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인코리아닷컴 전문위원 이승훈]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탈모증으로 치료받은 국민은 234,780명이다. 이와 함께 치료를 포기하거나 탈모 고민을 안고 있는 샤이(shy) 탈모인을 포함한다면 1,000만 명에 달한다는 추산이 있어 2022년 대선에 탈모치료제 건강보험 적용 공약이 핫 이슈로 떠오르기도 했다.
탈모 환자가 늘면서 해피드럭(happy drug)인 ‘탈모치료제’ 개발도 활발해지고 있다. 해피드럭이란 건강을 위협하는 질환은 아니지만 삶의 만족도를 저하시키는 증상을 완화하거나 개선해 행복도를 높여 주는 약물을 일컫는다. 해피드럭은 의학기술의 발달과 함께 인간의 평균 수명이 길어짐에 따라 그 가치에 대한 무게감이 더욱 커지고 있으며 삶의 질(quality of life, QoL)을 중시하는 현대인들의 욕구에 맞춰 시장 규모 역시 나날이 커져가고 있는 상황이다.
현대인에게 스트레스란 필수 불가결한 요소로 남녀노소, 직장인, 학생, 주부 등 각계의 사회 구성 원마다 직간접적인 스트레스와 매일매일 싸우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스트레스로 우울감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는 기사만 봐도 그 존재의 위력을 느낄 수 있다. 스트레스는 심리적인 증상을 악화시키는 원인 외에 외형적으로는 탈모를 유발시키는 원인으로 지목되어 왔다.
탈모(Hair loss)는 성장주기에 따라서 성장을 멈춘 모발이 자연스럽게 빠지는 것으로 과거에는 남성에 국한된 유전적 영향으로 다뤄져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사춘기 이후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모발이 비정상적으로 빠지는 것을 남성 호르몬의 변화로 해석되고 여성들에게도 발생되는 비율이 높아지면서 탈모치료제, 탈모 예방 등을 주제로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탈모는 우리나라 인구의 1/5이 겪고 있을 정도로 흔하지만 유전적인 원인을 제외하면 그 원인과 치료 방법이 명확하지 않은 질환 중 하나이다. 따라서 탈모는 치료보다 예방이 더중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정상적인 두피와 모발의 특성, 탈모를 유발하는 원인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정상인의 머리카락은 두피 속 모공에서 자라고 빠짐의 반복 과정을 거친다. 이런 과정은 자연적 탈모로 성장기 모발이 평균 4년간 지속된다. 일반적으로 두피 속 모낭의 개수는 10만 개 정도이고 4년에 걸쳐 자연적 탈모가 일어날 경우 100,000개 / (365일 x 4년) = 68개라는 계산을 통해 정상인의 경우 하루 평균 68개의 모발이 빠지고 이전에 빠진 모공에 다시 자라는 것을 반복한다. 이 수치를 기준으로 하루 빠지는 모발의 수가 이를 상회하면 정상적인 탈모 외에 탈모를 일으키는 다른 원인이 있음을 의심해 예방과 치료를 준비해야 한다.
# 정상 모발의 성장
정상적인 모발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성장기(anagen : growing phase), 쇠퇴기(catagen : degeneration phase), 휴지기(telogen : resting phage), 탈락기(exogen phase)의 4단계의 모발주기를 갖는다. 성장기의 수명은 대체로 2~8년 정도이며 전체 모발의 80~90%를 차지하고 이 시기에는 한 달에 1~1.5cm 자란다. 성장기를 지나게 되면 2~4주 정도 잠시 성장을 멈추는 시기가 오는데 이 시기를 쇠퇴기라 한다. 모낭의 모양이 곤봉형을 띠면서 새로 생성된 모발에 떠밀려 빠지는 시기를 휴지기라고 한다. 보통의 모발은 휴지기에서 바로 빠지는 것이 아니라 그다음 성장기가 지나갈 때까지 빠지지 않고 단백질 분해효소의 작용에 의해 빠지게 되는데 최근에는 이 시기를 탈락기로 명명해 모발 성장주기에 포함시켜 설명하고 있다.
