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의 발달은 인류에게 편리함을 가져다 줬지만 환경오염도 함께 가져 왔다. 그리고 오염된 환경 속에 노출된 인간의 피부를 지켜주기 위해 화장품 산업도 함께 발달했다. 현대인들에게 화장품은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품이 됐다.
오자와 다카하루가 쓴 ‘화장품 얼굴에 독을 발라라’ 는 합성화합물 화장품들의 인기가 감소하던 2006년에 나온 책이다.
이 책에 따르면 합성 계면활성제는 강한 세정력으로 표피 지질을 씻어낸 후 표피의 중요한 피부 장벽 기능을 떨어뜨려 각종 성분이나 약제를 피부에 침투시키는 것이 특징이다.
피부 장벽은 표피 과립층을 가리키는데, 피부 속으로 이물질이 들어가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한다. 합성 계면활성제로 만들어진 세제는 강력한 세정력과 침투력을 발휘해 피부 장벽을 파괴한다. 그로 인해 피부 속 수분이 증발해 피부는 빠르게 건조해지고 주름이 생기며 노화가 진행된다.
피부병 등 약을 빨리 피부 속으로 침투시켜야 하는 ‘치료’의 경우 이 피부 장벽 파괴가 이점이 된다. 그러나 정상인의 피부 장벽을 파괴하는 것은 피부 트러블과 노화의 원인으로 이어진다.
화장품에도 나노(1nm=1*10^(-9) ) 테크놀로지가 유행인데 입자가 작을수록 피부에 밀착되고 모공까지 들어가 지우기 어려워진다. 그 결과 클렌징의 세정력은 보다 강력해지고 있다. 문제는 세정력이 세지면 피지도 같이 씻겨 나가게 되는데 피지와 각질세포 사이의 지질은 수분 증발을 막아 주는 피부 장벽으로 이를 씻어내면서 수분까지 날아가게 되는 것이다.
서양에서 1970년대부터 활발해진 전자현미경을 이용한 연구로 빠르게 발달한 피부 과학은 피부를 겉으로는 아름답게 보이게 하지만 오히려 피부 속은 지치게 만들었다. 피부에 좋다면 무조건 합성하고 첨가한 결과다.
그러던 중 2000년대 중반 천연 화장품이 이목을 끌었다. 그런데 입소문을 통해 선풍적인 인기를 끈 천연 화장품은 기존 합성 화합물로 만들어진 화장품과 비교해 다른 의미로 피부를 공격한다.
식물유래 천연 화합물은 합성 화합물에서 분자 구조를 바꿔 사용하는 경우도 있고 그냥 쓰는 경우도 있는데 식물은 자기를 보호하려 하기 때문에 방어 수단으로 독성을 가지고 있다.
이를 그대로 사용하게 되면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사람들이 나타나기 마련이다. 사용 전 패치 테스트를 권장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또 천연 화합물로 화장품을 만들게 되면 화장품의 제형도 잘 안나올 뿐더러 흡수는 느리고 유통기한은 짧아진다.
그래서 이번엔 합성 화합물과 천연 화합물을 적절하게 섞은 화장품들이 유행하고 있다. 제형도 잘 나오고 배합비만 잘 맞추면 피부 흡수도 좋아지며 천연 유래라는 타이틀로 소비자들의 호감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전성분 표시에 적힌 합성 계면활성제나 합성 폴리머 등의 성분을 간과하고 있다.
피부는 비누로만 가꿔도 충분히 아름다울 수 있다. 산업의 발달로 인한 공기의 오염, 각종 유해물은 인간이 만들었고 이를 없애기 위해 화장품이 필요해 졌다.
현재의 문명을 만든 인류는 분명 대단하지만 다른 면에선 일을 만드는 것 같다. 마치 어지럽히지만 않으면 청소하기 쉬운 방처럼 말이다.
참고자료 : ‘화장품 얼굴에 독을 발라라’(오자와 다카하루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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