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산업을 대표하는 아모레퍼시픽(AP)의 주가 하락세가 3개월 가까이 지속되고 있다. 맏형 AP의 이같은 주가 폭락은 전체적인 화장품업종 경기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을 양산하게 할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화장품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하지만 AP 측은 이런 상황에서도 주가를 안정시키기 위한 어떤 대응책도 내놓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주가 하락으로 피해를 입은 투자자들의 AP를 향한 원성이 높아지면서 적극적인 주가 안정 대책을 마련하라는 질타가 거세지고 있다.
AP는 3월 20일 961,000원으로 주가를 마감했다. 1월 2일 올해 첫 장 개시 때 1,210,000원이었던 주가가 무려 249,000원(-20.6%)이나 하락한 것이다. 3개월도 채 되지 않은 사이에 주가의 1/5 이상이 빠진 셈이다.
아모레퍼시픽 최근 3개월간 주가 추이

▲ 출처 : 네이버 |
이에 따라 AP의 시가총액은 1월 2일 7조734억원에서 3월 20일 5조6,178억원으로 1조4,556억원 가량 떨어졌다. 이는 3월 21일 오전 10시 기준으로 국내 대표 화장품 OEM ODM 기업인 한국콜마(6,478억원), 코스맥스(6,572억원), 제닉(1,710억원)의 시가총액을 합친 것과 맞먹는 금액이다. 불과 80일 만에 투자자들의 ‘피같은 돈’ 1조4,556억원이 증발해 버린 것이다.
이같이 지속되는 주가 하락에 대해 AP 관계자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감소하고 올해에도 전반적인 화장품 시장의 경기가 살아나지 않고 있어 주가가 계속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며 “내부적으로 주가 회복을 위한 방안을 모색 중이지만 아직 대외적으로 공개할 수는 없는 단계”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기관투자자들과 외국인들이 실적을 투자의 가장 중요한 잣대로 삼고 있다는 점을 주가 하락의 최대 요인을 꼽았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이런 주가 폭락 추세가 이어질 전망이라는 데 있다.
KB투자증권 이지연 연구원은 21일 “최근 3개월간 아모레퍼시픽의 주가는 23.6% 하락해 업종 대비 12.0%P 하회했다”며 “고가 화장품 시장인 방문판매 둔화 및 중국 로컬 브랜드의 성장에 따른 중국 시장에서의 수익성 우려 부각으로 향후 주가 모멘텀도 부족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증권업계가 AP의 향후 실적에 대해서도 부정적으로 전망한다는 의미로 앞으로 AP의 주가가 더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다.
더구나 현재 일명 개미로 불리는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 공매도설, 작전세력설 등까지 난무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데도 AP는 3개월이 다 되도록 주가 안정을 위한 그 어떤 대응책도 내놓지 않고 있다. 주가가 마음 먹은 대로 끌어올릴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해도 선뜻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업계 관계자는 "AP가 자사의 미래 가치를 믿고 소중한 돈을 맡긴 주주들을 조금이라도 생각했다면 그동안 한 번이라도 자사주 매입 등 주가 안정을 위한 조치를 취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AP의 '관망' 정책은 떨어진 주가를 회복시킬 뾰족한 수가 없어서인지도 모르지만, 자칫하면 주가 안정 의지가 없는 것으로 비쳐질 수 있다.
AP는 더 늦기 전에 투자자에게 주가 안정을 위해 어떤 노력을 펼칠지에 관한 분명한 메시지를 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 않을 경우 주주 보호를 위한 의지가 없는 기업이라는 오명을 뒤집어 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