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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시리즈

이은주 교수의 화장품에 대한 발칙한 생각 ⑦

홈쇼핑 높은 수수료, 불량 화장품 양산 초읽기

[코스인코리아닷컴 이은주] 2011년 공정거래위원회는 TV 홈쇼핑이 납품업체에게 평균 37%, 최대 50%까지 수수료율을 받고 있으며 이에 대해 수수료 인하안 도출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즉, 홈쇼핑에서 10만원에 판매되는 청바지를 샀다면 이 중 5만원을 홈쇼핑이 가져간다는 이야기가 된다. 하지만 공정위의 수수료율 인하 유도에도 불구하고 현재 대부분의 홈쇼핑은 이전보다 수수료가 더 올라갔으며 농수산홈쇼핑을 제외하고 수수료율 평균이 35%를 넘고 있다. 

폭리에 가까운 수수료로 인해 피해를 보는 것이 납품업체, 그 중에도 중소납품업체만 일까? 그렇지 않다.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앞으로 소비자에게 모든 피해가 돌아갈 수 있는 문제이다. 

TV 홈쇼핑 방송 납품업체 수수료 
                                                                  <단위 : %>


▲ 자료 출처 : 공정거래위원회. 


화장품이라는 품목 만큼 홈쇼핑과 잘 어울리는 제품은 없다. 많은 판매사원을 교육해도 수많은 화장품에 대해 기본적인 정보를 모두 외워 고객을 응대하라는 것은 억지다. 그렇다 보니 매장을 찾은 고객은 제품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얻을 수 없다. 

만약 고객이 원하는 정보를 충분히 얻을 수 있도록 안내하는 판매사원이 있다면 필시 우수판매사원일 것이라 장담한다. 즉, 정확하고 많은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매출과 연결이 된다. 

홈쇼핑은 어떠한가? 1시간 정도 쇼호스트가 제품 하나를 집중적으로 설명해 준다. 제품을 발라 보고 사용감을 이야기하고 광고를 보여 준다. 색조제품을 판매할 때는 유명 아티스트가 나와 시연까지 한다. 막대한 정보를 시각적 자료를 통해 집중적으로 설명하는데 왜 완판이 안 되겠는가?

2013년 히트상품으로 선정됐고 한국 성인 여성 2.4명 중 1명이 사용했으며 누적판매량이 1,000만개를 넘은 제품이 뭔지 혹시 알겠는가? 아이오페 에어쿠션이다. 관계자에 의하면 에어쿠션은 초창기 매장을 통해 판매되었을 때 판매사원들이 꺼리는 제품이었고 그러다 보니 판매부진한 제품이었다고 한다. 

기존의 개념과는 다른 파운데이션이었기에 충분한 정보를 제공했어야 했지만 그러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보다 기존에 잘 팔리는 제품을 더 홍보하는 것이 매출에 더 큰 이득이라 판단해서 그랬을 것이다. 판매부진의 에어쿠션이 홈쇼핑에 등장하면서 전세는 역전된다.
 
홈쇼핑이라는 매체는 에어쿠션의 강점을 200% 부각시켰다. 만약 에어쿠션이 홈쇼핑으로 진출하지 않았다면 5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이렇게 큰 인기를 얻었을 거라 장담할 수 없다.

이처럼 홈쇼핑은 화장품 광고와 단시간 최대 매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훌륭한 매체다. 그러나 문제는 앞서 설명한 수수료이다. 1주일간 홈쇼핑을 통해 판매되는 화장품을 모니터링 해보았다. 의약품처럼 과장해서 설명하는 경우도 있었고 제품으로 안 될 듯 하니 사은품을 부각해서 설명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 중 말도 안 되는 제품구성으로 판매하는 것이 있어 구입해 보았다.  



▲ 필자가 제품 가격 분석을 위해 홈쇼핑에서 구입한 화장품 세트.

구입한 제품은 4주 분량의 앰플(A) 9BOX가 메인이다. 사은품은 세럼타입(B) 30mL 3개, 플루이드(C) 100 mL 3개, 콜라겐크림(D) 50g 3개, 링클크림(E) 60g 3개, 태반크림(F) 60g 3개, 칼세트 1개였다. 해당 회사 쇼핑몰을 들어가 각 제품의 단품과 관련 기획세트 단가를 알아 보았다. 

그럼 지금부터 재미난 계산을 해보자. 해당 회사 쇼핑몰을 통해 각 제품을 가장 싸게 살 수 있는 금액으로 위 제품 모두를 살 경우의 금액은 70만3,800원이다. 칼세트는 조금 조잡해 계산에서 제외시켰다. 그럼 이 제품을 홈쇼핑에서 과연 얼마에 구입했을까? 14만8,000원이다. 79% 할인된 가격이다. 

횡재한 것이 아니냐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세상에 공짜는 없다. 14만8,000원 중 수수료로 5만1,800원을 홈쇼핑이 가져 갔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결국 제품은 개당 4천8원인 셈이다. 이 가격은 최종 판매가이기에 용기, 화장품 원료, 인건비…등의 내역이 모두 포함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이렇게 되면 결론은 수익이 제로이거나 마이너스, 또는 값싼 원료로 만든 초저가 화장품일 수 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물론 대기업의 경우엔 여러 브랜드의 다양한 제품을 보유하고 있기에 가끔씩 홈쇼핑으로 각종 혜택을 붙여 판매한다고 해서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하지만, 중소 화장품업체의 경우 원브랜드의 주력 상품 위주로 제품을 구성하고 있기에 과도한 수수료율과 말도 안되는 패키지 구성과 사은품은 결국 불량 화장품을 만들어서라도 그럴듯하게 보여 우리 홈쇼핑에 납품하라는 이야기 밖에 되지 않는다. 

한때 홈쇼핑에서 대박 매출을 올렸던 화장품 회사 대표는 “홈쇼핑에 제품을 팔아도 하나도 안 남는다. 그런데 자금이 돌아야 하니까 홈쇼핑 판매를 할 수밖에 없다. 자금만 돌면 다시는 안 할 것이다. 직원들 일만 많아지고 수익적으로 돌아오는 이익이 없다”며 한숨을 쉬던 것이 떠오른다. 

홈쇼핑 수수료율 인하는 새로운 제품이 있어도 시장 진출이 어려운 중소기업들이 홈쇼핑이라는 유통매체를 발판으로 더 좋은 제품으로 소비자에게 다가갈 수 있는 길이며 소비자가 다양한 제품을 경험할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수익이 나지 않으면 투자를 줄일 수 밖에 없으며 이는 낮은 품질의 원료를 사용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 주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기에 홈쇼핑의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사은품에 현혹되어 횡재한 기분으로 제품을 구입할 것이 아니라 그 뒤에서 고혈을 짜내는 많은 중소기업과 그들로 인해 소비자에게 닥칠지도 모르는 좋지 않은 상황에 대해 고민해 보는 현명한 소비자가 되길 바란다.

이은주 대표 NiC화장품연구소 
 
프로필 : 열린사이버대 뷰티디자인학과 겸임교수, 연성대학교 출강, 국제미용대회 심사위원, 주요 기업 화장품 관련 자문, 인터뷰(KBS, SBS, CBS, YTN 등), 화장품 강의
저서 : 대한민국 화장품의 비밀, 에센스 화장품학, 피부 미용사 실기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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