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발 방사능 공포가 식품에 이어 화장품에도 번지고 있다. 화장품 관련 인터넷 카페와 블로그에는 일본 화장품 브랜드에 이어 일본 원료를 사용한 브랜드, 제품명 리스트가 돌며 사용을 자제하자는 여론이 일고 있다.
이에 화장품 회사의 엄격한 품질관리는 물론 정부가 나서 원료부터 완제품까지 철저한 검사를 통해 소비자 안전을 책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본산 화장품 리스트에서 이제는 원료 리스트 나돌아
▲ 주요 화장품 카페에 일본 방사능 안전성과 관련한 문의 글이 쇄도하고 있다. |
“일본 원료가 있다고 무조건 유해한 건 아니겠지만 찝찝함은 어쩔 수 없어요”(blog.naver.com/uuneee)
“방사능에 안전한 국산 화장품 있을까요?”(카페 파우더룸 parkmg1010)
“먹는 것도 그렇지만 화장품 특히 눈이나 입에 바르는 것 많이 신경쓰이더라구요” (카페 파우더룸 hexagone)
2011년 4월 터진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시간이 갈수록 통제 불능 사태로 치달으며 일본산 제품에 대한 소비자 불안이 커지고 있다. 특히 식품과 화장품은 인체에 직접 유입되는 소비재라 내부 피폭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인터넷 카페와 블로그에는 일본 화장품 리스트는 물론 일본에 제조공장이 있는 수입사와 일본 원료를 사용한 국내외 화장품 리스트가 나돌고 있다. 방사능 측정기를 이용해 일본 화장품의 방사능 수치를 측정해 그 결과를 공개한 블로거도 있다.
최근엔 일본 원료를 쓰지 않는 브랜드 리스트까지 올라 왔는데 일본산 원료 사용 화장품, 원료 사용안한 화장품 등 리스트를 작성한 이들은 일일이 각 화장품 회사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어 확인한 답변을 정보로 제공하고 있다.
이처럼 소비자 불안이 커지는 데에는 다양한 성분의 혼합으로 만들어지는 화장품의 특성에 그 이유가 있다. 국내 원료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물, 알코올을 빼고 국내에서 사용하는 화장품 원료만 1000종에 이른다고 한다.
그런데 이들 원료 중 국내 원료는 20~30%도 안되는 수준으로 나머지는 미국, EU, 일본 등에서 수입해 국내에서 2차 가공을 거쳐 제품이 만들어진다는 설명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본산 화장품만 피한다고 방사능 불안을 피해갈 수 없다는 게 소비자 여론이다.
소비자 알 권리를 위해 우리나라는 지난 2008년 10월부터 전성분표시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이것만으로 화장품 원료의 원산지를 확인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점도 불안을 키우는 요소가 되고 있다.
몇몇 대기업을 제외하고 화장품 대다수는 OEM 방식으로 제조되는데 이때 여러 업체에 제품을 맡기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런데 제조업체별로 일본, 프랑스 등 원료 수급처가 다르고 한 제품당 수십가지의 성분이 함유된 사실을 감안하면 전제품의 원료 산지를 파악하는 일은 기업 입장에서도 쉽지 않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화장품 회사, 정부 구체적 대안 내놔야 소비자 혼란 가중
화장품 방사능 불안과 관련 복잡다단한 내용들이 얽혀있지만 문제의 본질은 간단하다. 소비자가 화장품에 들어가는 원료의 출처를 확인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화장품 원료 안전성에 대한 우려는 이번 방사능 논란 뿐 아니라 환경호르몬, 스테로이드 등 위험 성분과 관련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화장품 원료 관리를 위해 우리나라는 올해부터 네거티브제를 도입한 상태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서 제조판매업자인 화장품 기업들은 원료의 효능, 안전성 등을 증명할 수 있는 자료를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문제는 ‘안전성’ 검사 항목에 아직까지 방사능은 없다는 사실이다.
방사능에 대한 별도의 안전 기준이 없다보니 화장품 회사마다 대처 방법도 달랐다.
본지 취재 결과 아모레퍼시픽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총 6대의 방사능 검사 장비를 갖추고 사전 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 회사는 먼저 원료 공급업체에 1차로 안전성 검사 결과를 요청하고 증빙 서류가 있을 경우에만 수입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후 완제품에 대해 2차로 검사를 실시한다는 설명이다.
수입 화장품의 경우 확인이 쉽지 않았다. 유명 수입 브랜드 L사는 “비단 방사능 뿐 아니라 원료부터 패키지까지 엄격한 관리 하에서 최고의 품질을 유지하고 있다”고 답할 뿐 구체적인 방사능 관련 대책을 묻자 “글로벌 회사이기 때문에 본사에 확인해 답변을 받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답했다.
OEM 업체인 A사도 비슷한 답변을 내놓았다. A사 관계자는 “민감한 부분이라 내부적으로 확인 후 답하겠다. 정확한 확인을 위해 시간이 걸린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렇듯 회사마다 대처 방법도 다르고 방사능과 관련한 정확한 수치, 안전성 결과도 공개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부 역시 이렇다 할 대안을 내놓고 있지 않다는 점은 소비자 불안을 키우는 결정적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때문에 기존 화장품 안전관리 기준에 없더라도 방사능 문제로 불안 여론이 높은 시점에서 기업과 정부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신설해 원료부터 완제품까지 철저한 검사를 통해 소비자 안전을 책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Copyright ⓒ Since 2012 COS'IN.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