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0.24 (화)

  • 맑음동두천 9.3℃
  • 맑음강릉 15.3℃
  • 구름조금서울 13.4℃
  • 맑음대전 10.5℃
  • 맑음대구 11.1℃
  • 맑음울산 11.6℃
  • 맑음광주 12.4℃
  • 맑음부산 15.5℃
  • 구름조금고창 9.0℃
  • 맑음제주 14.0℃
  • 맑음강화 10.6℃
  • 맑음보은 8.3℃
  • 맑음금산 7.6℃
  • 맑음강진군 9.5℃
  • 맑음경주시 8.2℃
  • 맑음거제 12.0℃
기상청 제공

기획시리즈

이은주 교수의 화장품에 대한 발칙한 생각 ⑥

특허출원 된 특별한 화장품

[코스인코리아닷컴 이은주] 불과 십여 년 전만해도 화장품에 대한 정보는 오직 TV광고, 잡지 광고 그리고 화장품 매장과 방문판매 직원들에게서만 얻을 수 있었다. 그러다 보니 TV 광고를 많이 하거나 매장에서 눈에 띄는 제품 중에 선택해 사용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떠한가? 

매장이 없어도, 비싼 TV 광고를 하지 않아도 인터넷이라는 공간을 통해 얼마든지 제품을 홍보할 수 있으며 소셜커머스를 통해 대량판매도 가능해졌다. 더군다나 OEM ODM을 이용하면 화장품 개발에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하지 않아도 화장품 판매를 할 수 있으니 그 어떤 산업보다 진입장벽이 낮아진 것이 화장품 분야라고 할 수 있다.

낮아진 진입장벽으로 인해 소비자들이 다양한 제품을 다양한 가격으로 접하고 선택권이 넓어지는 긍정의 결과가 나타났으면 좋겠지만 소비자에게 혼돈을 주는 부정적 결과가 더 큰 것 같아 심히 우려된다. 

많은 제품들이 인터넷을 통해 소개되다 보니 알맹이는 없고 겉치장에만 신경을 쓰고 마케팅에만 전력투구하는 모습이 안쓰럽기까지 하다. 물론 지난해부터 정부는 허위, 과장 표현에 대해 그 기준을 엄격하게 관리하겠다고 지침을 마련했다.

노골적인 허위, 과장 표현은 대부분 근절되었으나 아직도 많은 소비자들이 정확히 알고 있지 못해 교묘히 이용당하고 있는 사례들이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것이 특허출원 화장품이다.



▲ 특허출원을 광고에 이용한 화장품 브랜드.

예전에는 홈쇼핑 화장품에서 주로 봤던 특허출원 화장품들이 요즘은 인터넷 상에 인기 있는 화장품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심지어 어떤 화장품은 출원번호 공개에서 그치지 않고 출원번호통지서를 함께 공개하기도 한다. 

대학교 2학년 학생들에게 사전 설명 없이 특허출원 광고를 하고 있는 화장품 광고 전문을 보여 주고 이 화장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어봤을 때 대다수의 학생들은 특이한 성분으로 특허를 받았다는 것에 호기심을 나타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들은 무엇이 문제인지 혹시 찾았는가?

특허출원은 새로운 공업적 발명을 한 사람이 국가에 대해 그 특허를 요구하는 행위로 정의되며 그 요구가 합당하다고 받아졌을 때에 특허권을 얻을 수 있다. 즉 화장품 한 품목에서 특허출원 10개를 갖고 있어도 특허청이 심사를 한 후 합당하지 않다고 했을 경우 모두 거절될 수도 있다. 

다시 말해 “나 서울대에 지원했던 사람이야”라는 말이 “나 서울대 출신이야”로 바뀔 수 없으며 “나 미스코리아 출전했던 사람이야”라는 말이 “나 미스코리아야”로 바뀔 수 없다는 말이다. 

지원이나 출원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지만 특허를 받는 것도, 서울대에 들어가는 것도 모두 일정 심사기준을 통과했을 때 어렵게 얻을 수 있는 것이다. 

특허출원된 사실이 화장품의 가치를 높이거나 뭔가 대단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증명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소비자들이 특허출원된 화장품이 마치 특허를 받은 화장품인냥 착각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일부 신생 회사들은 특허를 받기 힘든 내용임에도 특허출원번호를 이용한 광고를 목적으로 필수코스처럼 특허출원 준비를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약 2년 전 인터넷에서 우연히 본 화장품 광고는 특허출원을 광고에 이용했길래 해당 회사에 전화를 걸어 “특허출원이 무슨 의미이며 무엇으로 출원을 받은 것인지 말해 줄 수 있겠냐?” 고 문의를 한 적이 있다. 

특허출원은 출원 후 1년 6개월이 지나면 특허청 KIPRIS(http://www.kipris.or.kr)에서 출원번호만 알면 출원 내용 검색이 가능하지만 당시 해당 회사는 1년 6개월이 지나지 않아 검색조차 되지 않아 확인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당시 통화에서는 출원을 한 상태라는 말 외에 다른 정보는 얻을 수 없었다. 몇 달 뒤 해당 사이트를 다시 들어가 보니 특허 출원이라는 말은 삭제하고 임상검사 기록지를 대체한 것을 보고 흐뭇한 미소가 지어졌던 적이 있었다.

아직도 화장품 속 성분이 특허출원된 조성물이라고 광고하는 문구에 현혹돼 마치 그 제품이 특별한 효능 효과를 부여할 것이라 생각하는가? 

화장품 회사는 우리에게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그들에게는 어떤 잘못도 없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무지로 인해 특허출원 화장품이 마치 하이 테크놀로지(high technology)의 산물인양 착각하고 그 제품을 구입한 우리에게는 죄가 있다. 

생소한 용어를 이용해 어리숙한 소비자를 기만한 기업들을 양산해 낸 죄. 말장난 식의 이러한 문구들을 이용한 광고가 등장하지 않기 위해서 소비자는 더욱 더 꼼꼼하게 제품을 확인해 구입할 수 밖에 없다. 내년에는 특허출원이라는 용어가 화장품 광고에서 사라지길 바라며 갑오년 청마해 첫 글을 마무리한다. 


이은주 대표 NiC화장품연구소 
 
프로필 : 열린사이버대 뷰티디자인학과 겸임교수, 연성대학교 출강, 국제미용대회 심사위원, 주요 기업 화장품 관련 자문, 인터뷰(KBS, SBS, CBS, YTN 등), 화장품 강의
저서 : 대한민국 화장품의 비밀, 에센스 화장품학, 피부 미용사 실기 등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