# 탈모의 종류
모발의 성장 조절에 영향을 미치는 호르몬은 남성 호르몬인 안드로겐(androgen),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estrogen)이 대표적이다. 남성의 고환과 부신피질에서 분비되는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testosterone)은 5알파 환원 효소(5-α-reductase)에 의해 디하이드로테스토 스테론(dihydrotestosterone, DHT)으로 전환된다.
DHT는 모낭 속 모유두 세포(dermar papilla, DP)의 안드로겐 수용체(androgen receptor, AR)와 5배 이상 결합력이 강해 모유두에서 모근세포 파괴물질을 분비시켜 남성형 탈모(Androgenetic alopecia, AGA)를 촉발시킨다. 남성형 탈모의 형태학적 특성은 앞머리와 정수리 부위 모발이 가늘어 지고 짧아지면서 동시에 탈모가 진행되어 나중에 두 부위가 만나게 되어 옆머리와 뒷머리만 남는 M자형 탈모 형태가 특징이다.
여성의 경우, 탈모의 원인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을 난소와 부신피질에서 분비한다. 분비량으로는 여성이 남성의 1/6 수준으로 적다. 여성에게서 테스토스테론은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라디올(estradiol) 생성을 위한 기질(substrate)로서 테스토스테론은 아로마타제(aromatase)에 의해 에스트라디올로 전환된다. 여성은 남성에 비해 아로마타제 효소가 6배 가량 많아 에스트라디올로 전환되는 양이 많다. 여성형 탈모(Female androgenetic alopecia, FAGA)의 형태학적 특징은 앞머리 부위에는 탈모가 진행되지 않고 정수리 가르마를 중심으로 모발이 가늘어지면서 탈모가 진행되며 점차 정수리에 둥근 O자형 탈모 형태가 특징이다.
갱년기 무렵에 발생하는 여성탈모는 DHT 양적 비율이 증가되는 원인에 기인한다. 갱년기가 되면 테스토스테론을 에스트라디올로 전환시키는 아로마타제가 감소하거나 활성도가 떨어지면서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라디올로 전환되는 양이 줄어들고 5알파 환원효소가 활성화되면서 탈모를 일으키는 DHT 생성량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 탈모와 약물 재창출(Drug repositioning) 치료제
해피드럭인 탈모치료제 개발은 많은 제약사들이 약물 재창출(drug repositioning) 방식을 사용해 상용화했다. 약물 재창출이란, 기존에 나와 있는 약물이 다른 질환에 쓰일 수 있게 하는 방법으로 이미 출시된 약의 새로운 기전을 찾아 새로운 증상에 대해 쓰일 수 있도록 개발을 진행하는 전략이다.
# 전립선비대증 치료제, 피나스테라이드(Finasteride)
1974년 도미니카공화국에서는 선천적으로 제2형 5알파 환원효소가 결핍된 남자 아이들이 많이 태어났다. 이 아이들이 나이가 들어도 전립선의 크기가 커지지 않고 남성형 탈모도 생기지 않았다는 특징이 있었다. 글로벌 제약사인 머크(Merck)에서는 신체내 5알파 환원효소가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과 결합해 DHT로 변환시키고 이 물질이 전립선비 대증과 탈모증상을 야기시킨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이에 착안한 머크사 연구진은 기존의 전립선비대증 치료제로 개발된 피나스테라이드 5mg을 1mg으로 낮춰 최초의 경구용 남성형 탈모치료제를 개발했다. 피나스테라이드 1mg 제제는 5알파 환원효소의 활성을 효과적으로 저해해 테스토스테론의 결합을 줄이고 혈중, 두피의 DHT 농도를 낮춰 남성형 탈모를 치료하는 기전을 가진다.
