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인코리아닷컴 중국 통신원 송란] 중국 최대 쇼핑 축제인 '광군제(光棍節, 솽스이, 双十一)'가 쇠퇴하는 분위기가 여러 곳에서 감지되고 있어 국내 기업들의 주의와 적절한 대책 수립이 요망된다.
중국 주요 매체들은 올해로 13년째를 맞이한 광군제에 대한 중국 소비자들의 반응이 점점 싸늘하게 식어가고 있고 내수 소비 진작에 큰 역할을 한다고 치켜 세워주던 중국 정부도 작년부터 곱지 않은 시각으로 광군제를 바라보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온라인상에서도 광군제에 대한 부정적인 기사와 소비자 반응들이 쏟아지고 있다. 광군제 메인 데이(Main Day)라고 할 수 있는 11월 11일 중국 최대 포털 사이트 바이두(百度)에 광군제 키워드 ‘双十一’를 입력 검색해 보니 ‘광군제 할인 행사 셈법이 너무 복잡해서 수학 문제를 푸는 것 같다’, ‘광군제가 메인 할인 행사를 밤 12시에 시작해서 소비자를 힘들게 한다’, ‘더 이상 광군제 기간에 쇼핑을 안 하겠다’ ‘광군제는 이제 끝났다’ 등 부정적인 내용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하듯 중국 주요 전자상거래 플랫폼의 2021년 광군제 매출액(GMV) 성장세가 많이 꺾인 것으로 나타나 관계자들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타오바오의 경우 올해 매출액이 전년 대비 8.4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작년 매출액이 2019년 대비 26%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증가세가 큰 폭으로 꺾인 것이다. 징둥은 타오바오와 비교해서 다소 양호한 편으로 올해 매출 증가율은 전년대비 28.5% 성장했지만 역시 2020년 증가율 32.8%와 비교하면 4%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3년째인 광군제가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받기 시작한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라 몇 년 전부터 이상징후가 감지되기 시작했다는 것이 현지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또 온라인 쇼핑의 주력이라고 할 수 있는 95后(95년 이후 출생자)들이 광군제에서 이탈하거나 구매 지출을 줄인 것으로 나타나 광군제의 미래를 더욱 암울하게 하고 있다.
중국 소비자들로부터 10여 년 동안 사랑 받던 광군제가 중국에서 외면 받고 쇠퇴 징후를 보이는 원인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 소비자에게 쇼핑 즐거움보다 피로감 더해 주는 행사로 '변질'
첫 번째 원인은 피로감을 들 수 있는데 이는 일반 소비자는 물론 업계 관계자들도 가장 많이 공감하는 문제이다. 타오바오, 징둥 등 광군제 행사를 주도하는 주요 플랫폼은 작년부터 광군제 할인행사 기간을 늘려 21일 간 진행하고 있는데 이 기간 중 1차, 2차 장바구니 담기와 예약금 지급 기간이 있어 반드시 이 기간 동안 구매 희망 상품을 장바구니에 담아 예약금을 결재하고 매 차 결재기간에 결재를 해야만 할인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보통 결재기간은 매 차마다 하루씩 설정되어 있는데 대부분 입점 판매 기업들이 선착순 결재자에게 추가 할인 또는 증정품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이런 추가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밤잠을 설치가며 밤 12시까지 기다렸다가 남들보다 빨리 결재해야 최대의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런 소비자들의 고통 감수를 강요하는 할인행사 게임 규칙은 소비자들에게 쇼핑이 즐거움보다 오히려 스트레스를 주고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 불만이 폭발하고 있는 것이다. 광군제가 20여 일에 달해 소비자들이 피로감을 느끼는 상태에서 장바구니 담기 기간, 결재기간, 선착순 결재 등의 게임 규칙은 소비자들을 더욱 피곤하게 만들어 이런 것들이 결국 광군제를 외면하는 이유가 된 것으로 보인다.
