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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칼럼

[화장품 컬럼] 아토피피부염, 기능성화장품과 의약품의 협공으로 도전하다

이창석 을지대학교 바이오융합대학 미용화장품과학과 교수

[코스인코리아닷컴 전문위원 이창석] 지난 2017년 식약처는 기능성화장품의 범위를 확대해 아토피성 피부 보습, 여드름성 피부 완화, 탈모증상 완화, 튼살 완화 등을 포함시켰다. 이후 확대된 기능성화장품 관련 심사 요청이 증가해 2020년 상반기 기능성화장품 심사 및 보고 현황 통계에 따르면 탈모, 여드름 관련 심사 요청이 전체 25%에 이른다.

 

하지만 그동안 아토피성 피부 보습 관련 심사요청은 단 한건도 없었는데 이는 ‘아토피’ 라는 용어의 쓰임새에 대한 논란이 오랫동안 해결되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아토피'라는 것은 아토피 피부염이나 천식 등과 같은 Th2 세포 매개의 특정 면역 질환을 일컫는 의미로써 피부에서 논할 때는 아토피 피부염이라고 정확하게 명명하는 것이 올바른 표현이다.

 

대한피부과학회 등 의료계는 고객이 기능성화장품을 의약품으로 오인하고 화장품에만 의존해 치료 시기를 놓칠 우려가 있다고 반발해 감사원 감사까지 요청했다. 또 화장품제조판매업체도 ‘아토피 완화’라는 달콤한 마케팅 용어 사용의 유혹을 참아 가며 제품 출시를 미루고 법안의 개정 여부 상황을 주시해 오고 있었다.

 

4년 동안 혼란과 논란의 시간 속에 마침내 지난해 8월 식약처에서는 대한피부과학회를 비롯한 의료계의 의견을 받아 들여 아토피 표현을 제외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 화장품 시행규칙을 개정했다. 개정 결과, ‘피부장벽의 기능을 회복해 가려움 등의 개선에 도움을 주는 화장품’으로 표현이 수정되어 소비자가 의약품으로 오인하지 않고 화장품의 특성을 정확하게 인지할 수 있도록 했다.

 

그렇다면 ‘피부장벽 회복’이라는 기능성화장품 범위가 주는 의의는 무엇일까? 사실 장벽강화, 건조함, 가려움 해결을 위한 제품 개발은 꾸준히 진행 되어 왔고 실제로도 많은 제품이 판매되고 있다. 이른바, 더마코스메틱 또는 코스메슈티컬이라는 의미의 이러한 기능성화장품들은 최근 그 성장세가 가파르게 올라가고 있으며 기술력 또한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실제로 피부과나 소아청소년과 병원에 가보면 병원 프런트에서 아토피 환자를 위해 다양한 회사의 고보습 또는 장벽강화 화장품들을 소개하고 있는 진열장을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이제 아토피 피부염 완화를 배경으로 한 ‘피부장벽 회복’ 기능성화장품이 당당히 한 자리를 차지하면서 지금까지 기술력을 바탕으로 주로 입소문을 통해 알음알음 알려졌던 제품들이 ‘기능성화장품’ 이라는 타이틀을 선두로 한 마케팅의 힘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왜냐하면 고객들은 기능성화장품 이라는 문구 하나에 신뢰와 관심을 보이게 되고 이러한 점은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즉, 피부장벽 회복이라는 기능성화장품의 탄생이 제품의 기술력 증진과 마케팅 활용에 부스팅을 해 줄 수 있는 제도적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사실 화장품 업체가 피부장벽 강화를 주효능으로 개발한 제품들에게 붙여주고 싶은 가장 유혹적인 마케팅 문구는 바로 ‘아토피 피부염 완화’였을 것이다. 따라서 현행법상 화장품에 ‘아토피’ 단어를 쓰지 못하지만 다양한 브랜드에서 ‘아토OO’, ‘ATOXXX’ 등의 아토피를 연상할 수 있는 제품명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러한 제품의 효능은 대부분 피부장벽강화이다. 예를 들어 장벽강화에 필요한 세라마이드와 같은 성분을 지질층에 혼입시켜 수분증발을 억제하고 피부를 부드럽게 한다거나 수분 공급 또는 피부유막 형성 등을 통해 건조함을 예방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생리적 지질복합체(Physiological lipid mixture)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져서 생체지질성분을 통해 지질합성까지 유도해 피부장벽을 회복시키는 성분 개발도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종합해 보면 아토피 피부염 완화 효능을 어필하고 싶은 대부분의 화장품은 성분과 기전의 차이가 다소 존재할 뿐 궁극적인 목표는 피부장벽을 강화시켜 건조함을 예방하는 것이 공통적으로 추구하는 효능이다.

 

물론 ‘가려움 개선’ 이라는 점에 포커스를 둔다면 효능원료의 범위가 PAR-2(Protease activated receptor 2) 억제제나 TRPV-1(transient receptor potential cation channel subfamily V member 1) 억제제 등 가려움에 관여하는 단백질을 타겟팅 하는 연구로 확장될 수 있겠으나 장벽이 강화되고 보습이 잘 유지되면 대체로 가려움 방지로 자연스럽게 이어지게 된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새로 개정된 문구인 ‘피부장벽의 기능을 회복해 가려움 등의 개선에 도움’이라는 문구는 ‘아토피 피부염 완화’ 라는 표현보다 더 구체적이고 사실적으로 명시된 점으로 보인다.

