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K-뷰티 새로운 주역' 인디 브랜드, 왜 주목받나?

2024.06.04 11:14:50

인디 뷰티 트렌드 발판 성장 '제품력, 가성비' 앞세워 글로벌 시장 공략

 

[코스인코리아닷컴 이효진 기자] ‘인디 뷰티(Indie Beauty) 브랜드’들이 글로벌 화장품 시장에서 K-뷰티를 이끄는 새로운 주역으로 부상하고 있다. K-뷰티의 글로벌 시장 진출은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이라는 국내 화장품 대기업의 도전을 바탕으로 했으나 글로벌 소비자들의 품에 파고 드는 제2의 전성기는 인디 브랜드들이 만들어 내고 있다.

 

인디 뷰티에서 ‘인디(Indie)’는’'independent(독립)’의 준말로 독립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인디 영화나 인디 음악처럼 인디 뷰티는 설립자의 독립적인 운영을 바탕으로 차별화된 브랜드 컨셉을 지켜가는 브랜드를 의미한다.

 

다만, 하루에도 수십, 수백개씩 시장에 쏟아지는 신생 브랜드를 모두 인디 브랜드로 정의하지는 않는다. 브랜드가 명확한 신념과 가치를 가지고 있고 트렌드에 빠르게 반응하며 SNS 등 온라인 채널을 통해 소비자와 활발하게 소통한다는 특징을 통해 인디 브랜드로 구분된다.

 

기존 브랜드들이 오프라인 채널을 통해 판매되어 왔다면 인디 브랜드는 뷰티 편집숍, 온라인 채널, 팝업 스토어 등을 통해 소비자에게 좀 더 바짝 다가서고 있다.

 

글로벌 화장품 시장의 새로운 트렌드로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한 인디 뷰티는 국내 화장품 업종의 2024년 주요 이슈 중 하나로까지 꼽힐 정도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가장 먼저 인디 뷰티의 돌풍이 일어나기 시작한 곳은 세계 최대 화장품 시장인 미국이다. 미국은 대형 3대 화장품 브랜드사들의 주도권이 막강했던 시장으로 대형 3대 화장품 브랜드사들의 합산 미국 화장품 점유율은 18~26%에 달했다. 하지만 이 같은 기성 브랜드들의 점유율이 하락한 반면 인디 브랜드들은 호황기를 맞은 상황이다.

 

본격적인 인디 브랜드 전성기는 코로나19와 함께 왔다. 온라인 중심으로 소비 패턴이 바뀌고 클린뷰티 등 성분 등에 집중하는 브랜드의 철학에 주목하는 이들이 늘어난 것이 시너지를 불러 일으켰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최재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이후 기존 오프라인 매장 구매에서 온라인 채널로 확장되면서 미국 화장품 시장 소비 트렌드가 크게 변화하고 있으며 특히 온라인 채널에 특화된 SNS와 인플루언서 등의 영향으로 미국 인디 뷰티 브랜드는 고성장을 이어가는 중이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이후 소비가 둔화되며 가격은 저렴하지만 성능은 좋은 ‘가성비’ 중소 뷰티 브랜드들이 주목받은 것도 인디 뷰티 브랜드의 열기가 식지 않는데 한 몫했다.

 

 

카카오스타일이 운영하는 스타일 커머스 플랫폼 지그재그에 따르면, 최근 ‘인디 뷰티 브랜드’ 거래액은 최대 46배 수직상승했다.

 

올해 4월 한 달간 지그재그 내 검색량을 분석한 결과, 피부 보습 효과가 있는 ‘히알루론산’(283%), 노화를 지연시키는 ‘레티놀’(237%), 피부 진정과 회복에 탁월한 ‘시카’(256%) 등 화장품 성분 검색량이 전년 동기 대비 모두 3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는 등 화장품 구매 시 원하는 성분을 직접 검색하는 고객이 크게 늘었다.

 

이처럼 화장품 구매 시 성분을 중요시하는 소비 패턴이 떠오르면서 유효 성분이 들어간 상품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선보이는 인디 뷰티 브랜드들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

 

스킨케어 브랜드 ‘토리든’의 ‘다이브인 저분자 히알루론산 세럼’은 하루 만에 1만개 이상 판매되며 4월 한 달 기준 입점 월(2023년 11월) 대비 거래액이 46배 이상(4,536%) 급증하기도 했다.

 

카카오스타일 관계자는 “2030 여성 중심으로 화장품 성분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며 인디 브랜드의 인기가 계속해서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K-뷰티의 새로운 전성기도 인디 뷰티 브랜드가 이끌고 있다. 조선미녀를 비롯해 코스알엑스, 마녀공장, 고운세상코스메틱, 달바, 헉슬리, 디어달리아, 롬앤 등이 대표적인 인디 브랜드로 꼽히며 인디 브랜드 인수 사례도 끊이지 않는 모습이다.

 

조선미녀는 한방 원료를 현대인에 맞게 재해석한 브랜드로 틱톡 등 SNS를 통해 미국 젋은 층을 중심으로 입소문을 탔다. 2021년 11월 출시된 ‘맑은쌀 선크림’이 대표 제품으로 꼽히며 2022년 아마존 블랙프라이데이 기간 선크림 부문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조선미녀는 미국 시장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에 구다이글로벌에 인수된 첫 해인 2020년 매출이 1억 원에 불과했으나 2021년에는 30억 원, 2022년에는 400억 원으로 가파르게 늘어났다. 2023년에는 1,4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250%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모레퍼시픽의 품에 안긴 코스알엑스도 해외에서 인기다. 코스알엑스는 2013년 설립된 저자극 스킨케어 브랜드로 지난 2021년 아모레퍼시픽에 인수됐다. 2021년 매출 1,233억 원을 기록했으며 2022년에는 2,044억 원, 2023년에는 4,862억 원으로 매출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매출액의 90% 이상이 해외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아모레퍼시픽이 코스알엑스를 통해 글로벌 시장을 겨냥했다면 LG생활건강은 색조 브랜드 ‘힌스’를 인수해 일본 시장 공략에 나섰다.