# 고혈압치료제, 미녹시딜(Minoxidil)
미국의 화학회사인 ‘업존(Upjohn)’에서 1950년대 궤양을 치료하기 위해 개발한 물질이었다. 임상실험 중에 궤양과는 관련이 없고 혈관확장에 더효과적이라는 사실을 발견해 1963년 미녹시딜이라는 이름으로 명명했다. 1979년에 로니텐이라는 상표명으로 고혈압치료제로 사용됐는데 이를 복용한 고혈압환자들이 이마와 손등에 털이나는 부작용을 나타냈다.
콜로라도 의과대학의 Charles A. Chidsey 연구진은 몇 가지 알코올 기반 용매로 1% 미녹시딜 용액이 탈모에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면서 미국 FDA로부터 정식 바르는 탈모 치료제로서 승인을 받게 됐다. 미녹시딜은 모낭에서 활성 대사 산물인 미녹시딜 황산염(minoxidil sulfate)으로 대사 후 칼륨채널(potassium channel)을 열어 세포 내칼슘 농도를 낮춰 표피성장인자(epidermal growth factor, EGF)에 의한 모낭 성장 억제를 방해해 탈모를 치료하는 기전을 가진다.
# 약용효모(맥주효모 외)
1960년대 독일 칼스버그 맥주공장 노동자들이 유난히 풍성한 모발을 갖고 있는 것을 궁금히 여긴 독일의 메르츠(MERZ)사가 조사를 통해 노동자들이 맥주효모를 규칙적으로 섭취한 사실을 발견했다. 이후 정제된 맥주효모에 모발에 도움이 되는 성분을 첨가한 약용효모 제품을 1978년 최초로 출시했다.
약용효모 제품은 맥주효모외에 시스틴, 케라틴, 티아민, 판토텐산칼슘 등이 포함되어 있으며 5가지 성분이 모근 필수 영양성분으로 알려져있다. 약용 효모제품은 모근의 대사활성을 높여 모근에서 새로운 세포를 형성하게 만들고 모발의 성장기를 정상화시키는데 도움을 준다. 따라서 기전상 DHT에 의한 남성형 탈모에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고 휴지기 탈모의 치료기전을 가진다.
# 탈모와 두피 마이크로바이옴
고령사회의 특징 중 하나는 치료의학에서 예방 의학으로의 전환과 빅데이터 기반의 셀프 메디케이션(self-medication)의 활성화이다. 탈모에 대한 인식도 탈모로 확진된 후의 치료보다 탈모발생 이전에 탈모의 진행속도를 늦추는 예방으로 그 트렌드가 변화되고 있다. 앞서 설명한 약물들의 탈모 치료기전은 탈모의 원인을 분석하고 그 원인을 제거하거나 성장기 모발에 필요한 영양원을 공급함으로써 휴지기 탈모를 제한하는데 바탕을 둔다.
상기 두 가지 고전적인 해석 외에 최근 두피 마이크로바이옴(scalp microbiome)에 기반을 둔 연구 해석과 기전모델이 2018년부터 학계에 보고되면서 탈모기전과 함께 예방의학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2021년 발표된 Biomedicines 자료에 따르면 건강한 모발을 유지하는 데는 모발에서 면역특권(immune privilege, IP)을 가진 두 군데를 중요하게 보고 있다.
하나는 모발세포의 분열과 관련된 모유두 세포가 위치하는 헤어벌브(hair bulb)이며, 다른 하나는 정상적인 모발이 빠져나간 이후 새로운 모발의 성장을 자극하는 줄기세포(stem cell)가 위치하는 벌지(bulge)로 두 곳 모두 모발의 성장에 관여하는 중요 부위이다.
면역특권은 장관 내 장내세균총을 숙주인 인간의 장내 면역세포가 인지해 아군으로 인식하는 방식인 면역관용(immune tolerance)과 매우 유사한 방식으로 두피 표면에 존재하는 상재균총과 이들이 분비하는 물질까지 사전에 인식, 기억해 면역학적 특권을 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건강한 사람의 두피 마이크로바이옴은 Coryne bacterium속과 Staphylococcus속이 우점종으로서 피부표면에 존재하여 두피 면역세포들과 크로스 토크(cross-talk)를 진행하면서 두피 속 모낭세포의 면역체계를 활성화하여 외부 병원성 균주들이 분비하는 염증성 사이토카인(inflammatory cytokines)과 케모카인(chemokines)의 침투로부터 두피 면역 세포를 보호한다.
