제품이 나오자 시장을 상당부분 나눠 줘야 했다. 바로 비타500이라는 브랜드가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보호받지 못하는 일반 명사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소비자의 기억 속에 자리 잡게 해야 할 브랜드는 그 이름도 반드시 다른 이들이 흉내 낼 수 없도록 독창적이고 독보적이어야만 한다. 보호받지 못하는 브랜드는 이름 없는 브랜드와 다름이 없다. 조선시대 알려지지 않은 많은 아이들이 ‘개똥이’라고 불렸듯이 보호받지 못하는 브랜드 네임은 지금도 ‘개똥이’나 다름없다. 박카스와 내용물이나 디자인도 비슷한 수많은 자양강 장제 아류제품들이 나왔음에도 박카스가 여전히 탁월한 빅 브랜드로 시장을 석권할 수 있는 것은 누구도 따라할 수 없는 박카스라는 브랜드 네임이 있기 때문이다.

 

그림2 일반명사 브랜드 '비타500'과 빅 브랜드 '박카스'

 

 

1997년 필자가 애경산업에서 에이솔루션을 기획했을 때는 프랑스 라이선스 브랜드인 마리끌레르 화장품이 고성장을 하고 있었을 때였다. 필자는 당시 마리끌레르 마케팅 팀장이었지만 고액의 로열티(Royalty)를 지급하는 외국 브랜드가 아닌 국산 브랜드로서 경쟁력을 가진 브랜드를 준비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깊은 고민을 했다.

 

그 결과 여드름 화장품 시장의 기회를 발견했으나 담당하고 있던 마리끌레르는 이름 그대로 패션 화장품 콘셉트라서 여드름 화장품을 마리끌레르 브랜드에 포함시키기에는 적합하지 않았다. 그래서 여드름을 뜻하는 영문 Acne를 개선시키는 Solution이란 의미를 담고 있는 에이솔루션(aSolution) 브랜드를 새로 만들었다.

 

물론 마리끌레르-에이솔루션을 고민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그러나 성공적인 모브랜드의 후광도 받을 수 있다는 가장 큰 장점에도 불구하고 고객의 마인드 속에 여드름 전문화장품으로 강하게 인식시키기 위해서는 모 브랜드가 없어야 한다고 최종 마음을 먹었다. 결국 에이솔 루션이라는 독자적인 개별 브랜드로 론칭해 한국에서 최초의 전문 여드름 화장품 브랜드로 큰 성공을 했다.

 

그림3 일반명사 브랜드 네임 성공사례 '에이솔류션'

 

 

그러나 에이솔루션 브랜드 네임은 사실 상표권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일반명사의 조합으로서 상표로 쓰기 에는 부적합한 것이었다. 이것을 브랜드 네임으로 결정 한다는 건 마케터로서 절대 해서는 안 될 일이었지만 에이솔루션이란 이름이 여드름 콘셉트를 매우 잘 전달하고 있었기 때문에 브랜드가 성공하면 경쟁사도 따라 할수 있다는 위험에도 불구하고 결국 에이솔루션으로 결정했다. 그 대신 브랜드를 보호하기 위해 택한 방법은 브랜드 로고 디자인에 대한 의장권을 a-Solution부터 z-Solution까지 모두 등록해 다른 회사에서 비슷하게 따라 하기 힘들게 안전장치를 만든 것이다.

 

에이솔루션 브랜드는 독창적인 콘셉트에 딱 맞는 브랜드 네임과 여드름 개선효과에 대한 신뢰성을 부여하는 한편, 여드름을 상징하는 멍게와 ‘피부 사춘기’라는 단어를 통해 브랜드의 콘셉트와 아이덴티티를 고객에게 성공적으로 전달했고 출시 전 홍보를 통해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대단한 성공을 이뤘다. 무엇보다도 브랜드 네임이 소비자에게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명확하게 전달했기 때문에 이뤄진 결과였다.

