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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이슈

비건화장품, '착한소비' 넘어 '똑똑한소비' 필요하다

전세계 비건화장품 연평균 6.3% 성장, 문제점 해결 시장 확대 방안 '똑똑한 소비'

 

[코스인코리아닷컴 허재성 기자] 천연, 유기농, ESG 등 사회통념을 넘어선 윤리 소비에 대한 관심이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확산되고 있다. 이는 화장품 시장 역시 마찬가지며 특히 비건(Vegan) 제품들은 이런 흐름의 중심에 있다.

 

비건은 채식주의(vegetarianism)에서 파생됐지만 단순히 채식을 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생활전면에서 가능한 동물에 대한 잔혹 행위를 배제하는 삶의 방식을 뜻한다. 화장품 업계에선 몇 년전부터 동물성 원료를 사용하지 않고 동물실험을 하지 않는 비건 화장품을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는 지난해 세계 비건 화장품 시장 규모를 17조 원으로 전망했다. 비건 화장품은 연평균 6.3%씩 성장하고 있으며 2025년에는 23조 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비건 인구수는 약 250만 명에 달하며 비건에 대한 관심도가 올라갈수록 비건 화장품에 대한 관심도도 덩달아 상승하고 있는 것이다.


# 쏟아지는 비건 화장품

 


LG생활건강, 아모레퍼시픽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은 오래전부터 비건 제품을 출시했으며 지속적으로 제품군을 강화하고 있다.

 

국내 대표 뷰티기업 LG생활건강은 지난해 8월 '빌리프 X VDL 비건 메이크업' 라인을 출시하며 비건시장에 발을 내디뎠다. 전 제품 동물실험과 동물성 원료를 모두 배제한 것은 물론 피부 자극 테스트와 한국비건인증원의 비건 인증을 완료했다. 멀티 컬러 리퀴드, 프라이머, 스틱 파운데이션을 처음 선보인데 이어 같은 해 11월 립 앤 아이 메이크업과 클렌징 제품을 포함해 총 7개 품목을 추가로 선보였다.

 

LG생활건강의 자연주의 화장품 더페이스샵도 올해 1월 비동물성 원료를 사용하고 한국비건인증원에서 비건 인증을 획득한 '더테라피 비건' 라인 4종을 출시하며 비건시장에 진출했다.

 

아모레퍼시픽은 2020년 6월 비건 화장품 브랜드 이너프프로젝트(Enough Project) 브랜드를 론칭했다. 대표 제품은 이너프프로젝트 수분 크림과 '24H 유스 앰플' 등이 있다. 24H 유스 앰플은 비건 클린 뷰티를 지향하는 이너프 프로젝트의 가치를 담아 한국비건인증원에서 비건 제품 인증을 받았고 버려진 플라스틱을 재활용한 PCR(Post-Consumer Recycled) PET를 50% 사용했다.

 

그런가하면 국내 화장품 H&B스토어 유통채널을 석권하고 있는 올리브영은 한국비건인증원과 영국비건협회(The Vegan Society), 프랑스비건협회(Eve Vegan) 등 국내외 공신력 있는 기관으로부터 비건 인증을 받은 제품을 한데 모아 올리브영 비건뷰티 브랜드로 선정하기도 하며 시장 확대를 꾀하기도 했다.


특히 기관별로 다르게 부여하는 인증 마크를 하나로 통합한 올리브영 비건뷰티 아이콘을 부여해 윤리적이고 지속 가능한 브랜드와 상품을 소개하고 고객이 쉽게 경험하도록 했다. 올리브영은 기준에 맞는 여러 신진 브랜드를 등록했으며 여전히 발굴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


# 비건, 인기의 이유

 


사실 비건 화장품은 몇 년전부터 존재했었다. 2019년 코스메틱 브랜드 멜릭서의 환경친화적인 제품 선언 이후 비건에 대한 국내 시장에 관심도도 증가했다. 특히 오래 전부터 떠올랐던 ‘친환경’이나 ‘지속가능성’이라는 키워드가 모든 화장품 업체들의 필수 과제로 떠오르며 자연스레 비건에 대한 관심도가 올라갈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말처럼 간단하지는 않은 문제였다.

 

비건 화장품이라해도 결국은 제품이다. 업체들이 관심을 가지기 위해서는 제품 가치가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동물실험을 거치지 않고 화장품을 만들어 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게다가 국내 화장품 기업 수출의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 시장에서 동물실험은 불가피했기 때문에 중국 수출을 꾀하는 화장품 회사들이 비건 소비자를 위해 중국 시장을 포기하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결국 배 보다 배꼽이 크다고 무작정 비건을 선택하기엔 직면하게될 여러 문제들에 비해 가치가 있는지는 미지수였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을 뒤집은 건 다름아닌 코로나 펜데믹이었다. 급격한 기후변화와 코로나19 팬데믹 등 전 세계적인 위기로 인해 사람들은 우리를 둘러싼 환경과 사회적 이슈 큰 관심을 두게 됐고 이는 곧 소비 윤리에 대한 고찰로 이어졌다. 지금까지 별 죄책감 없이 구매하던 물건도 이제는 그 제품을 생산하기까지 연계된 모든 인간의 노동권과 윤리, 그리고 그 과정에서 사용되거나 숙제로 남겨질 동물 복지와 환경적인 측면까지도 두루 생각하게 된 것이다. 소비자들의 가치는 곧 업계 시장 가치로 통한다. 결국 세계를 덮친 위기가 비건 화장품의 활성화의 발판이 된 것이다.

