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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CJ올리브영 PB 라인 확대, 입점업체는 '불안하다'



▲ CJ올리브영이 11월 1일 론칭한 스킨케어 라인 보(boh).



국내 1위의 H&B숍 CJ올리브영이 지난 1일 스킨케어 라인  보(boh)를 론칭했다.


지난 3월 식물나라, 8월 XTM에 이은 세 번째 PB 론칭이다. 이로써 CJ올리브영은 클렌징 라인을 중심으로 한 식물나라, 남성화장품  XTM, 자연주의 스킨케어 보까지 확보하며 여느 화장품 기업 못지 않은 ‘제품 구색’을 갖추게 됐다.

CJ올리브영은 보를 론칭하면서 “앞으로 보다 다양한 라인으로 제품군을 확대할 예정이다”고 밝혀 PB는 점차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PB에 밀려 입점 브랜드 ‘찬밥’ 될까 우려 



▲ CJ올리브영의 PB 식물나라(좌측), XTM(우측).



그런데 라인별로 PB를 확대하며 제품군을 늘려가는 CJ올리브영의 행보에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입점업체 관계자는 “PB 제품 때문에 우리 제품이 밀려날까 가장 두렵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올리브영 안에 여러 회사가 입점해 있지만 다시 그 안에서 브랜드 등급이 매겨진다”며 “때문에 제품 위치도 유통업체가 정한 브랜드 등급에 따라 최상단, 1단, 2단에 배치된다”고 전했다.

실제로 이 업체는 CJ올리브영이 PB를 론칭해 다음 등급으로 밀려난 케이스다. 팔이 안으로 굽는다고 CJ올리브영이 자사 제품을 미는 건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다. 

런 이유로 입점업체의 불안은 증폭되고 있는 상황이다. 자사 브랜드가 ‘찬밥’ 취급받을까 불안하고 한정된 시장에서 누군가 들어오면 누군가는 나가야 하는 시장의 논리 때문에 더 그렇다. 

브랜드숍 대항마 H&B숍의 빛과 그림자

사실 입점업체의 불안의 이면에는 과거 화장품전문점 시절에 비해 현격히 줄어든 유통채널의 문제가 깔려 있다.

등록된 화장품 제조판매업체만 4000여개에 이른 지금, 역으로 제품을 판매할 통로는 과거 화장품전문점 시절보다 좁고 작아졌다. 여러 브랜드를 함께 다루던 전문점 시장이 죽고 원 브랜드숍이 시판 유통의 주요 채널로 떠오른 까닭이다. 

브랜드숍의 대항마로 떠오른 H&B숍은 전문점 시절처럼 다양한 브랜드가 진출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등장’ 당시 업계에선 고무적으로 받아들여졌다.

비록 CJ, GS, 롯데, 농심, 삼양 등 대기업이 주도한다는 한계는 있지만 마케팅면에선 이들 자본의 힘을 빌릴 수 있을 거란 기대도 있었다. 

하지만 뚜껑을 연 H&B숍은 입점도 쉽지 않고 유통사가 기대하는 매출 실적을 내 입점을 지속하는 일도 쉽지 않다. 

조금 다른 이야기인데 시판 유통채널이 현격히 줄고 화장품 업체는 늘어나는 ‘공급 과잉’이 지속되면서 업체들의 재고 부담 역시 커졌다. 이러다 보니 제조업체의 풍경도 이전과는 달라졌다.

1회 생산 시 300kg는 기본이던 예전과 달리 최근엔 50kg 단위로 주문하는 업체들이 늘고 있다는 게 업체 관계자의 전언이다. 이에 맞춰 소규모 단위로 제품을 생산해 주는 제조업체도 늘고 있다. 모두 재고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다. 

유통사 PB 밀어주기에 입점 브랜드는 들러리?! 



▲ CJ올리브영은 PB 보(boh) 출시와 함께 적극적인 홍보에 나서고 있다.


제조판매업체 관계자는 “유통사가 PB 제품을 만드는 건 그들 입장에선 자연스런 수순이다”고 말한다. 유통사 입장에서 PB 제품의 높은 마진율과 향후 화장품 브랜드로 공식 론칭할 수 있다는 가능성은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렇게 되면 유통망을 갖지 못한 제조판매업체는 설 곳이 없어진다. 이 관계자는 “유통사가 자사 브랜드 밀어주기에 힘쓰는 사이 입점 브랜드의 매장 내 파워는 점점 약해질 것이다. 입점 브랜드는 결국 H&B숍의 구색 갖추기 밖에 안된다”고 비난했다. 

CJ올리브영의 잇따른 PB제품 출시와 관련해 올리브영 측은 “올리브영에서 나온 브랜드라기 보다는 올리브영에서만 만날 수 있는 브랜드로 이해해 달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업계의 시선은 싸늘하다. “엄연히 서로의 영역이 있는건데 유통사가 화장품 회사가 되려 한다는 건 상식적으로 부당하다”는 것이 지배적인 여론이다. 

유통망을 갖추고 시장 장악력을 내세운 CJ올리브영이 입점업체와의 ‘상생’이 아닌 자사 브랜드 확보에 주력하며 파워를 키우려는 행보가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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