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프라니(주)(대표 나종호)가 제시카 고메즈와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패소했다.

제시카 고메즈는 지난해 4월경 엔프라니를 상대로 계약이 해지된 이후에도 무단으로 광고를 사용했다며 6억3천만 원 가량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6부(부장판사 정효채)는 28일 "엔프라니가 제시카 고메즈와의 광고 계약 기간이 지났음에도 와이드칼라 광고물을 철거하지 않고 게재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배상 범위는 와이드칼라가 차지하는 비율을 고려해 40%의 책임으로 제한한다"며 "엔프라니는 제시카 고메즈에게 5,600여 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엔프라니 측에 따르면 제시카 고메즈는 지난 2009년 1월 엔프라니와 1년간 화장품 광고 모델 계약을 처음 체결했고 연장 계약을 통해 2010년 6월까지 광고 모델로 활동했다. 

2009년 당시 제시카 고메즈의 모델료는 4억 원선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엔프라니의 광고 모델이 종료된 2010년 6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약 10개월간 무단으로 사용된 점과 정신적 피해 보상 등을 고려해 6억3천만 원을 손해배상금으로 책정했다는 것이 업계의 관측이다.

이에 엔프라니 측은 "제시카 고메즈와 광고 모델을 체결한 1년 6개월간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해 광고 계약이 끝난 후 소속사와 소원했던 것은 사실"이라며 "제시카 고메즈의 광고물은 직거래 업체는 바로 회수가 됐지만 기타 벤더들의 사용을 통제하지 못한 것이 화근이었다"고 설명했다.

벤더는 다품종 소량 도매업을 말한다. 재래식 중간도매상이나 물류 업체를 위협하는 존재인 벤더는 취급 품목에 따라 다양해지면서 한국 유통 시장에 뿌리 내렸는데 화장품 업체의 경우 모델과 광고 계약이 종료된 시점부터 이들이 취하는 기존 광고물 수거가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재판부는 엔프라니의 무단광고 게재가 단순한 광고물이 아닌 지하철 승강장 등의 벽면에 설치된 와이드칼라인 점을 고려해 5,600여 만 원의 배상을 판결했다는 후문이다.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곳에 광고물이 노출된 것은 정식 계약 기간이 아니라면 납득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현재 엔프라니는 탈렌트 정일우와 모델이자 연기 수업을 받고 있는 신인 김수현과 광고 모델 계약을 체결한 상태이다. 특A급은 아니지만 A급인 제시카 고메즈보다 현재의 모델이 더 효과적이어서 이번 소송에서의 패소는 더욱 뼈아플 것이라고 업계의 한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번 판결에 대해 엔프라니 측 법무팀이 항소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엔프라니가 어떻게 대응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