 

2) 하나의 시장엔 하나의 브랜드만

 

회사 이름을 그대로 브랜드로 사용하는 기업들도 많다. 그러나 브랜드는 브랜드고 회사는 회사이다. 소비자가 사는 것은 브랜드지 회사가 아니다. 물론 회사 이름이 주는 강한 신뢰성을 담보로 브랜드가 성공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에서 특히 삼성이라는 회사 이름이 가지고 있는 파워는 갤럭시라는 브랜드보다 앞서고 있을 정도다. 세계적으로도 애플의 스마트폰은 애플폰이 아닌 아이폰이라고 부르는데 삼성은 여전히 갤럭시가 아닌 삼성폰으로 불린다. 그러다 보니 삼성이란 이름은 회사명이자 동시에 여기저기 다 붙여 쓰는 애매모호한 종합 브랜드가 됐다.

 

그렇기 때문에 삼성에서 최근에 나온 혁신적인 폴더블 폰 이름도 소비자 입장에선 갤럭시 폴더블 폰을 넘어 그냥 삼성폰의 하나로 통칭되고 만다. 이는 한 시장 내에서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만들기 위한 브랜드 아이덴 티티에도 문제가 있으며 브랜드 포트폴리오 전략상 매우 위험한 일이기도 하다. 만약 스마트폰이 아닌 다른 사업영역에서 삼성의 이미지가 실추된다면 스마트폰 사업에도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비자에게 있어서 브랜드는 회사 이름보다 앞서야 한다. 도요타 자동차는 미국에서 저가 일본차 였지만 고가의 자동차를 포지셔닝하기 위해 도요타라는 이름을 버림으로써 성공할 수 있었다. 고급 자동차 구매 고객은 도요타라는 회사보다 렉서스(Lexus)라는 브랜드를 사게 된 것이다.

 

그림4 한 시장에 한 브랜드 성공사례인 '타임'(TIME)사

 

 

그러므로 브랜드 네임은 ‘한 시장에 한 브랜드(a single brand for a single market)’ 전략이 가장 바람직하다. 만약 별도의 시장을 타깃으로 브랜드를 출시해야 한다면 이름을 달리하는 것이 좋다. 유명한 저널인 타임(TIME) 사는 Time, Fortune, LIFE, Sports Illustrated, Money, People, Entertainment Weekly처럼 시장과 타깃에 따라 모두 다른 이름의 독자적인 브랜드를 만들었다. 만약 모두 타임이라는 이름을 앞에 붙이는 서브 브랜드였다면 과연 성공적이었을까? 아마도 타임이라는 강력한 브랜드 아이덴티티 때문에 각 전문 영역의 독자적인 정체성을 잃고 실패했을지도 모른다.

 

P&G도 아이보리(비누), 타이드(세탁세제), 조이(주방세제), 헤드&숄더(샴푸), 크레스트(치약), 펨퍼스(기저귀) 등 각기 다른 시장에서 제품의 종류와 특성에 따라 브랜드를 달리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전략은 각 브랜드마다 막대한 마케팅 비용이 들기 때문에 시장의 리더가 할 수 있는 전략이라서 후발주자나 중소기업들은 쉽게 따라 할 수가 없다.

 

그런데 모든 대기업이 처음부터 여러 브랜드를 보유한 대기업으로 시작했을까? 누구나 처음엔 하나의 시장에 하나의 브랜드로 작게 시작한 스타트업들이었다. 아마존은 온라인 서적을 판매하는 회사로 시작했고 애플은 가정용 PC로 시작했으며 구글은 야후보다도 훨씬 작은 온라인 검색 회사였을 뿐이었다.

 

그래서 전문 마케터였던 필자도 중국에서 세라젬 화장품을 경영했을 때 10개의 다른 브랜드를 운영했다. 한국산 수입품 필란, 제주한방화장품 시로미, 미백전문 에델린, 진정효과가 좋은 천연발효화장품 뷰티끄, 모공전

문 포어큐어, 고보습 하이스킨, 온라인 전용 화장품 라시에 등 물론 당연히 처음엔 뷰티끄 브랜드 하나로 시작했다.

