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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잘 나가는 줄 알았던 A사, 자재 납품대금 수개월째 미지급

화장품 브랜드숍들이 무분별한 할인경쟁과 톱스타 모셔오기 모델 출혈경쟁으로 성장동력 상실의 위기를 맞고 있다.


기자는 오랜만에 조우한 한 제조업체 직원으로부터 씁쓸한 소식을 전해 들었다. 최근 활발한 홍보와 마케팅으로 화려한 외형을 과시했던 A사가 사실은 몇개월 단위로 협력업체 납품대금 지급을 미루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지급 불능 상황까지는 아니지만 OEM 업체는 물론 원부자재 회사에 대한 대금 지급까지 미루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문제의 A사는 쇼핑 메카 명동의 좋은 입지에 매장을 유치해 최근까지도 눈에 띄는 매출실적을 올리고 있었고 유명 톱스타를 모델로 기용,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치며 소위 '잘 나가는 브랜드숍' 대열에 합류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이 회사가 '속빈 강정' '빛 좋은 개살구'로 전락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첫 번째는 브랜드숍 간 톱스타 모델 모셔오기 경쟁을 들 수 있을 것이다. 현재 브랜드숍 모델로 활동하고 있는 이들을 보면 그 면면이 화려하다. 미샤, 더페이스샵 등 잘 나가는 회사뿐 아니라 근근히 운영되고 있는 회사들도 모델 기용에는 거액을 아끼지 않는 모습이다.

 

일례로 미샤는 톱배우 김혜수와 한류 열풍의 주역 동방신기를, 더페이스샵은 꽃미남 아이돌 그룹에서 어엿한 배우로 성장한 김현중과 소녀시대 서현 그리고 신인 아이돌 EXO-K(엑소케이)를 신규 모델로 발탁했다. 이니스프리는 소녀시대 윤아를, 에뛰드하우스는 샤이니와 투애니원 멤버 산다라박을, 토니모리는 민효린과 JYJ를, 네이처리퍼블릭은 장근석과 신세경을 모델로 내세웠다.

 

이렇듯 톱모델 기용은 강력한 팬덤을 가진 모델들을 기용함으로써 브랜드숍의 주 고객층인 10~20대 고객을 확보하고 국내는 물론 해외 시장에서 브랜드 인지도를 쉽게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이들 모델로 인해 각 회사가 모델료 대비 얼만큼의 금전적 혜택을 얻었는가를 생각하면 톱스타 모셔오기만이 정답일까 하는 의문이 드는 게 사실이다.

 

두 번째는 역시나 과열된 할인 경쟁이다. 미샤의 할인 이벤트로 촉발된 브랜드숍의 할인 경쟁은 이제 20~30%를 넘어 50%를 호가하는 수준으로, 재고상품 처리에서 인기상품 할인으로, 특별한 기념일에서 매월로 확대되고 과감해지고 있다. 그만큼 많은 소비자들이 방문하고 제품을 구입해도 결과적으로 남는 순수익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아울러 브랜드숍의 할인 행사가 공공연해지면서 할인 기간에만 제품을 구매하는 사례가 늘고 있고 소비자 가격을 높게 책정해 겉모양만 할인 형태를 취한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 역시 높아지고 있다.

 

현재도 그리고 앞으로도 브랜드숍의 할인과 톱모델 기용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미샤, 더페이스샵 등 선두 기업이 멈추지 않는 한 말이다. 물론 이러한 방식이 매출 확대에 일정 부분 도움이 될 순 있다. 하지만 과도한 할인 마케팅과 일단 유명하니까 뽑고 보는 모델 기용 방식은 결국 출혈경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기업의 주요 덕목은 '신뢰' 확보다. 이제는 톱스타를 이용해 '잘 나가는 회사'로 보이는 데 집중하기보다는,  할인 경쟁으로 소비자의 이목을 끄는 데만 집중하기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소비자 신뢰 확보 방법에 대해 생각해 볼 때다.

 

기업이 장기간 성장 모멘텀을 이어갈 수 있는 비법은 톱스타도 아니고 할인 마케팅도 아니다. 깨끗하고 정직한 이미지로 고객 신뢰를 확보하는 기업만이 종국엔 환하게 웃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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