# 복잡한 할인 셈법, 소비자 이탈 부추겨 '쇠락' 원인
두 번째는 광군제의 복잡한 할인 셈법에 대한 불만이 쇠락의 원인이 됐다. 광군제의 할인받기가 복잡한 수학 방정식을 푸는 것보다 어렵고 복잡하다고 대부분 소비자들이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광군제에 가장 많이 진행하는 할인 행사가 어떤 온라인 매장에서 구매를 하던 상관없이 합계가 일정 금액 이상이 되면 감면 혜택을 주는 것이다.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이 200위안을 구매하면 30위안 할인혜택(萬200減30)을 주는 것인데 이 행사에 참가하는 매장도 있고 참가하지 않는 매장도 있기 때문에 할인을 받으려면 먼저 참가하는 매장을 골라야 한다. 또 다른 할인 방식은 195위안을 구매하면 25위안 할인혜택(萬195減25)을 주는 것인데 이 두 가지가 할인 방식이 틀려서 서로 상호 교차 적용이 되지 않고 게다가 어떤 매장은 아예 두 가지 방식의 할인 행사에 참여하지 않는 매장도 있기 때문에 매장 선정부터 할인 방식별 일정 금액을 맞추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이렇게 어렵게 계산을 해야 할 바에야 아예 광군제 행사에 참가하지 않고 할인도 받지 않겠다고 포기하는 것이다.
# 중국 정부 전자상거래 업체 '견제와 규제' 강화
세 번째는 작년부터 시작된 중국 정부의 자국 대형 전자상거래 업체들에 대한 각종 규제를 들 수 있다. 중국 정부는 온라인 판매 인터넷 사업을 규범화하고 관리감독을 제도화한다는 명목 하에 2020년 하반기 인터넷 영역 반독점 조사와 법제도 정비에 착수해 법제도 정비, 반독점 조사, 데이터 안전 강화 등 다방면으로 인터넷 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실제 2020년 12월 알리바바 등 3개사에 반독점 위반 벌금을 부과했으며 중국 대표 B2C 플랫폼인 웨이핀후이(唯品會)에 300만 위안의 벌금 부과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한편, 중국 공업정보부는 ‘행정지도회’를 개최해 광군제 행사 플랫폼 기업들에게 소비자 개인 정보의 불법 사용을 하지 말 것을 강력 경고했으며 시장관리감독총국에서도 광군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시점에 맞춰 소비자를 기만하는 불법할인 프로모션을 엄벌하겠다고 공표하면서 사실 광군제의 축제 분위기에 찬물을 끼 얻는 조치를 내렸다.
# '판매가격 조작' 소비자 기만 상술 '신뢰도 하락'
네 번째는 가격을 조작해 소비자들을 속이는 매장들이 많아 소비자들의 광군제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고 있다는 것이다. 광군제 시작 바로 직전 판매 가격을 평상 시 보다 높게 조정해 소비자가 광군제 기간 할인혜택을 받더라고 평상 시 가격과 대동소이 하게 사는 꼴이 되는 것이다. 이런 행위에 대해 시장감독관리총국에서 단속과 처벌을 강화하고 있지만 좀처럼 근절되지 않아 소비자들이 광군제에 참여하지 않고 발길을 돌리는 원인이 되고 있다.
#연중 할인판매 행사 난립, 광군제 주목도 '감소'
다섯 번째는 연중 할인판매 행사가 너무 많이 생겨 상대적으로 광군제에 대한 관심이 줄어든 것을 들 수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광군제는 중국에서 연간 1회 추진하는 유일무이한 대형 온라인 할인판매 행사였으나 최근에는 618 쇼핑축제(광군제의 상반기 버전이라고 할 수 있음), 99빅세일 행사, 쌍12(12월 12일) 할인축제, 여신(女神) 세일축제 등 유사한 대형 할인행사를 다양한 플랫폼에서 2~3개월에 한번씩 개최하고 있기 때문에 광군제에 대한 소비자들의 주목도와 집중도가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 냉담한 분위기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나 광군제 행사가 없어지지는 않을 듯
광군제를 주최하는 타오바오, 징둥 관계자와 참가기업들 대부분이 올해 광군제가 예년 같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한 분위기이며 이러한 상황이 앞으로도 개선될 가능성은 많지 않지만 광군제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미국 블랙 프라이데이 행사와 비견되는 대형 할인행사를 어렵게 만들어 놨는데 애국 마케팅이 주효한 중국에서 광군제를 쉽게 없애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과연 중국 온라인 판매를 대표하는 알리바바, 징둥 등 기업들이 지적된 문제들을 개선하고 정부와 상생 관계를 모색하면서 광군제를 다시 중국 소비자들이 가장 환호하는 쇼핑 축제로 거듭나게 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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