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인코리아닷컴 김세화 기자] 올해 K-뷰티가 지난해에 이어 두 자릿수 성장세를 보이며 글로벌 시장 점유율 확대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수출 성장률(19%)에 비해 소폭 둔화하지만 수출을 주도했던 미국과 일본 시장의 성장세 둔화를 감안하면 여전히 긍정적인 전망으로 풀이된다.
하나증권은 지난해 K-뷰티가 중국을 넘어 보다 큰 글로벌 시장으로 나아가는 원년이 됐으며 올해는 이러한 확장이 더욱 본격화될 것이다고 전망했다. 특히 K-뷰티는 현재 역동적인 글로벌 확장기에 진입했다며 화장품 업종에 대해 '비중 확대' 의견을 유지했다.
지난해 K-뷰티 시장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변화 중 하나는 인디 브랜드의 급성장이다. 특히 미국 시장에서 높은 가성비와 SNS 바이럴 마케팅을 앞세워 존재감을 드러냈다.
하나증권은 최근 '화장품 산업 보고서'를 통해 인디 브랜드의 성공 요인으로 ▲가성비 높은 제품 ▲혁신적인 성분 ▲SNS 바이럴 마케팅 ▲글로벌 이커머스 최적화 ▲미국 소비자 니즈 맞춤 제품 개발 등을 꼽았다. 특히 틱톡, 인스타그램 등 SNS 채널을 활용한 바이럴 마케팅과 아마존 중심의 유통망 확장이 주요 성공 요소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 제품력, 가성비 앞세운 K-인디 브랜드 글로벌 시장 확장
인디 브랜드들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민감성 피부, 클린 뷰티 등 소비자 요구에 부합하는 제품을 출시하며 현지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현재는 합리적인 가격과 우수한 성분, 뛰어난 가성비를 바탕으로 미국 시장에서 15~30달러대 중저가 포지션을 유지하고 있다.
이들 인디 브랜드들은 현지 이커머스에서 ‘베스트셀러’를 획득해 입지를 다진 후 유럽, 중동 등으로 빠르게 확장하며 수요를 끌어올리는 '크로스 런치(Cross Launch)'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특히 미국 최대 이커머스 플랫폼 아마존은 미국을 중심으로 영국, 독일, 프랑스, 스페인, 일본, 동남아시아 등 다양한 시장과 연결돼 있어 글로벌 확장에 유리한 생태계를 제공한다.
수출 주도 K-인디 브랜드의 매출액 추이 (단위 : 십억원)
하나증권은 미국 시장을 기반으로 성장 중인 대표적인 인디 브랜드로 강력한 제품력과 글로벌 유통망을 갖춘 코스알엑스와 저자극 트렌드를 공략한 아누아, 클린뷰티를 표방한 조선미녀를 비롯해 스킨1004, 티르티르, 퓌, 넘버즈인, 라운드랩, 바이오던스 등을 제시했다.
수출 주도 K인디 브랜드의 2024년 성장률 (단위 : %)
K뷰티 전문 유통사 실리콘투도 인디 브랜드의 글로벌 확장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실리콘투는 전 세계 160여 개국, 400여 개 화장품 브랜드, 10,000개 이상의 SKU(Stock Keeping Unit)를 보유하고 있으며 2015년 미국 법인 설립 이후 해외 주요 거점에 지사를 운영하고 물류 센터를 확장해 왔다.
실리콘투는 SNS에서 특정 제품이 바이럴될 경우 해당 제품의 물량을 신속하게 미국과 글로벌 시장에 공급할 수 있도록 재고를 확보하는 전략을 채택했다. 틱톡과 인스타그램 등에서 유행하는 제품을 빠르게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유통망을 구축해 브랜드의 시장 대응력을 높였다.
한국 화장품 수출에서 실리콘투 기여도와 영업이익률 추이 (단위 : %)
브랜드사는 실리콘투와의 협업을 통해 제품 개발과 브랜딩에 집중하면서 해외 지사 운영과 물류 관리에 드는 비용과 시간을 절감할 수 있고 실리콘투는 해외 리테일러 확보, 통관 문제 해결, 영업망 구축 등을 담당하며 K뷰티 브랜드들의 해외 진출 장벽을 낮추는 역할을 하고 있다.
# 인디 브랜드 경쟁과 차별화 전략, 레거시 브랜드 적극적 대응 시장 경쟁 '심화'
글로벌 뷰티 시장은 인디 브랜드의 약진과 더불어 레거시 브랜드의 적극적인 대응으로 경쟁이 더욱 심화하고 있다.
하나증권은 "K-인디 브랜드는 최근 경쟁 심화와 마케팅 비용 증가라는 과제에 봉착했다"며, "브랜드 콘셉트의 차별화 부족, 제품 라인업의 한계, SNS와 이커머스 마케팅 광고 효과의 하락 등으로 인해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고 지적했다.
인디 브랜드들은 초기 성장 단계에서 클렌징, 토너, 패드, 마스크팩 등 엔트리 레벨 제품을 중심으로 빠르게 시장을 확대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유사한 콘셉트의 신규 브랜드가 지속적으로 시장에 진입하면서 경쟁이 심화됐고 단순한 기초 제품만으로는 차별화를 이루기 어려운 환경이 형성됐다.
최근에는 인디 브랜드의 빠른 성장을 뒷받침했던 SNS 마케팅 비용이 증가하면서 광고 효율이 저하되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과거 인디 브랜드는 틱톡 등을 적극 활용해 급성장했지만 현재 틱톡의 광고 효율이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과 유사한 수준까지 떨어지면서 특정 채널에 의존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차별화된 제품력 확보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 소비자는 기능성 제품을 선택할 때 브랜드의 신뢰도와 전문성을 주요 요소로 고려하는 경향이 있으며 이에 따라 브랜드 신뢰도를 확보하고 차별화된 제품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것이 인디 브랜드의 지속 성장에 있어 필수적이다.
