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들이 UVA와 관련 강화된 기준을 적용하는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관련 규정에 대한 재정비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주무부처인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시종일관 중장기적 검토할 문제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어 업계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이에 따라 정책 입안 과정에서 신중함은 필수적이지만 뻔히 국내 업체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을 보면서도 '신중한' 태도만을 고집하는 식약처의 대응이 적절치 못하다는 지적이 점차 설득력을 얻고 있다.
오존층 파괴로 지구 내 자외선 유입량이 증가하면서 자외선 관련 이슈는 빈번하게 접하는 기사 중 하나가 됐다. 매일 접하는 날씨예보에 ‘자외선 지수’가 추가된 걸 보면 자외선의 유해성이 갖는 무게를 짐작케 한다.
UVA, UVB, UVC로 나뉘는 자외선 중 논란이 되는 것은 UVA다. UVA가 피부 노화의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선진국들은 자외선 차단제의 규정을 강화하는 추세다.
미국은 Broad Spectrum이란 등급 기준을 따로 마련했고, 일본도 기존 최대치였던 PA+++에 PA++++ 등급을 추가했다. EU도 의무는 아니지만 권고사항으로 PFA(UVA 차단지수)가 SPF값의 1/3 이상이어야 한다는 강화된 규정을 내놓았다.
현재 우리나라의 UVA 차단지수는 일본, 중국과 동일한 PA지수로 표기되며 PA+++가 최고 등급이다. 화장품 업계에서 국내에도 UVA 규정의 수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가운데 식품의약품안전처는 “UVA 강화 규정은 중작기적으로 검토할 문제”라는 입장을 반복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화장품심사과 관계자는 “UVB 지수를 SPF로 전세계가 통일해서 사용하는 것과 달리 UVA는 나라마다 수치가 달라 어느 수치까지가 가장 차단력이 좋은지에 대한 결론이 나와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SPF는 최대 지수를 50+로 표기하는데 이는 차단력이 50에서 정점을 찍으며 포화곡선을 그리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SPF 50과 100은 차단력에서 차이가 없다는 설명이다. 이런 이유로 우리나라를 비롯한 대부분의 나라에서 SPF 50+을 최고등급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이 관계자는 설명했다.
그는 “SPF50+ 이상이 의미가 없는 것처럼 PA 등급이 올라간 것이 꼭 UVA가 강화됐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UVA는 SPF의 포화곡선처럼 어느 지점까지가 의미가 있는지에 대해서도 결론이 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었다.
이런 이유로 유럽, 미국은 자외선 차단제에 UVA ‘차단력’이 아닌 ‘차단 유무’로만 표기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UVA 차단 효과가 있는 제품에 유럽은 UVA라고만 표기하고 있고 미국은 Broad Spectrum으로 표기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업계의 입장은 다르다. 이에 대해 A 화장품 업체 관계자는 “경쟁국인 일본에서 PA 등급을 강화했다면 그와 관련한 분명한 근거가 있었을 것”이라며 “UVA 최적의 수치에 대한 결론이 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규정 강화를 유보하는 것은 무책임한 처사로 보인다. 최소한 좀 더 긴밀한 연구를 해보겠다는 태도라도 보여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반발했다.
‘수출 시 해외시장에서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지 않는가’란 질문에 대해 식약처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화장품 주요 수출국은 미국, 일본, 유럽이 아닌 중국, 동남아 국가이기 때문에 문제되지 않는다고 본다”고 답했다.
그는 이어 “현재의 기준을 유지하는 것과 강화된 기준을 적용하는 것 중 어느 쪽이 소비자에게 유리한지, 화장품 산업 발전에도 도움이 되는지는 중장기적으로 검토할 문제”라고 유보적 입장을 반복했다.
이같은 답변에 대해 업계에선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B 화장품 업체 관계자는 ”선진국과의 경쟁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답변“이라며 “EU처럼 권고사항으로라도 규정을 수정해 경쟁력 강화를 꾀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강도 높게 비난했다.
C 화장품 업체 관계자도 “미국, 일본, 유럽 등 강화된 기준을 적용한 선진국 제품들이 수입됐을 때 국내 제품들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 아닌가”라며 반발했다.
이 관계자는 또 “화장품의 주요 수출국이 동남아, 중국이라고 하지만 이 시장에서 미국, 일본 화장품과도 경쟁한다는 사실을 식약처는 간과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국내 업체들은 앞으로 동남아, 중국 시장하고만 경쟁하라는 말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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