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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중소기업 전문관 전면 개편 절실

[코스인코리아닷컴 오선혜 기자] 지난해 우리 사회의 주요 이슈 중 하나는 ‘상생’이었다. 특히 대기업 중심의 승자독식 구조에 대한 비판, 골목상권 보호 등은 2013년을 아우르는 키워드로 요약된다.

화장품 업계도 지난해 중소업체를 중심으로 대기업이 장악한 국내 시장에서 돌파구 모색을 위해 활발한 움직임을 보였다. 특히 다양한 기관에서 운영 중인 중소기업 공동판매장은 유통채널이 약한 중소업체들에게 새로운 대안이 되는 듯 했다. 

대표적인 중소기업 공동판매장은 중소기업진흥공단이 운영 중인 명품마루, 히트500플라자와 온라인 매장인 11번가의 뷰티커머스, CJ오쇼핑의 1사1명품 전문몰 등이 꼽힌다. 



▲ 명품마루 서울역점(좌측), 히트500플라자 목동점(우측).


명품마루와 히트500플라자는 자체 심사를 거쳐 경쟁력 있는 중소기업 제품을 소비자에게 판매하고 10~20%의 저렴한 판매수수료로 업체들의 실질적인 수익 창출을 가능하게 해 도입 당시 업체들의 기대를 모았다.


그런데 유통채널 확보를 통한 홍보 효과, 매출 증진을 노렸던 업계의 기대와 달리 결과는 신통치 않은 모습이다.

지난해 5월 서울점 오픈 이후 대전, 동대구, 광주점을 연이어 오픈한 명품마루는 제주파이, 제주감귤 등 지역 특산품과 홍삼 등 건강식품에서 대다수의 매출이 나오고 있다. 

상대적으로 단가가 높은 가전 제품은 소비자의 외면을 받기 일쑤고 화장품은 중저가 상품 위주로 편성돼 실질적인 수익을 기대하긴 힘든 상황이다.

문제는 명품마루가 자체 매출 기준을 정해 실적이 부진한 업체를 3개월에 한 번씩 교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처음 이 기획 의도는 더 많은 중소기업에게 혜택을 주자는 거였지만 비인기 상품군에 속하는 입점업체들에게는 퇴출 압박으로 작용하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화장품 입점업체 관계자는 “애당초 ‘남는 장사’를 기대하고 들어온 업체는 별로 없겠지만 3개월에 한 번씩 ‘정리해고’되는 업체가 속출하고 있어 애초 의도한 홍보 효과도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나타냈다. 

그는 또 “서울역점의 경우 전체 150여개 업체 중 약 1/4에 해당하는 40여개사가 화장품 업체라 살아남기 위한 경쟁 또한 치열하다”고 전했다. 업체들이 자비를 들여 파견 사원을 두지 않고는 고객의 관심을 끌 수 없다는 것이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서울 목동, 인천공항면세점, 명동에 연이어 매장을 오픈한 히트500플라자도 상황은 비슷하다. 그나마 명품마루는 유동인구가 많은 기차 역사 내에 위치해 특정 제품군에서 높은 매출을 올리고 있지만 히트500플라자는 방문객수도 저조해 ‘구색만 갖춘 중소기업 판매장’이란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지난해 20억원을 투자해 오픈한 명동점의 3개월간 총 매출이 5,000만원에 그친 것으로 조사되면서 실패한 기획이란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명품마루도 히트500플라자도 뷰티, 패션부터 건강·식품, 가전제품, 생활용품 등 광범위한 카테고리를 다루다보니 소비자 어필 포인트를 찾지 못했다”며 실패의 요인을 지적했다.

연관성 없는 상품들이 매장 한 곳에 즐비한 탓에 소비자들은 특정 제품에 집중하기 힘들고 업체들 역시 타겟 공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마케팅에 난항을 겪고 있다는 분석이다. 

유통사의 중소기업 온라인 전문몰은? 

명품마루와 히트500플라자가 시장을 모르는 공무원들의 탁상 행정이란 비판을 받고 있다면 유통사가 오픈한 중소기업 전문몰 뷰티 커머스와 1사1명품관은 ‘생색내기식 배려’란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해 보인다. 



▲ 11번가의 뷰티커머스(좌측), CJ오쇼핑의 1사1명품(우측) 홈페이지 캡처.


2013년 10월 말 SK플래닛 오픈마켓 11번가가 오픈한 중소 화장품 전문관, 뷰티커머스는 중소제품 대중화와 중소상인과의 상생 경영을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당초 SK플래닛 측은 “중소기업 제품의 소비자 접점을 높이기 위해 뷰티 커머스를 기획했다”며 “일회성 판매로 끝나는 소셜커머스와 달리 좋은 제품을 지속적으로 공급하겠다”고 밝혔지만 운영 3개월도 안된 시점에서 이 매장은 슬그머니 문을 닫았다. 

오픈 2개월차를 맞은 지난해 12월 본지가 홈페이지에서 해당 페이지를 찾을 수 없어 본사에 문의한 결과 뷰티커머스는 잡화/뷰티→스킨케어/메이크업→only at 11st 코너 안에 위치해 있었다. 

담당 직원마저 해당 페이지를 찾지 못해 확인 후 ‘찾는 방법’에 대한 설명을 들은 후 접속했던 터였다. 그마저도 1월 들어선 소리 소문 없이 페이지가 자취를 감춘 상황이다.

CJ오쇼핑이 지난 12월 중순 온라인종합몰 CJ몰에 오픈한 중소기업 매장, 1사1명품 전문몰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오픈 당시에도 이 페이지는 메인 화면에서 찾을 수 없어 검색창에 ‘1사 1명품’이란 검색어를 넣고 찾아야 했다. 이 회사 담당자 역시 해당 페이지를 찾지 못해 자체 확인 후 찾는 방법을 설명해줬다. 

현재 이 페이지는 링크된 주소 외에는 홈페이지에서 찾아갈 루트가 없으며 1사 1명품이란 검색어를 입력하면 중소기업 제품과 노송가구, 돌체앤가바나 향수, 현대백화점 잡화가 섞인 41개 상품이 뜬다.

해당 전문몰은 CJ오쇼핑이 다각도로 중소기업의 판로를 지원하기 위해 오픈한 온라인 매장으로 당시 이 회사 관계자는 “우수한 품질력의 중기상품을 지속 발굴해 1사1명품 상품 풀을 확대해 나갈 계획으로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동반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처럼 지난해 상생을 외치며 중소기업의 고충을 덜어주겠다고 나선 정부 부처와 유통사는 많았지만 실패한 사례가 많아 뒷맛이 씁쓸하다. 문제의식은 있지만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과 진정성이 부족해 보인다. 

거창하게 밝혔던 초반의 포부도 시나브로 자취를 감추고 남은 건 중소기업을 위한다는 생색내기식 아우성 뿐이다. 

보여주기식 행정과 약자를 위한 이미지 전략이란 오해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철저한 시장 조사를 바탕으로 꾸준히 함께 가려는 관련 기관의 ‘의지’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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