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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칼럼

[화장품 컬럼] 브랜드 품격 결정짓는 향(香)

김수미 코스웨이 대표이사

[코스인코리아닷컴 전문위원 김수미] 선을 넘을 듯 말 듯 하는 야릇한 경계 속에서 선을 넘으려하지 않아도 부지불식간에 넘게 되는 특유의 성질 체취, 사람들에게서 나는 향취로 우리도 모르는 사이 사람의 격을 가르게 된다. 뭔지 모르게 끌리는 사람, 왠지 고급스러움이 느껴지는 향취, 나도 모르게 고개를 돌리게 만드는 체취로 가르게 되는 사람의 냄새에는 보이지 않는 계급을 가르는 힘이 있다. 최근 칸 영화제에서 황금 종려상을 받으며 1,000만 영화로 등극한 ‘기생충’ 에서 적나라하게 보여주던 향취는 우리 사회의 보이지 않는 계급을 은연중에 드러낸다.

 

후각, Olfactory Sense

 

향, 향기, 냄새를 지각하는 후각은 인간의 생존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하루에 20,000번에서 25,000번의 호흡, 폐를 움직이고 후두를 열어서 호흡의 기도를 열어서 산소가 공급이 되는 과정을 통해 호흡의 과정은 무의식적인 과정에서 이루어진다. 이 때 호흡을 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인간은 많은 향들을 들이마시게 된다. 생존과 직결된 후각세포는 강력하고 날카로운 향에 신속하게 순응하여 빠르게 감각을 둔화시킨다. 숨을 쉴 때마다 다른 향들을 지각하는 걸 방어하는 순응과정이 없다면 우리는 호흡할 때마다 예민하게 향을 감지하고 이에 대한 감각을 곤두세워 피로해질 수 밖에 없다.

 

후각, 화학적 감각

 

숨을 쉰다는 것은 냄새를 맡는 행위로 인체의 후각 경로는 뇌와 바로 연결되어 있다. 기체 상태의 떠다니는 아주 작은 분자가 인간의 코를 통해 점액층으로 들어와서 비강 위쪽에 위치한 후각 상피에 도달하게 된다. 인간의 코는 대기 중의 오염 물질을 걸러내 인체를 보호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비강으로 흡입된 분자 중 10%만 후각 상피에 도달하게 된다. 비로소 후각 상피에 도달한 분자가 후각세포를 건드리게 되면 그 냄새 분자를 맡을 수 있게 형성된 후각 수용체와 만나 향을 감각하게 되는 것이다.

 

인간에게 후각으로 구분할 수 있는 냄새는 1만개 정도로 보고된다. 인간의 유전자 총 2만개 중 400개는 후각수용체와 관련되어 있는 유전자다. 후각으로 감지할 수 있는 냄새의 종류가 1만개라 고하면 꽤 많은 냄새를 감지할 수 있다고 생각되 지만 400개의 후각 수용체 중 사용하고 있는 수용체는 50개 밖에 되지 않는다. 냄새라는 유기화합 물의 종류가 40만개인데 이 중 1/40인 1만개의 화학물질을 감지하며 인지적인 해석을 통해 향을 구분해낸다는 것은 39만개의 미지의 영역이 있다는 것이다. 한 번 죽으면 다시 재생되지 않는 뇌세포에 반해 피부와 후각세포는 계속 재생된다.

 

인간의 대부분의 감각은 시상과 전두엽을 통해서 해석을 한 후에 감지되는데 후각신경은 시상을 거치지 않고 변연계를 통해서 기억과 관련된 해마와 감정과 관련된 편도체로 직결되어 있다. 뇌의 변연계와 직접 연결되는 후각의 경로는 시각이나 청각보다 높은 강도로 변연계를 자극하고 시상을 거치지 않기 때문에 언어와 사고에 의해 희석되지 않는 감각으로 남아있다. 인간의 오감 중에서 후각이 변연계에 강력하게 작용하는 원인 이기도 하다.