 

그림5 필자의 세라젬 화장품 브랜드 확장 예시

 

 

그러다 신제품을 계속 출시할 때 그것을 뷰티끄 브랜드에 포함시키지 않고 제품의 컨셉에 맞는 브랜드 네임을 새로 만들다 보니 10개의 브랜가 된 것이다. 닥터자르트와 아이소이처럼 국내 많은 화장품 회사들이 그러하듯 모두 하나의 대표 브랜드에 포함시킬 수도 있었지만 콘셉트와 타깃에 따라 브랜드 네임과 디자인을 달리 가는 것이 소비자의 입장에서 보다 명확하게 그브랜드를 인식시키는 힘을 주기 때문이다.

 

이처럼 브랜드 네임은 마케팅 전략을 확 바꿀 정도로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그런데 이렇게 중요한 브랜드에 기업이 오랜 시간 동안 힘들게 노력해서 탄생시킨 아이에게 아무나 쓰던 이름처럼 개똥이라고 이름 짓고 싶은가? 절대 안 될 일이다. 소비자가 미칠 정도로 좋아하는 강력한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면 먼저 Only One 이 될 수 있는 제대로 된 이름부터 만들어야 한다.

 

3) 브랜드 확장의 실수

 

하나의 브랜드로 너무 많은 버전을 만들면 소비자 마인드에 각인된 브랜드의 요소를 분산시키게 된다. 그래서 브랜드를 확장했을 때는 단기적인 후광효과(Halo Effect)로 매출이 성장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론 그 브랜드의 강력한 힘을 잃게 만든다. 소비자들은 콘셉트가 뚜렷하고 범위가 작으면서 구별이 용이한 브랜드를 오래 기억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브랜딩 불변의 법칙’에서도 다음과 같은 말이 나온다.

 

“브랜드를 가장 쉽게 망치고 싶다면 온갖 것에 그 이름을 갖다 붙여라.”

 

한 브랜드로 모든 걸 다 하려 하면 안 된다. 만약 시장 자체가 달라진다면 일단 기존의 자리에 머물면서 ‘제2
브랜드’를 만들어야 한다. 70년대 3대 미국 맥주시장의 브랜드인 밀러(Miller), 버드와이저(Budweiser), 쿠어스(Coors)는 브랜드 라인 확장을 통해 90년대에 16개 브랜드가 됐으나 결국 25년간 맥주 소비량은 그대로인데 반해 코카콜라와 펩시콜라가 지배하는 콜라 소비량은 2배나 성장했다.

 

특히 밀러맥주는 공사장 인부들이 힘든 노동 후 마시는 ‘밀러타임(Miller Time)’이란 콘셉 트로 대히트를 한 후, 밀러 라이트로 브랜드를 연장해 큰 성공을 거뒀다. 그러자 밀러는 더 큰 욕심을 내 밀러 제뉴인 드래프 트(Miller Genuine Draft)라는 차가운 생맥주를 시판하며 역시 성공을 거뒀다. 그러나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다. 드래프트는 성공했지만 그동안 효자 상품이었던 레귤러와 라이트 제품의 매출이 감소한 것이다.

 

그림6 '카니발라이제이션의' 전형을 보여주는 '밀러맥주'

 

 

마케팅에선 이를 카니발라이제이션(Cannibalization), ‘제 살 깎아먹기’라고 부르며 가장 경계하고 있는 현상 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밀러맥주는 지속적으로 수도 없이 많은 종류의 제품들을 한 브랜드에 담으며 브랜드의 타깃과 콘셉트가 모호해지기 시작해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무너져 버렸다.

 

GM자동차의 셰보레 브랜드에도 저가에서 고가, 소형차에서 중형차, 심지어는 트럭까지 한 브랜드에 총 10여 종의 차가 있다. 그렇다면 셰보레의 브랜드 아덴티티는 과연 무엇인가? 각각 다른 종류의 셰보레를 소유하고 있는 소비자의 셰보레에 대한 브랜드 이미지는 같을 수 있을까? 각자 다른 브랜드 이미지를 형성하고 있는 소비자들에게 셰보레는 다른 콘셉트의 자동차일 것이고 이런 식의 라인 확장은 이미 형성된 강력한 브랜드 파워조차도 약화시키는 지름길이 된다.

