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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지금은 2인자 시대

화장품 업계의 2인자는?

 

요즘 때 아닌 2인자 논란이 한창이다. YS가 자신을 예방한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에게 “박근혜 의원은 유신의 2인자”라는 말로 포문을 열자 보수 언론들은 일제히 문민정부 당시 ‘소통령’으로 2인자 행세를 한 김현철을 언급하며 YS 부자를 비난하고 나섰다. 유신의 2인자와 문민정부의 2인자. 그들에 얽힌 이야기는 참으로 기가 막히고 아이러니한 역사의 한 페이지임이 분명하다. 여기에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2인자인 문재인 의원이 가세한 것은 정말이지 슈퍼 흥행 카드인 셈이다.

 

하지만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2인자 혈투장은 북한이다. 북한은 소위 말해서 ‘죽기 살기’ 또는 ‘너 죽고 나 살자’이다. 공교롭게도 최근 북한 최고의 2인자에서 하루아침에 몰락한 이영호 전 총참모장 관련 기사가 쏟아지고 있다. 그 배경에는 각종 사업을 둘러싸고 군과 친 김정은 세력 사이에 이권다툼이 있었다. 우리 정보 당국이 북한군 내부 잔존 세력의 쿠데타 가능성까지 언급하는 상황이라니 소문만 들어도 얼마나 치열한지를 알 수 있다.

 

그러고 보니 현재의 한반도는 남북 모두 2인자들 천지다. 사실 기록에 남아 있는 대한민국 2인자의 역사는 고구려 시조 동명성왕 시대 이전으로 가야 하니 한반도에 국가가 성립되기 전부터 2인자들은 존재했다. 1인자들 사이에서 살아남기의 최전방에 배치된 2인자들의 삶이야말로 모략, 배신, 권력 다툼의 근원지니 그들이 없는 역사는 얼마나 심심할 것인가. 그래서 어느 시대의 사람이든 2인자들에 얽힌 이야기를 술안주 삼거나 심심풀이 땅콩처럼 즐겨 씹는지 모른다.

 

그런데 아직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2인자들이 존재한다면 사람들은 어떻게 반응할까. 가뜩이나 재미없고 따분한 일상인데 포장조차 뜯지 않은 그런 스토리가 있다면 누구든 망설임 없이 첫 실마리를 당길 것이다. 화장품 업계의 2인자 스토리. 럭셔리한 3차 포장에 담긴 그 천연 제품이 곧 출시된다면 사람들의 얼굴에 희색이 만연하지 않을까.

 

화장품 업계의 1인자는 아모레퍼시픽이다. 아모레퍼시픽의 1인자는 서경배 대표이고 2인자는 안정림 화장품협회 상근 부회장이다. 이들이 휘두르는 무소불위의 권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한쪽 눈만 찡그리면 다들 고개를 돌릴 정도라는 것이 대체적인 업계의 평이다. 오늘의 아모레퍼시픽이 있기까지 2인자의 역할이 컸단다. 거기에 얽힌 스토리가 그래서 재미있단다.

 

그렇다면 화장품 업계의 2인자는? LG생활건강이다. 이 회사의 1인자는 차석용 대표이고 2인자는 김춘구 전무로 알려져 있다. 이 회사 앞에는 만년 2인자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하고 많은 2인자 중에서 만년이라니. 이건 재미가 없다. 2인자이면서 재미가 없다는 건 가장 굴욕적이고 그 죄가 크다. 이 회사는 직원들도 재미가 없다. 그냥 뭐랄까. 아모레퍼시픽에 묻어간다고 할까? 다른 업체라면 힘이 없으니 그렇다고 하겠지만 그래도 2인자인데 고개라도 한 번 들고 눈빛이라도 교환해야 하는 거 아니냐는 불평이 쏟아진다. 초원의 사자도 도전하고 도전해서 왕좌에 오르는 법인데 이건 뭐 스스로를 사자로 인정하려 하지 않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하지만 기대를 저버리기엔 아직 이르다. 올 한해 힘을 응집해서 내년에는 주먹이라도 꽉 쥐어볼 거라는 전망도 있기 때문이다. 누가 알겠는가. 1인자를 누르고 새 왕좌에 오르는 2인자 최고의 흥행 카드를 LG생활건강이 보여줄지. 이번에도 자리에 앉아서 고개만 숙이고 있다가 “손들어”에 손들고 “손 내려”에 손 내리기만 하면 이제 더는 2인자도 못 된다. 사람들은 새로운 2인자에 눈을 돌릴 것이고 ‘소통령’ 김현철이나 하루아침에 몰락한 이영호가 아닌 모두가 원해서 등장한 박근혜나 문재인이 화장품 업계에도 등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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