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차 요원과 동네 주민만 오갈 뿐 거리는 한산했다. |
[코스인코리아닷컴 김엘진 기자] 중국인 관광객이 썰물처럼 빠진 화곡동 도매시장의 풍경은 매우 낯설었다. 엊그제만 해도 팽팽했던 풍선에 바람이 빠졌다고나 할까 매우 썰렁했다. 어제(3월 14일) 기자가 찾은 서울 강서구 화곡 유통단지 내 ‘화장품 도매시장’의 오후 4시 반 풍경이다.
몇 군데의 화장품 도매 매장을 찾았으나 그동안 기자가 마주친 중국인은 네 명에 불과했고 그중 둘은 일행이었다. 사실은 마주친 한국인 고객도 거의 없었다.
도매라는 특성상 소매상인들이 한 번에 많은 제품을 주문하는 일이 많겠지만 그럼에도 넓은 매장을 지키고 있는 손님보다 많은 종업원의 수는 분명 위화감이 느껴지는 풍경이었다. 활기 없고 한산한 분위기에 상인들의 무표정이 오버랩됐다. 상인 대부분은 인터뷰를 거부했다.
매장 이름도 쓰지 말라고 말한 한 상인은 “어떤 정보도 알려 주고 싶지 않으니 다른 매장이나 명동으로 가보라”고 말했다. 상점 내에는 손님이 없었으며 종업원 몇 명이 빈 계산대를 지키고 있었다.
다른 곳도 상황은 비슷했다. 한 매장의 실장은 “원래 중국인 소비자가 70%였는데 지금은 좀 줄었다. 사드 문제가 당장 해결될 것 같지는 않지만 앞으로 상황을 더 두고 봐야겠다”고 대답했다. 이곳에는 중국인 손님이 단 세 명 뿐 있었다.
사드 보복에 대한 영향이 크게 느껴지느냐는 질문에 다른 상인은 “당연한 말이다. 중국 소비자 비중이 50%를 넘는 수준이었는데 최근 엄청 크게 줄었다”고 대답했다. 그는 “위생허가 대량 불합격 이후 물건이 밖으로 나가질 못하니 줄어들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반문 했다.
또 다른 샵에서는 “이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다. 보면 모르겠느냐. 우리는 정부에도 딱히 기대하는 바 없고 상황을 볼 뿐”이라고 대답했다. 화곡동 도매상가의 침체는 중국 관광객과 관련이 있다.
중국 국가여유국은 3월 초 베이징 내 여행사들을 대상으로 이달 15일부터 한국관광상품을 판매하지 못하도록 구두 지시한 바 있다.
이런 지시는 비공식적으로 진행됐으나 실제 중국 ‘베이징 완중 국제여행사(北京万众国旅)’는 “한국 관광상품을 모두 내리기로 했다”는 내용의 공지를 했으며, 베이징과 상하이 등의 중국 내 여행사는 한국 여행을 위한 단체 비자 신청을 중단했다.
▲ 베이징 완중 국제여행사(北京万众国旅)가 올린 공지문. |
대한항공 역시 3월 16일부터 4월 23일까지 8개 중국 노선을 감편하겠다고 밝히며 중국 여행객의 감소를 증명했다. 롯데불매 운동, 중국 내 롯데 매장의 연이은 영업정지(3월 15일 기준 57곳으로 확인) 등 사드 보복이 본격화 됐음을 체감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