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드럭스토어에 가보면 화장품인지 의약외품인지 헷갈리는 제품들이 보인다. 화장품이라고 하기에는 의약외품에 가까운 것 같고, 의약외품이라고 정의하기에는 화장품 같은 제품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른바 ‘코스메틱(cosmetics)’과 ‘파마슈티컬(pharmaceutical)’을 합성한 ‘코스메슈티컬’과 ‘더마톨로지(dermatology)’와 ‘코스메틱(cosmetics)’을 합성한 ‘더마코스메틱’이라고 불리는 제품들이 화장품 시장에 쏟아져 나오고 있다.
화장품 시장 진출 제약업체 론칭 화장품 브랜드
▲ 자료 : 각 업체. |
그렇다면 제약사가 화장품 시장에 뛰어든 이유는 무엇일까? 정부의 리베이트 규제 강화를 비롯해 약가인하 등으로 전반적인 제약 영업이 어려워져 업계 분위기 자체가 침체됐다. 이에 사업 다각화를 추진해 손해를 만회하려는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를 살펴보면 정부 규제가 강화된 이후 제약사의 큰 변화가 일었다. 상위 10개 제약사의 영업이익이 2013년 6.8%에서 2014년 6.3%로 소폭 하락한 것이다.
반면 화장품 시장은 2000년대 이후 큰 변화를 맞았다. 2000년대 초반부터 국내 화장품 업계에는 브랜드숍이 론칭됐다. 이후 화장품 OEM 생산이 일반화돼 제품 생산, 브랜드 론칭에 대한 진입 장벽이 낮아졌다는 업계의 평이다.
여기에 최근 화장품 시장의 규모 자체가 커진 점도 한몫한다. 중국을 비롯한 동북아시아와 동남아시아는 물론 유럽, 북미, 남미 등 전세계에서 국내 화장품 업계, 브랜드가 인기를 얻으며 화장품 시장 자체가 커진 것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일까. 중견 제약사들이 속속 화장품 시장으로 진입하고 있다. 브랜드마다 각각의 콘셉트를 바탕으로 제품을 출시하고 있으며 이제는 국내를 넘어 세계로 도약할 준비를 하고 있다.
▲ 사진 : 1. 성원제약 마유-엑스 크림 2. 한미약품 클레어테라피 립에센스 3. 국제약품 라포 티셀 울트라 센스티브 크림 4. 오츠카제약 우르오스 올인원 모이스처라이저 스킨 로션. |
2014년 국내의 코스메슈티컬 시장은 4000억 원 규모로 구성됐다. 화장품 시장에 진입한 제약사 중 가장 대표적인 곳은 위 표와 같다.
몇 개의 제약사만 살펴보자면 올 5월 신풍제약은 자체 약국화장품 브랜드인 ‘아이나이’를 론칭했다. 아이나이 브랜드는 화학성분 사용을 최소화한 천연 원료를 함유한 제품으로 모든 피부 타입이 사용할 수 있다. 제품은 얼굴뿐 아니라 보디에도 사용할 수 있으며 피부자극 테스트를 통과해 안전성이 입증됐다.
성원제약은 지난해 8월 초 마유 성분이 함유된 ‘마유-엑스 크림’을 출시했다. 청정 지역인 제주도의 발효 마유 성분의 함유로 출시 이전부터 선주문만 20만 개가 넘는 등 큰 이슈를 모았다.
