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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파일] ‘K-뷰티 현기증(Vertigo)’

2016년 생산실적 13조 20% 고성장 vs 2017년 2분기 매출 부진 심각

[코스인코리아닷컴 권태흥 기자] 6월 27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해 화장품 생산실적이 13조원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이 수치를 보는 순간 기자는 아찔한 현기증(Vertigo)을 느꼈다.

최근 코스인 기자들 방담에서 업계의 쓴소리들을 접할 수 있었다. 업계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옮긴 취재기에는 K-뷰티의 현주소를 일깨워 주는 내용이 많았다.

“K-뷰티가 잘 나가는 이유는 아모레퍼시픽, 코스맥스가 잘해서일까? 아니다. 현지에서는 K-팝이나 K-드라마 등 한류 덕분인데 두 회사는 자기들이 잘나서 물건이 잘 팔린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우습다.”

“쿠션이후 아모레퍼시픽에서는 이렇다할 신기술이 나오지 않는다. C신생기업들의 아이디어가 더 시장에서 먹히고 있다. 중국 빼고는 아모레퍼시픽보다 낫다.”

“사드 때문에 중국 관광객이 들어오지 않아 면세점 매출이 반토막 났다. 명동은 파리 날리는 수준이 아니라 아예 중국인 관광객 그림자도 없다. 면세점 매출은 싼커의 대리구매나 웨이상 통해 겨우 메우는 수준이다.”

“색조화장품 C업체가 반품을 받아주지 않아 대리점마다 난리다. 해지계약도 안해준다.”

“사드가 최소 1년은 더 갈 것이다. 중국이 호락호락한가. 사드 때문이 아니더라도 업체들의 옥석을 가릴 시점이 됐다. 사드라는 핑계로 경쟁력 없는 중국 진출 기업이 정리될 것이다.”

“현재 화장품 판매제조업체, 화장품제조업체가 1만개를 돌파했다. 세계 1위 시장인 미국도 4천개 수준인데 과열이다. 출발점은 틀리더라도 모두 다 성공할 수는 없다. 1인 기업도 숱하다. 차제에 화장품 진입장벽이 만들어져야 한다.”

이밖에도 다양한 이야기가 쏟아졌지만 대략 초점은 ‘심각한 매출 부진’으로 모아진다. 더욱이 2분기 들어 화장품 기업들의 매출 추락이 소문에서 실제 상황으로 번지고 있어 업계의 팍팍함은 더하다는 것이다.

브랜드사의 매출 하락은 ODM 업체의 일감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원료사들도 덩달아 매출 부진에 전전긍긍이다. 인천 남동공단에서 쿵쿵 소리가 울리는 건설현장은 대부분 화장품 ODM 공장의 신축‧증축 현장인데 완공도 되기 전에 ‘거래처 확보’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

식약처는 2016년 화장품 실적 발표에서 “식약처의 합리적 규제 개선과 수출 지원 정책이 성장폭 키웠다”고 자찬했다. 국내 화장품이 가격 대비 우수한 품질로 높은 경쟁력을 보유하는 동시에 화장품 원료에 대해 ‘네거티브리스트’ 제도 도입 등 제도 정비가 결실을 맺고 있다고 부연설명하고 있다.

최근 5년간 화장품 생산실적은 2012년(11.54%, 71,227억원) → 2013년(11.92%, 79,720억원) → 2014년(12.52%, 89,704억원) → 2015년(19.65%, 107,328억원) → 2016년(21.60%, 130,514억원)의 고공행진 중이다. 특히 작년은 사상 최초로 전년 대비 성장률이 20%를 넘어섰다.

                        최근 5년간 화장품 생산실적 성장률



▲  자료 : 식품의약품안전처.

그런데 올해 2분기 매출 추락 소식과 겹치면서 현기증을 불러 일으키는 것이다. 작년 실적이 허수처럼 보일 정도다.

메리츠종금증권에 따르면 국내 화장품 소매판매액은 4월 들어 –1.1%를 기록했다. 이유는 중국 관광객 급감(3월 –40%, 4월 –66.6%)이다. 브랜드샵도 명동상권이 15% 매출을 차지했는데 심각한 부진에 빠졌고 중저가 화장품 채널의 평균가격도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증권사에 따르면 LG생활건강은 2분기 면세부문이 –22.0% 역신장, 아모레퍼시픽은 면세점 매출 30% 감소, 잇츠한불은 1분기 55.5% 감소세가 2분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측됐다.

최근 만난 대기업 관계자는 “대외적으로 공개하기 곤란할 정도로 심각하다. 대기업은 자금력으로 버틴다지만 중소기업이나 신규 진입 기업들은 더욱 어려울 것이다”라고 말했다.

화장품협회 관계자는 “사드 탓으로 충격이 크지만 화장품의 고성장세가 마냥 이어지기 어려운 게 현실 아닌가. K-뷰티의 경쟁력을 제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역대 사상 최대 기록을 세운 ‘2016년 화장품 생산실적’이 2017년 2분기 매출 하락으로 빛이 바랬다. 식약처의 자찬이 내년도에는 어떻게 표현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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