 

프루스트 효과, 향기로 떠 올리는 기억

 

후각망울에서 인간의 감정과 성적 욕구, 집단욕과 같은 본능행동과 동물적 행동의 중추를 관장하는 변연계로 바로 전달되는 작용은 ‘프루스트 효과’로 설명되곤 한다. 프랑스의 문호 마르셀 프루스트는 어느 겨울날 홍차에 마들렌을 찍어 먹으며 어렸을 적 고향에서 숙모가 내어주던 마들렌의 향기를 떠올린다. 마들렌의 향기로 어린 시절의 기억과 감정을 떠올리게 된 프루스트는 이를 기억하며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집필하게 된다. 향기로 기억과 감정을 이끌어 내는 프루스트 효과는 최근에도 다양한 실험과 연구로 증명되고 있다.

 

향기는 곧 기억과 감정을 수반해 내는 것, 후각을 통해서 들어온 향기가 바로 인간의 편도체에 감정을 일으키고 해마와 관련된 기억을 소환한 다는 것이다. 후각경로는 뇌의 변연계와 직접 연관이 있기 때문에 감정을 건드리고 기억을 건드리기에 아주 좋은 감각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은 이것은 언어중추와는 별로 관련이 없다. 후각은 바로 해마와 편도체로 가기 때문에 설명할 수 없는 인간의 언어를 거치지 않고 기억 속으로 바로 저장되기 때문에 인간이 후각으로 설명할 수 있는 단어의 양이 적을 수밖에 없고 인간의 역사가 이루어지는 과정 속에서 인간이 후각을 통해서 만들어 내는 어휘수가 적을 수 밖에 없었고 결론적으로 냄새는 언어와 사고에 의해서 희석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후각을 제외한 모든 감각들은 살라만스라고하는 뇌의 콩과 같이 생긴 시상을 거친 다음에 전두엽의 어느 부위로 갈 것인지, 후두엽인지 측두엽인지 아니면 1차 피질영역으로 갈 것인지 결정하고 움직인다. 우리가 뇌의 어떤 부분을 건드린다는 것은 언어와 연결된다고 볼 수 있다. 모든 감각, 촉각의 다양한 감각도 시상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이를 언어로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 많다. 그렇지만 후각은 바로 편도체로 연결되기 때문에 후각을 통해서 나타내는 정서적인 반응은 편도체를 통해서 바로 직결되게 나타내는 것이다.

 

우리가 특정 향을 맡을 때 각자 개인이 갖고 있는 경험을 통해 향이 연상이 되지만 향에 대한 정확한 단어를 바탕으로 설명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조향세미나를 통해 향에 대한 각자의 느낌을 교류하다 보면 향에 대한 각자의 표현과 기억이 매우 다양하게 표출된다. 향이라는게 풍요롭고 다양한 스토리가 나오는 것은 향에 대한 언어의 명명화가 아직 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같은 향을 맡았지만 모두 다른 기억의 각자의 다른 경험이 언어를 통해 희석되지 않고 기억에 저장되어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향을 표현하기 위해 명명된 언어가 아직 발달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향기는 미지의 분야이면서 동시에 가능성이 무한한 영역이다.

 

국제 조향세미나 한국 입성

 

한국의 화장품 산업에서 가장 낙후되어 있고 반드시 개척해야 할 영역을 꼽으라면 필자의 경우 주저 없이 향을 언급한다. 화장품 중에서도 럭셔리의 영역으로 분류되는 향수 산업은 그 중에 서도 특히 미개척 분야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최근에 향수와 향 관련 산업에 대한 글로벌의 관심과 도전이 한국에서 시작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4월 이화여자대학교에서는 프랑스의 정통 조향학교인 GIP(Grasse Institute of Perfumery)의 ‘GIP 국제 조향 세미나’가 개최되었다. 제주도에서 열리는 세미나의 오프닝으로 개최된 조향 세미나는 아시아 고유의 향기와 향 원료에 대해 프랑스 최고의 조향학교와 전문가들이 함께 연구하는 과정으로 진행됐다.