특히 성원제약의 ‘마유-엑스 크림’은 중국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피부에 영양 공급은 물론 건조하지 않고 촉촉하게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줘 일명 ‘동안크림’으로 유명해져 중국 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45년 동안 사랑받아 온 상처치료제 마데카솔을 생산하는 동국제약은 기능성화장품 브랜드인 ‘센텔리안24’를 지난 4월에 론칭했다. 특히 센텔리안24의 핵심원료로는 동국제약 마데카솔의 주성분인 ‘테카(TECA)’이다. 센텔리안24의 대표 제품인 ‘마데카 크림’은 4월 6일 GS홈쇼핑 1차 판매에서 매진하는 등 놀라운 성과를 기록했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11월 약국용 화장품브랜드 ‘클레어테라피’를 론칭했다. 입술건강에 도움을 주는 립 에센스를 필두로 클레어테라피의 제품군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대웅제약의 경우에는 특허 기술인 상피세포성장인자(EGF)를 화장품에 적용했으며 클렌징부터 BB크림까지 다양한 제품 구성이 눈에 띈다. 대웅제약의 화장품 전체 총매출액은 △2012년 90억 원 △2013년 110억 원 △2014년 150억 원으로 해마다 20% 이상 성장하고 있다.
앞서 일동제약도 화장품 브랜드 ‘고유에(GOU:E)’를 론칭함으로써 화장품 시장에 진출했다. 홈쇼핑에서 완판 기록을 세우는 등 실제로 지난해 상반기에만 50억 원의 매출을 올리며 외형 성장에 톡톡히 이바지하고 있다.
휴온스는 기능성 화장품 브랜드인 ‘휴온(HU:ON)’을 통해 화장품 사업에 진출했다. 휴온은 중국 현지 진출을 위해 2013년 위생허가증을 받았다. 이에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중국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제약품은 2008년 화장품 브랜드 ‘스틸라’를 인수해 화장품 사업을 시작했다. 특히 국제약품은 2010년에는 오리지널로우를 선보이기도 했다. 또 2015년 2월에는 화장품 ODM업체인 코스온과 기술제휴로 맺어 약국전용 브랜드인 ‘라포티셀’을 론칭하기도 했다.
유한양행은 ‘바이오오일’을 2012년 10월부터 수입하고 있으며 오츠카제약은 ‘우르오스’를,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은 ‘피지오겔’ 등을 선보이며 본격적인 화장품 사업에 돌입하고 있다.
제약사가 론칭한 브랜드 및 제품들은 제품력과 안전성면에서 소비자들에게 신뢰를 받고 있다. 또 제약사의 화장품 브랜드의 경우 약국이나 병원 등에서 판매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현재 화장품 시장은 포화될 대로 포화된 상태이며 기존 화장품 업체들과 비교했을 때 유통망과 마케팅에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다.
때문에 제약사의 화장품 시장에서의 실패 사례도 심심치 않게 들리고 있는 상황이다. 그중 대표적인 제약사로는 국제약품이 있다. 국제약품이 2008년 인수한 화장품 브랜드 ‘스틸라’는 현재 매출이 급감한 상태다. 2013년 상반기 21억 원이라는 매출에서 2014년 상반기에는 19억원으로 감소했다.
국제약품의 다른 화장품 브랜드인 ‘오리지널 로우’ 역시 마찬가지이다. 2013년 오리지널 로우는 80억 원이라는 매출을 달성했지만 2014년 상반기에는 33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는 전년 대비 4분의 1 수준 밖에 되지 않았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다수의 제약사는 홈쇼핑과 접촉하고 있다. 몇몇 제약사의 경우에는 별도의 홈쇼핑과 계약을 맺어 브랜드 혹은 제품을 론칭하고 있는 상황. 일동제약이 론칭한 고유에가 그 대표적인 예이다.
‘지피지기 백전백승’이라는 말이 있다. "적을 알고 나를 알아야 한다"는 뜻으로 화장품 시장에 진출했거나 진출할 예정인 제약사들이 깊이 되세겨 봐야할 대목이다.
물론 현재 국내 화장품 시장은 활성화됐으며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 하지만 무분별한 사업진출보다는 소비자에 대한 분석, 시장에 대한 분석, 업계와 경쟁사에 대한 분석, 인기 제품에 대한 분석이 있어야 화장품 시장에서도 큰 성공을 이룰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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