 

LG생활건강은 지난해 프리미엄 색조 브랜드 ‘힌스’를 보유한 비바웨이브의 지분 75%를 425억 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2019년 1월 첫 선을 보인 힌스는 본연의 아름다움을 강조하는 국내 최초의 감성과 ‘무드’ 컨셉의 색조 화장품 브랜드로 특히 일본 MZ세대 사이에서 탄탄한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다.

 

실제 2022년 기준 힌스 매출액은 218억 원이며 매출 비중은 국내 50%, 해외 50%로 해외 매출의 대부분은 일본에서 발생했다.

 

2012년 설립된 마녀공장은 국민 클렌징이라 불리는 ‘퓨어 클렌징 오일’로 잘 알려진 자연주의 기능성 화장품 기업이다. 스킨케어 브랜드인 ‘마녀’를 중심으로 비건라이프 토탈케어 브랜드인 ‘아워 비건’과 향 바디 케어 특화 브랜드인 ‘바닐라 부티크’, 비건 색조 브랜드인 ‘노 머시’ 등의 브랜드를 전개하고 있다. 2018년 엘앤피코스메틱에 인수됐으며 2023년 6월 코스닥 상장에 성공했다.

 

실적 성장도 두드러진다. 마녀공장의 매출액은 리브랜딩이 이뤄진 2019년 276억 원에서 2020년 393억 원, 2021년 626억 원으로 늘어났다. 2022년에는 매출액이 1,018억 원으로 껑충 뛰었고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3% 늘어난 1,050억 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피부과 전문의인 안건영 대표이사가 1999년 설립한 화장품 기업 고운세상코스메틱은 ‘닥터지(Dr.G)’를 앞세워 화장품 시장에서 성장 가도를 달렸다. 지난 2018년 스위스 최대 유통기업 미그로스 그룹의 화장품 원료 자회사인 Mibelle AG(미벨AG)이 지분을 인수, 최대주주가 됐다.

 

화장품 원료 업체인 미벨AG와 고운세상코스메틱의 제조 기술이 더해지면서 고운세상코스메틱은 코로나19 기간에도 매출 상승세를 이어갔다. 고운세상코스메틱의 2019년 매출액은 1,533억 원이었으나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년에는 1,555억 원, 2021년에는 1,766억 원, 2022년 1,971억 원을 기록했다. 2023년 매출액은 1,984억 원으로 성장세가 다소 꺾인 모습이다.

 

이에 고운세상코스메틱은 올해 랩잇(Lab.it), 힐어스(Heal us) 등 신규 브랜드를 론칭해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장에 집중하고 있다.

 

한국 대표 화장품 인디 브랜드

 

 

이 밖에 비모뉴먼트가 전개 중인 비건 뷰티 브랜드 ‘달바’, 바람인터내셔날의 럭셔리 비건 뷰티 브랜드 ‘디어달리아’, 스킨케어의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가는 컨템포러리 뷰티 브랜드 ‘헉슬리’, 아이패밀리에스씨의 색조화장품 브랜드 ‘롬앤’, 젠더 뉴트럴 뷰티 브랜드 ‘라카’, 클린뷰티 브랜드 ‘아비브’와 ‘아누아’ 등이 자신만의 특색을 앞세워 국내는 물론 해외 시장에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인디 브랜드들의 성과는 중소기업 화장품 수출액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발표한 ‘2023년 중소기업 수출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중소기업 수출이 전년 대비 소폭 감소(-2.3%)한 가운데서도 화장품 수출은 두자릿수(+20.2%) 증가세를 나타내며 연간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중소기업의 지난해 화장품 수출액은 전년보다 20.2% 늘어난 54억 달러를 기록했다. 중국으로 수출이 감소(-14.4%)했으나 미국(47.2%), 일본(12.9%), 베트남(28.6%) 등으로 수출국이 다변화되면서 수출 증가세를 견인했다.

 

기초, 색조 화장품 부문 제품유형별 아마존 브랜드 판매량 순위

 

 

올해 1분기에도 화장품 수출이 중소기업 수출 증가세를 이끌었다. ‘2024년 1분기 중소기업 수출 동향’에 따르면, 중소기업 수출은 화장품, 플라스틱 제품을 중심으로 한 주력 제품 수출 호조세와 주력 시장인 미국의 경기 호황에 따른 수요 증가에 힘입어 전년 동기 대비 3.6% 증가한 277억 6,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 중 화장품 수출은 대중국 수출 플러스 전환과 더불어 상위 10개국 중 중국, 미국, 일본, 베트남 등 8개 국가에서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이며 전년 동기 대비 30.1% 증가한 15억 5,000만 달러로 역대 분기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박현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 인디 브랜드들은 가성비 제품들을 기반 삼아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수요를 늘려나가고 있다. 일회적인 유행에 편승하기보다 제품력으로 한국 화장품 브랜드 입지가 높아지고 있어 중장기 트렌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이효진 기자 cosinpress@cosin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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