 

그림7 브랜드 파워를 약화시키는 쉐보레의 라인 확장 사례

 

 

반면, 데이비드 아커는 그의 저서 ‘브랜드 포트폴리오 전략’에서 이를 브랜드 레버리지(Leverage) 효과라고 하며 이미 강력한 힘을 가진 기업 브랜드가 있다면 이를 활용해 후원을 받거나 모브랜드의 지원을 받는 것이 브랜드 포트폴리오 전략의 중요한 부분이라고 했다. 이 점을 흑백론처럼 브랜드 확장이 ‘옳다’거나 ‘잘 못됐다’라고 단순히 생각하면 안 된다. 그만큼 브랜드 전략은 여러 기업환경에 따라 다른 양상을 띠는 복잡한 일이라서 장기적인 안목으로 진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 보면 분명 하나의 브랜드로 여러 제품에 쓰는 것은 좋지 않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점은 대기업도 처음엔 하나의 브랜드로 시작했다는 것이다. 지금의 대기업을 보고 따라 하는 것이 아닌 대기업이 지금이 되기 이전에 어떤 일을 했는가를 살펴보고 따라 해야 할 것이다. 대기업도 처음엔 한 가지에 초점을 좁혀서 성장 했다는 사실이다. 브랜드는 초점을 좁힐수록 강해진다.

 

예전에는 레스토랑에서 식사도 팔고 커피도 함께 팔았지만 하워드 슐츠는 커피만을 특화한 전문 커피숍을 차리며 스타벅스라는 브랜드를 탄생시켰다. 이렇게 음식과 술과 음료를 다 취급했던 레스토랑에서 커피라는 하나에 초점을 좁혀서 집중한 결과, 소비자의 마인드 속에 ‘커피 = 스타벅스’라는 공식의 강력한 브랜드를 심게 됐다.

 

짐 콜린스는 저서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Good to Great)’에서 위대한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이 비울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는데 이는 브랜드 네이밍 전략과도 일맥상통한다. "모든 것을 잘한다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하다. 그리고 전략적으로 무엇을 선택한다는 것은 무언가를 버리는 것과 같은 의미다. 위대한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해야 할 목록보다 버려야 할 목록이 훨씬 더 중요하다.”

 

4) 글로벌 이름과 로고, 색상(Global Name, Logo, Color)

 

브랜드에는 경계가 없다. 먼저 국내에서 브랜드의 역량을 강하게 집중해 성공을 한 후 그 브랜드의 힘을 글로벌에도 활용해야 한다. 한 나라에서 성공한 브랜드는전 세계적으로도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카테고리 측면 에서도 스위스 시계, 프랑스 와인, 독일 자동차 등을 보면 국내의 성공이 세계적 성공을 가져옴을 알 수 있다.

 

그래서 글로벌화를 대비해 브랜드 네임은 영어식으로 짓는 게 유리하다. 일본의 SONY는 일본식 이름을 버리고 모험적으로 이름을 바꾸며 일본에서 벗어나 글로벌한 기업으로 재탄생하게 됐다. 또 한국의 대기업도 글로벌을 위해 럭키금성은 LG, 선경은 SK, 제일제당은 CJ, 그리고 태평양은 아모레퍼시픽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그림8 글로버화를 위해 영어로 브랜드명을 사용하는 아모레퍼시픽

 

 

또 소비자들에게 가시적으로 보여주는 브랜드 로고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이미지로 형상화하는 것이 좋다. 브랜드 로고란 브랜드의 시각적 심볼인 트레이드마크(Trademark)와 브랜드 이름을 차별적인 글자체로 조합한 것이다. 브랜드 로고는 인간의 눈이 두 개인 것에 맞게 수평적으로 가로로 넓은 모양이 좋다. 세로로 길쭉한 로고타입은 가로로 된 것보다 가독성이 떨어져서 불리하다. 그런 점에서 글자체도 제품의 콘셉트를 아름답게 표현하기 위해 가독성을 떨어뜨리는 무리수를 두면 안 된다. 중요한 건 고객들이 쉽게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이키는 스워시(Swoosh) 심벌을 인지시키기 위해 매년 1억 달러 이상을 10여 년간 퍼부었다. 그 결과 나이키 하면 떠오르는 너무도 유명한 브랜드 심벌이 되었고 지금은 나이키라는 브랜드를 넘어 스포츠용품이라는 카테고리의 심벌로 자리 잡을 정도가 됐다.