 

작년 10월 항저우 실크박물관에서 중국 항저우의 유명한 꽃 오스만투스를 주제로 동양의 향료를 이해하고 오스만투스의 향료를 분석과 재현하는 조향 과정에 이은 두 번째 국제 세미나로 유네스코 무형 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최초의 프랑스 조향스쿨이 세계 유수의 아시아를 대표하는 향원료를 원산지에서 직접 체험하고 아시아 자연의 향기와 생활 속에서 즐기는 동양의 향 문화를 공유하고 아시아 고유의 향기에 대한 주체적이고 심도 있는 연구를 진행할 수 있는 아시아 국제 조향 세미나를 서울과 제주에서 개최한 것이다.

 

향수 제조 기술로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프랑스 그라스, 유네스코는 아이리스나 재스민 등 향수의 원료가 되는 꽃의 재배나 원재료에 대한 지식, 향기를 조합하는 조향 기술을 무형 문화유산에 등재했다. 유네스코는 그라스를 무형 문화유산에 등재하는 회의에서 “그라스 사람들은 원료 재배 기술이나 향수 제조 기술을 자기 것처럼 아끼며 더욱 발전시켜 왔다”고 발표했다.

 

그라스 시장은 “향수는 꿈이자, 사람 사이의 인연과 선물의 상징이다. 향수는 남자에게도 여자에게도 자연의 선물이다”라고 얘기하기도 했다. 세계적인 조향사를 배출해 온 그라스의 조향스쿨의 한국 진출은 낙후된 한국의 향료 산업이 시작될 때라는 걸 단편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브랜드 격 가르는 향, 한국 화장품 산업 과제

 

명품 매장에서 나는 특유의 향기, 백화점 1층에서 나는 고급스러운 느낌에는 바로 향기가 있다. 화장품 산업의 정수인 향수, 심리학자들은 향수를 사용하는 인간의 심리를 3가지로 나누곤 한다. 첫 번째는 사회적 차원, 두 번째는 특정인에 대한 매력 발산, 그리고 세 번째는 자기만족을 위한 자아인식의 관점이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생활하며 나를 표현하고 싶은 목적에서 향수를 뿌리고 좋아하는 사람 혹은 이성에게 매력적인 사람으로 보이기 위해 또 다른 사람과는 상관없이 자기 자신의 만족을 위해서 향수를 사용하게 되는 것이다.

 

화장품 산업의 폭발적인 성장 속에서도 극히 낙후되어 있는 한국에도 이제 향기가 몰려오고 있다. 한국의 화장품 산업이 매스 시장에서 프리미엄 시장으로의 탈바꿈을 고민하고 있는 지금 향에 대한 연구와 전문가 육성이 시급한 현실에서 세계 최고의 조향학교의 한국 입성은 매우 반가운 소식이다.

 

럭셔리는 삶의 질을 한 단계 높이고 향기는 브랜드의 격을 한 단계 높인다. 명품 브랜드에서 날것만 같은 특유의 향기, 매스를 넘어 프리미엄 시장에서의 생존을 도전 받는 한국의 화장품이 우리만의 프루스트를 찾아야 할 때다. 애플은 스티브 잡스로 기억되지만 애플의 수려한 디자인에는 공동 창업가 조너선 아이브의 디자인에 대한 집착으로 완성되었다.

 

조너선 아이브는 인터뷰에서 “달라지는 것은 쉽지만 더 나아지는 것은 아주 어렵다”고 말했다. 제품 한 개를 디자인할 때마다 1,000개가 넘는 시제품을 만들던 조너선 아이브의 디자인에 대한 집착, 우리가 화장품의 향기에 적용해야 할 공식이다.

 

          김수미

          코스웨이(주) 대표이사

          파워풀엑스(주) 사외이사

          (사)월드뷰티 대표이사

          숙명여대 뷰티 최고위 책임교수

          연세대학교 글로벌 뷰티 최고위 과정자문

          (사)한국마케팅협회 마케팅연구소장 뷰티부문

          필립코틀러 어워즈 심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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