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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이미지와 오해

IT산업의 눈부신 발전으로 사람들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의사소통)은 원활하다 못해 넘쳐난다. SNS를 기반으로 의사소통의 통로가 무한대로 넓어지고 있어 과거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던 시대는 끝났다.


정보도 미어터진다. 정보를 접하는 형태와 방식이 다양해지면서 주체할 수 없을 만큼 정보는 넘쳐나고 있다. 이제 검색으로 찾지 못할 정보는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처럼 무한대의 정보와 의사소통 통로의 다양화로 세상은 편리해졌지만 부작용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일차적으로 ‘필터’가 없다. 유용한 정보가 있으면 쓰레기 같은 정보도 있기 마련이다. 특히 누군가 고의적으로 흘리는 잘못된 정보에 대한 ‘거름막’이 없다는 게 큰 문제다. 


제대로 걸러지기 않은, 검증되지 않은 정보는 차라리 없는 것보다 못하다. 이런 정보는 오해를 부른다. 문제는 이 시대가 이미지의 시대란 점이다. 프랑스의 한 유명 철학자는 현대 자본주의를 이미지가 실재를 대체하는 사회라고 표현했다.


실체가 어떻든 이미지만 좋으면 누구도 그 실체에 대해 알고 싶어 하지 않는 시대다. 이런 ‘포장’의 시대엔 자칫 한 번 덧씌워진 잘못된 이미지는 평생 꼬리표처럼 따라다나면서 대상자를 괴롭힌다.


한 번 굳어진 이미지와 잘못 알려진 정보 등으로 인한 오해의 폐해는 생각보다 크다. 대표적으로 연예계에서 아주 사소한 오해로 시작해 언론의 오보나 호도로 이미지를 망쳐 연예계를 떠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오해가 생겨도 이를 바로잡는다는 게 생각처럼 그리 쉬운 일도 아니다. 구구절절 오해를 풀겠다고 나서는 일이 되레 오해를 증폭시킬 우려도 있다.


OEM·ODM 업계의 ‘대한화장품수탁제조업교류회’를 취재하다 이런 ‘오해’를 접했다. 교류회는 업계가 성장함에 따라 목소리를 대변할 혹은 동업자끼리의 친목모임 같은 성격으로 지난 2006년 11월 6개사가 모여 만들었다. 현재 19개의 회원사가 가입돼 있고, 올해 회원사를 40개까지 확대하는 것이 목표다.


그런데 교류회가 생긴지 벌써 6년 가까이 됐는데 생각보다 참여업체가 적은 편이다. 업계의 특성과 각각의 사정으로 활성화시키기 어려웠다고 해도 좀 적다.


그 일면에 -물론 그게 커다란 이유라고 꼭 집어 말할순 없지만- 크고 작은 두 가지 오해가 숨어 있다. 오해의 배경엔 늘 그렇듯 잘못된 정보와 소문, 그리고 이미지가 자리잡고 있다.


우선 작은 오해는 외부에서 교류회가 대한화장품협회에 대항하는 단체인줄 안다는 것이다. 장협이 업계의 입장을 반영해주지 않아서 업계에서 직접 단체를 조직했다는 것. 이는 틀렸다. 교류회 총무간사로 제반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제니코스 김승중 대표는 “장협을 대학교 총동문회라고 가정하면 교류회는 과동문회라고 보면 정확하다”고 표현했다.


교류회는 업계의 입장을 수렴, 장협에 전달하기 위한 목적이지 장협과 대립각을 세우는 단체가 아니란 게 요지다.


더 큰 오해는 교류회의 구성과 관련이 있다. 교류회는 현재 사무국간사(대표간사)는 한국콜마가 총무간사는 제니코스가 홍보간사는 유씨엘에서 맡고 있는데, 대표간사가 한국콜마라는 게 오해의 시발점이다. 아는 이들은 다 안다. 한국콜마와 코스맥스의 미묘한 관계를.


문제는 한국콜마가 대표간사, 즉 ‘대표’로 돼 있어 교류회가 마치 한국콜마가 설립, 주도해 한국콜마의 의견을 대변하는 단체로 비친다는 점이다. 따라서 ‘미묘한 관계’에 따라 참여하고 싶어도 눈치 때문에 못한다는 푸념도 종종, 출처 없이 들리곤 한다.


상당히 민감한 사안이라 신중하게 취재한 결과, 명백한 오해라는 결론을 내렸다.


교류회의 업무는 대표(사무국)·총무·홍보간사의 합의를 거친 후 본회의에서 모든 일을 결정하는 구조다. 그런데 이 3인간사협의를 주도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제니코스 김 대표다. 조직의 기본인 회비 관리도 김 대표가 직접 한다. 교류회가 비영리단체다 보니 실무를 볼 인원을 따로 둘 수가 없어 가장 규모가 큰 한국콜마 직원들의 업무지원을 받아 김 대표가 실무를 진행하는 형태로 운영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를 외부에서 볼 때 한국콜마의 업계 내 위상과 ‘대표(실제로 사무국 성격이지만)’란 이미지 때문에 오해가 발생한 것이다. 말 그대로 이미지가 실체를 가린 꼴이다.


향후 교류회가 OEM·ODM 업계의 목소리를 대변할 단체로 성장하든, 지금처럼 동종업계의 친목도모 수준에 머물든, 다른 단체가 설립돼 업계를 대표하던 간에, 발전적인 취지에서 만들어진 단체가 그 뜻을 제대로 펴기도 전에 잘못된 이미지로 오해 받는 일은 없어야 한다.


혹 지금까지 위와 같은 오해를 했던 이들을 위해 김승중 대표가 밝힌 교류회의 원칙을 적어본다.

‘君子 矜而不爭 群而不黨(군자 긍이부쟁 군이부당)’

군자는 긍지를 지니되 다투지 아니하며 무리를 짓되 당파를 만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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