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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시리즈

이은주 교수의 화장품에 대한 발칙한 생각 ②

HOT & NEW! 새로운 원료 사용한 화장품은 좋은 것?

대학에서 화장품 관련 수업을 하다 보면 학기 초에 학생들이 하는 질문은 늘 하나같다.

“교수님은 화장품 뭐 쓰세요?” 
“뭐가 좋아요?” 
“제가 요즘 인기 있는 OO크림 살려고 하는데 그거 좋아요?”

이는 대중강의를 가도 마찬가지다. 화장품을 선택함에 있어 자신만의 어떠한 기준도 없다. 그리고 화장품에 대한 기본적 지식도 없다. 조금 극단적으로 말해 마치 경쟁하듯 친구가 쓰는 저 크림이 나보다 내 친구를 더 예쁘게 만들면 안 된다는 경쟁심만이 있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이러한 반응은 패스트 패션(Fast fashion)처럼 새로운 화장품을 짧은 기간에 시장에 쏟아내게 하는 결과와도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옷이야 입다가 마음에 안 들면 친구에게 줄 수도 있고 몇 년 지나고 다시 좋아지면 입을 수 있지만 화장품은 자신의 피부에 흡수하라고 바르는 것 아닌가? 시대에 따라 유행하는 옷은 존재해도 시대에 따라 유행하는 화장품이 존재하는 것이 말이 될까?




▲ 달팽이 크림 광고는 달팽이 점액물 임상 결과를 홍보하는 경우, 연예인 사용후기와 식약
처 기능성 인증을 강조하는 경우로 나뉜다.



2~3년 전 쯤 선풍적 인기를 끌던 달팽이 크림에 대한 문의가 너무 많이 와서 시장조사를 한 적이 있었다. 홈쇼핑, 인터넷, 로드숍에서 판매되는 제품 중 인터넷에서 가장 많이 거론되는 제품 6개를 선별해 광고하는 내용과 전성분을 바탕으로 제품 평가를 했다. 


당시 달팽이 크림 뿐 아니라 뱀독 화장품 등 기존에 화장품 성분으로 잘 사용하지 않던 것을 사용한 제품이 순식간에 소비자의 입소문을 타고 있던 터라 개인적으로 궁금하기도 했다. 


마케팅 차원에서 달팽이라는 아이템은 프랑스 고급요리 재료이기에 희귀성과 고가 이미지를 감안한다면 이 얼마나 탁월한 아이템인가? 거기다 달팽이 사육사들의 손이 밝고 깨끗하다는 점에 착안, 화장품을 만들었다는 스토리텔링은 소비자에게 충분히 매력적 상품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시장조사 결과를 요약하자면 국내 소개된 달팽이 화장품은 2가지 종류로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하나는 달팽이 점액물을 이용해 임상과 다양한 실험을 하고 그 결과를 저널에 인증받은 후 그 결과만을 이용해 화장품을 홍보하는 화장품. 다른 하나는 단 하나의 실험 데이터 대신 많은 연예인들의 사용 인증사진과 식약처에서 주름개선 기능성 인증을 받았다는 광고로 달팽이 화장품이 마치 만능크림인양 소개하는 화장품. 

후자의 회사에 전화를 걸었다. 주름개선 기능성 인증을 달팽이 점액물로 받았냐고? 예상했던 바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주름개선 고시 성분 아데노신으로 인증 받았지만 달팽이 점액물이 피부 모공, 트러블에 좋을 뿐 아니라 세포 재생 효과가 있고 민감 피부에도 효과가 있고…아무튼 피부에 엄청 좋다”는 내용이었다. 

그래서 달팽이 점액물로 다른 기능을 인증 받은 사항이 있는지 식약처에 전화를 걸어 물었더니 어떠한 기능으로도 허가를 냈거나 승인한 바 없으며 그냥 화장품으로 사용이 가능한 성분으로 등록된 상황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달팽이 화장품이 좋다, 나쁘다를 이야기하기 위함이 아니다. 화장품에 대한 우리의 자세 문제를 이야기하기 위함이다. 앞으로도 생소한 소재를 이용한 화장품은 계속 나올 것이고 그때마다 잘 알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열광할 수는 없지 않은가? 

새로운 제품이 등장했다. 홈페이지에 많은 연예인들이 지금 이 제품을 사용한다고 인증사진을 찍으며 후기를 이야기하고 있다. 홈쇼핑에서 몇 회째 완판이 되는 제품이며 당신만 쓰고 있지 않다며 말하고 있다. 그리고 지금까지 이러한 원료로 만든 제품은 보지 못했다. 더군다나 어느 나라에서는 이 원료를 사용한 화장품을 오래 전부터 써왔다고 말한다. 흔들리는가? 

연예인은 화장품 전문가가 아니다. 화장품을 많이 사용한다고 해서 화장품을 잘 안다고는 할 수 없다. 그리고 연예인이 그 제품을 써서 피부가 좋은지 피부과 의사가 만들어 준 피부인지 우리는 알 수 없다.




▲ 해외 유명 스타들이 애용한다는 '기적의 크림'은 알고 보니 스테로이드 크림이었다.



홈쇼핑 완판은 해당 홈쇼핑을 즐겨 보는 애청자에게나 모두 쓰는 제품일 뿐이다.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제일 많이 팔린 가방이 모두가 애용하는 가방이 아니듯 완판이라는 단어는 화장품을 선택함에 있어 무의미한 단어일 뿐이다.


새로운 원료는 ‘새로움’이라는 특징 외에 모든 것이 우리에게 불리하다. 해외 유명 스타들이 애용하는 기적의 크림인데 국내에서는 수입되지 않아 못 썼던 제품은 알고 보니 스테로이드 성분으로 이뤄진 크림이었고 일본 후생노동성에서 안전성 승인까지 받았던 제품은 백반증 부작용이 나타나면서 전부 회수되지 않았던가? 

모두 불과 얼마 전의 일들이다. 아주 가끔이지만 화장품 성분으로 사용 허가를 받은 것들 중 문제가 돼 금지되는 경우가 존재하지 않는가? 왜 시키지도 않았는데 스스로를 혹시 모를 임상실험의 피해자로 만들려 하는가? 

많은 사람들이 오랫동안 꾸준히 찾은 믿음을 주는 스테디셀러를 찾아라. 화장품은 여러분의 얼굴을 바꿔주는 마법의 지팡이도 피부과 의사의 시술도 될 수 없다. 

새로운 것을 찾아 헛된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안전한 성분이 무엇인지 알아보는 것에 투자하길 바란다. 그 투자가 지속적으로 쌓여 머지않아 여러분은 자신에게 안전하고 좋은 화장품이 무엇인지 선택할 안목을 평생 갖게 될 것이다.


이은주 대표 NiC화장품연구소 
프로필 : 열린사이버대 뷰티디자인학과 겸임교수, 연성대학교 출강, 국제미용대회 심사위원, 주요 기업 화장품 관련 자문, 인터뷰(KBS, SBS, CBS, YTN 등), 화장품 강의
저서 : 대한민국 화장품의 비밀, 에센스 화장품학, 피부 미용사 실기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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