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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H&B숍 초심 찾아야 할 때

'블루칩'으로 떠오른 H&B숍이 지난해에 이어 2013년 유통업계의 가장 ''한 시장이 되고 있다.

 

당초 국내 H&B숍들은 의약품을 함께 파는 잡화점이라는 콘셉트로 시작했다. 하지만 일반의약품 등에 대한 소매점 판매 규제가 풀리지 않아 어려움을 겪게 되자 CJ올리브영, GS왓슨스 등 대기업 계열사들은 드럭스토어에서 의약품 판매를 제외한 H&B숍으로 전환했다.

 

현재 H&B숍들은 생필품과 식음료, 화장품, 건강기능식품 등을 판매하고 있어 기업형슈퍼마켓(SSM)과 거의 비슷한 상품구성이고, 코오롱의 W-스토어만이 외국과 유사한 형태인 드럭스토어로 운영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1999년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1호점을 연 CJ올리브영은 2012년300개를 넘기며 선두자리를 지키고 있다. 세계 최대 드럭스토어 체인인 홍콩의 AS왓슨과 손잡고 2005년 홍대에서 1호점을 연 GS왓슨스 역시 2012년 76개로 증가했다.

 

그래서일까. 요즘 시내 번화가를 걷다 보면 H&B숍이 자주 보인다. 서로 목 좋은 자리를 차지하느라 경쟁사들의 H&B숍이 한 블록 안에 자리 잡고 있는 광경도 볼 수 있다. 이대로라면 몇 해 전 커피전문 체인점이 우후죽순 생겨날 때처럼 H&B숍들이 서로 마주 보고 으르렁거릴 날도 머지 않아 보인다.

 

취재차 명동에 위치한 CJ올리브영과 GS왓슨스를 방문해 봤다. 헬스&뷰티를 표방하고 있지만, 스낵과 음료가 많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었고 반대쪽에는 화장품이 전시돼 있었다. 아무리 봐도 H&B숍보다는 편의점(convenience)의 약자를 따서 쓴 C&B숍이 더 적절했다.

 

특히 명동 한복판에 야심 차게 들어선 신세계의 분스 매장은 한술 더 떴다. 이곳은 값비싼 시계와 목걸이 등 귀금속에 명품 가방까지 팔고 있었다 편의점을 넘어 백화점에 가까운 모습이다. 최근 이같은 H&B숍을 하겠다고 롯데그룹, 농심 등 대기업들도 사업 진출 계획을 밝힌 상태다.

 

이처럼 대기업 계열사들이 너도나도 H&B숍 시장에 뛰어드는 데에는 한 가지 이유가 더 있다. 정부의 SSM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고 대기업 계열사의 베이커리를 견제하는 움직임이 커지면서 H&B숍으로 눈을 돌리는 대기업이 늘어난 것이다.

 

물론 사업이 잘되는 곳에 자본이 몰리는 것일 뿐인데 이것이 무슨 문제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이대로 가다간 H&B숍이 SSM이나 편의점과 함께 묶여 규제를 당하는 경우가 우려된다. 너무 욕심부리다 보면 얻어야 할 것도 잃게 되는 법이다. 본연의 초심을 찾아 H&B숍의 정체성을 찾아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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