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들어 화장품 업계 부동의 1위 아모레퍼시픽(대표 서경배)을 뒤쫓는 LG생활건강(대표 차석용)의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보여준 LG생활건강의 공격적 M&A 행보를 바탕으로 올해 본격적인 추격전을 시작하는 게 아니냐는 전망까지 나온다.
워낙 아모레퍼시픽의 위상이 탁월한 만큼 당장 1위 자리다툼이 벌어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하지만 LG생활건강이라는 거대그룹의 이미지를 등에 업고 규모만 따지면 아모레퍼시픽보다 훨씬 덩치가 큰 LG생활건강이 만만한 상대는 아니다.
향후 LG생활건강이 현재 40% 정도인 화장품 부문 매출을 얼마나 어떻게 늘려나갈 계획과 의지를 보이느냐에 따라 올해 국내 화장품 시장 판도가 급변할 수도 있다.
이런 조심스런 전망이 나오는 배경은 지난해 LG생활건강이 보여준 M&A에 있다. 짧은 시간에 기반을 닦고 경쟁력을 갖추는데 M&A 만한 게 없다. LG생활건강은 이미 더페이스샵을 통해 이를 입증해 냈다.
LG생활건강이 화장품 부문을 강화한다면 가장 유력한 방식은 기존 업체에 대한 M&A가 될 가능성이 높다. LG생활건강은 지난해 일본 내 3위의 이너뷰티 업체인 에버라이프 지분과 색조전문회사인 보브 인수를 통해 이런 예상을 현실화시켰다.
차석용 대표가 M&A의 ‘대가’라는 점도 이런 분석을 뒷받침한다. 차 대표는 지난 2005년 취임 이후 2007년 코카콜라음료, 2009년에는 더페이스샵 등을 포함해 8차례 M&A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냈다.
이 같은 지난해 움직임을 감안해 향후 LG생활건강이 취약하거나 전략적으로 중점을 둘 화장품 부문에 대한 M&A를 시도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영업이익 측면에서 LG생활건강이 아모레퍼시픽을 앞서는 점도 강점이라고 볼 수 있다.
NICE신용평가에 따르면 2007~2011년 LG생활건강의 연평균 영업이익 증가율은 35.9%로 아모레퍼시픽의 12.6% 크게 웃돌고 있다. 또한 단순비교하면 LG생활건강의 매출이 아모레퍼시픽보다 큰 데다 지난 2011년부터는 영업이익에서 아모레퍼시픽을 앞서고 있다. LG생활건강의 성장세를 엿볼 수 있는 단적인 대목이다.
특히 약 40%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화장품 부문의 영업이익이 생활과 음료 부문의 영업이익률을 상회하고 있다는 점도 LG생활건강이 향후 화장품 쪽에 주력할 수밖에 없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아모레퍼시픽의 보수적인 경영방침도 이를 부추긴다. 아모레퍼시픽 그룹은 지난 10년간 계열사 변화가 없었다. 올해 계획대로 태평양제약을 흡수 합병하면 계열사가 10개에서 9개로 되레 줄어든다. 아모레퍼시픽 그룹은 현재 약 7,700억 원대의 현금성 자산과 1조5,000억 원대 부동산 자산을 보유하고 있지만 크게 공격적인 투자를 하지 않고 있다.
일각의 예상대로 올해 LG생활건강의 공격적 M&A가 펼쳐질 경우 아모레퍼시픽이 어떻게 대응할지 여부도 재미있는 볼거리다.
어떤 산업이든 안주하면 발전하기 어렵다. 부동의 1위와 추격자 없는 2위의 국내 화장품 산업 구조가 변화한다면 국내 화장품 산업이 더 크고 넓게 발전할 수 있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부동의 1위와 뒤따라올 상대가 없는 2위라는 우리나라 화장품산업의 구조가 어떤 면에서 산업 발전을 저해하고 있는 면도 있다”며 “경쟁을 통한 발전이라는 평범한 진리가 화장품 산업에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아모레퍼시픽-LG생활건강 매출 및 영업이익 현황 (단위 : 억 원)
구분 |
2012년
예상매출 |
2012년
예상영업이익 |
2011년
매출 |
2011년
영업이익 |
영업이익률(%) |
아모레퍼시픽 |
28,616 |
4,010 |
22,934 |
3,698 |
16.1 |
LG생활건강 |
39,463 |
4,660 |
34,524 |
4,008 |
11.6 |
아모레퍼시픽-LG생활건강 화장품 매출 및 영업이익 현황 (단위 : 억 원)
구분 |
2012년
예상매출 |
2012년
예상영업이익 |
2011년 매출 |
2011년 영업이익 |
영업이익률(%) |
아모레퍼시픽 |
23,894 |
3,348 |
18,698 |
3,087 |
16.5 |
LG생활건강 |
15,548 |
1,836 |
12,274 |
1,792 |
14.5 |
* 아모레퍼시픽 화장품 비중 83.5%, LG생활건강 화장품 비중 3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