 

그림9 브랜드 심벌의 성공적 사례 '나이키'

 

 

그리고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를 하지 않고 컴퓨터 CPU를 기업에 납품 판매하는 B2B 기업인 인텔은 브랜드 로고를 활용한 고객 관점의 전환으로 큰 성공을 거뒀다. 인텔은 1991년부터 세계 여러 나라의 컴퓨터에 ‘인텔 인사이드’라는 로고를 부착하도록 하고 컴퓨터 회사들에게 CPU 금액의 6%를 환불하는 방식으로 대대적인 공동 광고를 실시했다. 그 결과 소비자들은 인텔 칩이 내장된 컴퓨터를 더욱 선호하게 됐고 인텔은 CPU시장에서 강력한 일등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그림10 브랜드 로고 활용으로 성공을 거둔 '인텔'

 

 

마지막으로 브랜드를 표현하는 색상도 중요하다. 코카콜라는 130여 년 동안 브랜드 고유의 컬러인 ‘빨간색’을 꾸준히 사용해 왔다. 그래서 사람들은 코카콜라를 마시고 싶을 때마다 코카콜라의 빨간색을 찾았고 지금도 수백 개 음료가 진열된 마트에서 빨간색 캔을 찾으면 쉽게 코카콜라를 발견할 수 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산타클로스의 이미지도 1931년 코카콜라에 의해 만들어졌다. 당시만 해도 코카콜라는 더울 때 마시는 음료라는 인식이 매우 강했다. 이러한 고정관념을 깨고 ‘겨울에도 상쾌하게 마실 수 있는 음료’라는 인식을 만들기 위해 산타클로스를 광고에 활용했다. 그때 코카콜라는 산타클로스에 고유의 색상인 빨간 옷을 입혀서 지금도 여전히 빨간색은 산타클로스의 상징이자 코카콜라의 상징이 됐다. 이렇게 무의식중에 각인되는 색의 상징성은 브랜드의 이미지를 소비자들에게 각인시키는 데 큰 효과를 준다.

 

그림11 브랜드 색상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코카콜라'

 

 

브랜드는 주요 경쟁자와 정반대인 색을 써야 하지만 펩시콜라는 후발주자임에도 경쟁자인 코카콜라의 빨간색이 가미된 색을 사용해 코카콜라의 이미지와 비슷한 아류작처럼 여겨졌다. 과거 펩시콜라가 코카콜라를 극복하기 어려웠던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그중에 하나는 펩시의 빨강과 파랑이 섞인 색상 이미지가 코카콜라의 강력한 빨간색에 가려져 BI가 퇴색됐기 때문이다. 그리해 펩시는 빨간색과 정반대로 파란색으로 이미지를 전면 수정해 BI를 강화했다. 브랜드에 하나의 색을 지속적으로 사용한다면 브랜드를 소비자의 마음 속에 인식시키는 데 더욱 효과적이게 된다.

 

 

신윤창 AMH&B 전무


LG전자, 피어리스화장품, 애경산업, 필립스전자, LG생명과학에서 영업과 마케팅 업무를 했다. 이후 세라젬H&B와 종근당건강의 중국법인장과 화장품사업본부장을 지냈다. 특히 세라젬H&B에서는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한양대학교 대학원에서 마케팅 박사학위를 수료한 후 현재 대전대학교 대학원 뷰티건강관리학과 마케팅 겸임교수로 활동하며 신규 화장품회사 AM H&B에서 전무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는 '챌린지로 변화하라', '우당탕탕 중국 이야기', '인식의 싸움', '지금 중요한 것은 마케팅이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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