그러나 면역특권이 인정되지 않은 외부 병원성 균주가 생산하는 면역자극인자는 면역특권인식 부위인 헤어벌브를 자극해 면역반응을 일으켜 염증성 침윤을 발생시켜 원형탈모(alopecia areata)가 일어나게 된다. 또 다른 면역특권인식 부위인 벌지가 외부 면역인자에 의해 공격을 받게되면 염증성 침윤을 발생시켜 반흔성 탈모(cicatricial alopecia)가 일어나 염증이 가라앉더라도 모발의 재성장이 일어나지 않는 영구적인 흉터가 남는 탈모가 된다.
남성형 탈모를 임상 기반의 두피 마이크로바이옴으로 해석하려는 시도가 최근 일본에서 있었다. 2021년 Microorganism 학술지에 발표된 내용을 살펴보면, 남성형 탈모 환자의 두피 마이크로바이옴의 특징을 다음과 같이 임상진단했다. 남성형탈모 환자의 두피는 피지 분비량이 많으며 피지성분을 좋아하는 Malassezia restricta가 우점화된 것이 관찰됐고이 진균의 피지분해활동으로 인해 트리글리세라이드(triglyceride)와 팔미트산(palmitic acid) 함량이 높게 관찰됐다.
즉, 정상 두피의 세균총은 Corynebacterium속, Staphylococcus속이 우점종인 반면, 남성형 탈모의 두피 세균총은 Corynebacterium속은 감소하고 Cutibacterium속이 비정상적으로 증가하는 세균 불균형(dysbiosis)이 관찰됐다. 두피 내 Cutibacterium속이 비정상적으로 증가하면 이 미생물 군이 생성하는 포르피린(porphyrins) 성분이 염증성 사이토카인을 증가시켜 두피 염증을 유발 시키고 모낭 피지샘에서 산화적 조직상처를 증가시킴으로써 면역특권을 가진 두 곳을 공격해 탈모를 가속화시키게 된다.
# 탈모예방의 연구개발 전략
탈모와 같이 삶의 질과 연관된 질환을 예방하기 위한 기전모델과 해석이 종래의 치료제로 설명하는 작용기전으로는 한계가 있다. 반면, 두피 마이크로바이옴 기반의 두피건강 해석과 솔루션 개발은 예방의학의 핵심적 툴로써 가능하다. 앞서 설명한 두피를 구성하는 상재균총을 정상화하고 보호하는 방향으로 샴푸, 토너 등 직접 바르는 두피 제제 개발이 진행되고 상품화 됐다.
그러나 학계와 산업계의 많은 노력에도 아직까지 Gut-Scalp Axis(장-두피 축)의 마이크로바이옴 해석 맵이 완성됐다고는 보기 어렵다.
탈모예방에 도움이 되는 Gut-Scalp Axis 기반의 마이크로바이옴 솔루션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모발의 면역특권 사이트 두 곳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답을 찾아야 하는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수학적 풀이구조에서 두 개의 미지수를 구하기 위해서는 일반적으로는 식이 두 개 필요한데 마이크로바이옴이라는 식 한 개로 탈모에 관여하는 모발의 서로 다른 기능의 면역특권 두 곳의 미지수를 구해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의 국제적 연구들이 빠르게 진행되고 모발의 서로 다른 면역특권 두 곳을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과 메타볼로믹스(metabolomics)의 두 개의 식을 결합하는 방법으로 문제를 풀이하려는 연구 케이스들이 보고되고 있어 Gut-Scalp Axis 기반의 예방의학 해석맵과 그 솔루션을 완성할 날도 머지 않은 것 같다.
이승훈
(현) 현대바이오랜드 연구소장, 공학박사, Ph.D.
(현) 한국미용학회 기초과학분과/학술분과위원
(전) 일동제약 바이오R&D 수석연구원/마이크로바 이옴 연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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