 

고객의 의약품 오인과 같은 ‘인지적 관점’에서 기능성화장품을 아토피 완화 제품으로 부를 순 없지만 사실상 의약학 관점에서 피부장벽 회복 효능은 아토피 피부염 완화 전략 중 가장 중요시 되는 부분이다. 아토피 피부염으로 병원에 가 본 환자라면 의사들이 가장 강조하는 점이 장벽강화를 위한 충분한 보습유지라는 점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보습 유지는 의약품 사용이 반드시 필요한 부분은 아니기 때문에 그런 의미에서 기능성화장품의 적절한 선택과 바른 사용은 사실상 아토피 피부염 완화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장벽회복’ 제품을 ‘아토피 피부염 완화’ 표현과 함께 쓰기에 부적절한 이유 중 하나는 아토피 주요 원인 중 하나가 면역학적 불균형이며 이것은 기능성화장품이 해결할 수 없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아토피의 원인은 크게 외부로부터 장벽손상이 일어나고 항원침투로 인해 면역불균형을 초래한다는 ‘outside-inside’ 가설과 면역학적 불균형이 나타나고 이로 인해 피부염증 발생 등 장벽 이상을 초래한다는 ‘inside-outside’ 가설로 나뉜다.

 

최근에는두 요인 중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장벽손상과 면역 불균형이 복잡한 기전으로 상호작용해 아토피 피부염에서 동시에 일어난다는 논리가 강조되기 때문에 중증의 아토피 피부염으로 장벽강화와 면역억제가 병행해야 되는 치료 요법으로 간주되고 있다.

 

즉, 피부장벽 회복은 새로 확장된 기능성화장품으로 도전해 볼 만하지만 면역억제는 스테로이드나 칼시뉴린 억제제와 같은 의약품의 힘이 필요하다. 현재 면역억제 효능은 화장품이 갖고 있지도 않고 가져서도 안 되는 불가침 효능 영역이다.

 

넓은 의미에서 ‘장피부벽 회복’ 기능성화장품은 아토피 피부염 완화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임은 틀림없으며 효능면에서도 이러한 타이틀을 얻을 자격이 충분하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보습을 포함한 장벽회복 제품은 자외선 차단제 만큼이나 고객이 인지하고 체감하기 쉬운 기능성화장품 카테고리가 아닌가 생각된다.

 

다만, 앞서 말한 것과 같이 의약학적 관점이 아닌 고객의 인지적 관점에서 중증 아토피 피부염은 심각한 난치성 질환이기에 상황에 따라 면역억제제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고객들이 화장품에 전적으로 의존할 위험부담을 갖고 있기에 새로 개정된 명칭 사용은 이러한 부담감을 잘 떨쳐낸 것으로 보인다.

 

또 피부장벽 회복은 아토피 피부염 완화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피부질환이나 넓게는 피부건강에 1차원적인 필수조건이므로 기존의 ‘아토피성 피부 보습’ 이라고 좁혀 말하는 것이 제품 또는 소재개발에 기술적으로나 마케팅에 오히려 선택의 폭을 좁히는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어찌됐든 장벽회복 기능성화장품의 탄생은 아토피 피부염을 완화하는데 한층 더 효과적인 코스메슈티컬 화장품들의 ‘붐(boom)’을 예고하고 있음에는 틀림 없다.

 

이제부터 많은 화장품 회사와 제약 회사에서 피부장벽 회복 기능성화장품 소재와 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식약처 심사요청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능성화장품은 화장품의 특성상 마케팅도 중요하지만 실질적인 효능이 더욱 부각되는 분야이므로 부작용은 없으면서 다양한 효능 소재로 장벽을 강화하고 보습을 유지할 수 있는 기술력이 마케팅과 함께 제품 성공 유무를 판가름할 것으로 보인다. 아토피 피부염 환자들은(물론, 일반인도 마찬가지이지만) 앞으로 본인에게 맞는 기능성화 장품을 선별하고 꾸준한 사용으로 보습과 피부장 벽을 잘 유지함과 동시에 전문 의료인으로부터 처방받은 적절한 면역억제제를 병행해 아토피 피부염을 극복해야 할 것이다.

 

‘장벽회복’ 기능성화장품 범위 신설이 관련 업계의 기술력 향상과 제품개발에 힘을 실어 주는 순기능으로 작용되는 제도적 장치가 되기를 기대하면서 아토피 피부염을 무릎 꿇게 만드는 날이 하루라도 당겨질 것을 희망한다. 2021년 기능성화장품(장벽강화)과 의약품(면역억제)의 연합으로 아토피 피부염에 다시 한번 기술적, 제도적 도전장을 내밀어 본다.

 

     이창석

     을지대학교 바이오융합대학 미용화장품과학과 교수

     을지대학교 창업보육센터장

     화장품 세포효능평가 및 기업부설 효능연구소 자문

     대한미용학회 편집위원장

     전 아모레퍼시픽 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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