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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시리즈

어느 살인자의 향수 이야기

조정혜의 재미있는 화장품 이야기 (18)


영화 '향수'에서 ‘장 바티스트 그르누이’라는 남자 주인공은 선천적으로 후각이 매우 발달됐다. 그러나 그 대신 체취가 없이 태어나게 된다.
 
다섯 살 때까지 말도 못하던 그르누이, 하지만 세상 모든 향기를 다 알고 있는 그는 후각적 천재다. 그래서 다른 아이들은 제일 먼저 하는 말이 ‘엄마’ ‘아빠’ 일지 몰라도 그는 그가 냄새로 인식하게 된 사물들의 이름부터 알게 된다.
 
그러던 그르누이가 어느 날 너무나도 좋은 향기에 이끌려 간 곳이 과일을 파는 여자였다. 그루누이는 그 여자에게서 나는 향기가 너무 좋아서 그 여자 뒤를 졸졸 따라가며 향기를 맡았다. 더 가까이서 계속 그 향기에 심취하고 싶었던 그르누이는 그 여자와 접촉을 시도하다 엉겁결에 그 여자를 죽이고 만다. 

처음부터 의도한 것이 아니었지만 여자에게서 나는 향기를 쓸어 손안에 가득 담아 향기를 맡는다. 하지만 그 향기를 담을 수 없어 머릿속에서만 담아놓고 돌아가야만 했다. 

그는 아름다운 향기를 간직하기 위해 향수제조인이 되길 희망하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향을 만들기 위한 목적으로 여자들의 체취를 모으기 위해 살인을 시작하게 된다.
 
자신은 향기만 체취하면 되는데, 여자들이 그런 그를 보고 겁을 먹기 때문에 두려움이 묻어나와 향기를 망칠까봐 여자들이 두려움을 느끼기 직전에 죽이게 된다.
 
그르누이는 최고로 아름다운 향을 만들기 위해 향수 제조법을 배우던 중에 어떤 한 여자의 향을 맡게 되는데 그 여자의 향이 처음 죽인 그 과일을 팔던 여자의 향만큼이나 아름다운 향이였기에 향수의 완성품으로서 그 향이 필요해 마지막 여자까지 죽이게 된다.
 
이로서 그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향을 가지고 자신이 태어났던 가장 악취 나고 역겨운 파리로 돌아가서 향수를 자신의 몸에 다 뿌려버린다. 그 향수에서 뿜어져 나오는 향기에 사람들은 덤벼들어 모두 그를 먹어치운다. 그만큼 사랑을 유발시켰던 것이다.

철저히 고립된 삶을 살았고 아무도 먼저 그에게 손을 내밀지 않았지만 악마에 영혼을 판 듯 집착한 것은 바로 향수였다. 이렇듯 '향'은 아무런 편견 없이 다가왔으며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유일한 매개체가 됐다. 

좋은 향, 나쁜 향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좋은 향에 집착하게 된 것은 향을 통해 세상을 알게 되고 충분히 소통한 후의 일이었다. 향은 세상과의 일방향적인 소통과 달리 세상과의 쌍방향적인 소통을 이루는 것이었다. 향은 모든 사람들을 매혹시키고 몽환적인 세계로 몰아넣는다.
 
향수가 산업으로 발전하기 시작한 시기는 17세기 프랑스의 루이 14세 시대부터라고 할 수 있다. 당시에는 피혁 제품이 주류를 이루고 있었는데 무두질 기술(가죽을 부드럽게 다루는 일)이 보급되지 않았기 때문에 가죽에서 나는 특유의 악취를 없애기 위한 목적으로 향료와 향수가 필수품이었다.
 
향기의 고향으로 알려진 남프랑스의 그라스 지방은 피혁 제품의 생산지로 유명한 곳으로 무두질한 가죽의 부가가치를 높일 목적으로 향료를 사용했다고 한다. 당시 향수는 귀부인이나 재력가들에 의해서 사용돼 왔었고 그 값어치는 비싼 편에 속했다.
 
비위생적인 길거리나 청결상태로 인해 악취로부터 자유롭지 못했기 때문에 사람들은 마치 자신의 취부를 감추기 위해 더욱 치장을 하듯이 향수를 사서 뿌리고 다녔다. 프랑스 궁정에서도 많은 향수가 애용됐는데 주로 오렌지꽃(네롤리)과 히아신스가 애용됐다고 한다. 

 

오늘날 향수 산업은 나만의 향기를 찾는 향수 애호가가 늘어나고 있다. 소수를 위해 유니크한 향을 만들어 희소가치가 있는 니치(Niche) 향수와 원하는 향을 직접 시향하고 찾을 수 있는 퍼퓸바까지 퍼퓸 트랜드가 변화하고 있다.
 
대중이 점차 프라이빗한 라이프 스타일을 추구하기 시작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몇 개밖에 없는 리미티드 아이템에 열광하거나 개인의 취향에 맞게 특별히 제작해 주는 상품에 뜨거운 반을 보이는 모습을 이를 대변해 준다.
 
향에 대한 개인차가 큰 향수업계는 이러한 트랜드에 주목해 이른바 니치 퍼퓸시장이 발전하고 있다. 틈새를 의미하는 니치는 연령, 성별, 직업 등 상황에 맞게 개인의 취향을 반영해 만들어낸 상품을 의미한다. 특히 향수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남들과는 다른 독특한 향을 찾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고품격 니치 향수 브랜드가 인기를 끌고 있다.
 
대량 생산을 하지 않는 만큼 합성이 아닌 천연 향료를 쓰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향이 한층 무게감 있고 그윽한 것이 특징이며 제조사와 판매사 모두 브랜드 가치를 최우선으로 여기기 때문에 자부심이 대단하다.
 
또 제품이 아무리 인기가 높고 판매량이 늘어도 시장 점유율을 과도하게 늘리지 않는다. 이것은 희소성도 하나의 가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조정혜 나우코스 영업기획실 부장
필자 약력 :
성결대학교 출강, 로레알 파리 본사(국제 상품기획부) 
레브론, LG생활건강 근무
연락처 : 019-359-7718 
E-mail : cjsolei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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