 

# 비건 VS 유기농, 천연

 


같은 친환경이지만 비건 화장품이 특별한 이유는 유기농이나 천연 화장품과는 다른 길을 걷고 있기 때문이다. 비건 화장품은 화장품 제조 가공 단계에서 동물성 원료를 일절 사용하지 않고 동물실험을 하지 않는 화장품을 말한다. 천연 화장품은 화학적 합성 원료가 아닌 동식물과 동식물 유래 원료를 95% 이상 함유한 것을 말한다. 유기농 화장품은 동식물성 원료를 포함해 유기농 원료를 10% 이상 함유한 것이다.

 

화장품 속 동물성 성분에는 동물의 지방에서 추출한 글리세린, 동물의 피부와 조직에서 추출한 콜라겐, 꿀벌이 만든 꿀과 벌집 왁스 추출물, 우유 또는 산양유에서 추출하는 카제인, 양털에서 추출하는 라놀린 등이 있다. 천연 화장품과 유기농 화장품은 이런 원료들을 포함한 반면, 비건 화장품은 포함하지 않는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점이다.


이와 관련해 유기농, 천연 화장품에 비해 비건 화장품은 부작용 위험에 많이 노출돼 있다는 오해도 있다. ‘동물실험을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을까?’하는 불안감에 시작된 생각이다. 하지만 동물실험을 하지 않아서 부작용이 더 크다는 말은 근거가 부족하다. 피부 세포나 인공피부 등을 이용한 동물 대체실험, 인체적용 실험 등을 통해 안정성을 충분히 입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지난 2017년 동물실험을 실시한 화장품의 유통판매를 금지하는 화장품법 개정안 제15조 2항이 공표돼 비건 화장품 뿐 아니라 일반 화장품 역시 동물실험을 진행하지 않는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부작용은 어떠한 종류의 제품이라도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존재하고 그렇기에 비건 화장품이 특히 더 부작용 위험이 더 크다고 볼 수 없다.


# 비건 화장품의 위험성

 


그렇다고해서 비건 화장품이 마냥 안전한 것만은 아니다. 되려 이러한 문제는 동물실험을 하지 않는 방식이 아닌 제품 생산 이후 거치게 되는 인증 과정에서 드러난다. 통상적으로 비건 화장품은 몇몇 인증기관 심사 완료 후 해당 기관의 비건 인증마크를 제품에 표시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브 비건(프랑스), 비건 소사이어트(영국), 브이라벨(이탈리아) 등이 대표적인 비건인증기관이며 우리나라에도 한국비건인증원이 있다. 이들로부터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공통적으로 화장품 원료의 동물실험 진행 여부와 화장품 성분 내 동물유래성분 미포함을 입증할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인증기관의 인증은 절대적인 신뢰를 나타내는 것 같고 때문에 소비자들 역시 이러한 인증에 대한 관심이 지대하다.

 

하지만 제조라인이나 설비에 대한 현장실사 없이 서류로만 진행되는 심사의 허점이 함정이다. 결국 제출된 서류만으로 비건 인증을 받는 다는 것이고 이는 절대적인 신뢰를 가진 소비자들에겐 허를 찔리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더욱이 심사 기준을 통과 한 뒤 해당 기관의 비건 인증마크를 사용할 수 있는 기간이 한정적이라는데에도 문제가 있다. 애초에 인증을 받는데에도 적잖은 비용이 들지만 유효기간 역시 12개월에서 최대 36개월 정도로 짧아 지속적인 판매를 위해서는 매번 비용을 지불하고 계속해서 인증을 연장해야 하는 구조다. 이때 발생하는 비용이 고스란히 소비자의 몫이 된다. 이는 비건 시장이 확대되고 있는 지금, 전 세계 화장품 업계가 해결해야하는 과제며 소비자들이 관심을 가져야할 중요 항목 중 하나다.

 

환경, 사회, 지배구조(ESG) 경영, 환경보호나 생명윤리 등 이른바 착한 소비 트렌드 등이 확산됨에 따라 뷰티업계에서 동물성 성분 등을 배제한 '비건 뷰티' 열풍이 시작됐다. 그리고 비건에 대한 수요와 소비자의 니즈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많은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화장품 업계는 물론이고 소비자들 역시 아직 남아 있는 비건 화장품의 문제점들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만 한다. 착한 소비를 넘어 똑똑한 소비가 비건 화장품 시장의 문제점 해결의 방아쇠가 될 것임은 물론 비건 화장품 시장을 더욱 확산시킬 수 있는 날개가 될 것임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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