이미 오랜 연구개발과 임상 데이터를 기반으로 시장을 선점한 대형 브랜드와 달리 인디 브랜드가 기능성 제품군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소비자 후기와 데이터 기반의 신뢰 확보, 전문가 협업, 차별화된 원료와 임상 테스트 강화 등의 노력이 요구되는 있는 상황이다.
로레알의 중저가 부문 매출 추이 (단위 : 백만유로)
K-인디 브랜드의 성장 속에 미국 시장의 중저가와 더마 카테고리에서 성장 둔화를 겪은 로레알, 에스티로더, 시세이도 등 글로벌 대형 브랜드도 반등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레거시 브랜드는 인디 브랜드가 확보하기 어려운 전 세계 유통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빠르게 확장할 수 있는 강점을 가졌다.
또 광범위한 제품 포트폴리오를 기반으로 인디 브랜드가 단기간에 도달하기 어려운 소비자층을 공략하는 데도 유리하다. 오랜 기간 투자를 통해 확보한 R&D 기술력과 제조 역량을 토대로 세럼, 앰플, 크림 등 고부가가치 제품군을 안정적으로 개발할 수 있다는 점도 인디 브랜드와 차별화된 강점으로 꼽힌다.
인디 브랜드의 전략을 접목한 마케팅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레거시 브랜드들은 기존의 고급스럽고 정제된 브랜드 이미지에서 벗어나 SNS 기반 마케팅을 확대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인디 브랜드의 혁신적인 기술과 아이디어를 인수하거나 협업하며 새로운 제품 라인업을 구축해 브랜드 이미지를 현대화하는 작업을 추진함으로써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 올해 화장품 수출 유럽, 중동 성장 가속화 13% 증가, 높은 기저 불구 두 자릿수 성장 전망
하나증권은 올해 국내 화장품 산업의 수출 증가율을 13%로 제시했다. 지난해 호실적으로 인한 높은 기저에도 불구하고 두 자릿수 성장이 기대된다. 지난해 수출을 주도했던 미국과 일본 시장의 성장세 둔화가 예상되지만 유럽과 중동 등 신규 시장에서의 성장 가속화가 이를 상쇄할 것이란 전망이다.
K-뷰티는 팬데믹 이후 일본 시장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거뒀고 지난 2년간은 미국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현재는 이커머스 경쟁 심화 속에서 오프라인 채널로의 확장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어 해외 시장 진출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인 성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한국 화장품 수출의 주요 지역별 추이와 성장률 (단위 : 백만달러, %)
하나증권은 "K-뷰티는 현재 역동적인 글로벌 확장기에 진입했다"며, "지난해 중국 시장을 넘어 보다 글로벌 시장으로 나아가는 원년으로 본다면 올해는 이러한 확장이 더욱 본격화될 것이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화장품 산업의 기회 요인으로 ▲유럽과 중동 시장 확대 ▲중국 시장의 소비 회복 가능성 ▲방한 중국인의 증가 등 3가지 요소를 제시했다.
먼저 유럽과 중동 지역으로의 K-뷰티 확장이 중요한 성장 기회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K뷰티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북미와 아시아 중심으로 형성됐지만 유럽과 중동 시장의 수출 증가와 규모 확대가 본격화될 경우 향후 장기적인 성장 동력의 새로운 축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 화장품 수출의 주요 지역별 성장률 추이 (단위 : %)
지난해 유럽 주요 5개국인 프랑스, 독일, 영국, 폴란드, 네덜란드 등의 K뷰티 수출 비중은 5%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50% 성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서유럽의 화장품 시장 규모는 160조 원으로 북미(190조 원), 중국(150조 원), 일본(40조 원)과 비교했을 때 경쟁력 있는 시장으로 평가된다.
중동 시장의 경우 K뷰티 인디 브랜드에 대한 관심도 높으면서 고가 화장품의 소비층도 존재하는 시장이다. 프리미엄 뷰티 시장이 강세를 보이는 지역이며 럭셔리와 기능성 화장품에 대한 수요가 높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 UAE(두바이) 등에서는 K뷰티 인지도가 증가하고 있으며 백화점과 화장품 전문점 등을 통해 K뷰티 브랜드들이 적극적으로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중국향 매출과 관련해서는 중국 정부의 내수 부양 정책과 방한 중국인의 증가가 성장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내수 시장과 관련해서는 소비재 구매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통해 소비를 촉진하는 이구환신(以旧 换新) 기조가 경기 부양의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기업 중에는 코스맥스가 중국 내 ODM 제조 설비를 보유하고 있어 중국 시장 회복 시 가장 빠른 수혜를 볼 가능성이 크다. 대형사 중에는 더후 브랜드 리뉴얼을 통해 젊은 소비자층을 공략한 LG생활건강, 고정비 축소와 핵심 브랜드인 설화수, 려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집중시킨 아모레퍼시픽 등도 반등의 기회를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
방한 중국인의 구매 시장은 과거에는 화장품 산업의 핵심적인 소비층을 형성했으나 지난해 기준 방한 중국인은 460만 명으로 팬데믹 이전(2019년 602만 명)과 비교해 여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태다. 하지만 최근에는 중국 내 화장품 소비 트렌드가 변화하면서 중저가와 기능성 화장품의 수요가 견조하게 유지되고 있다.
이에 따라 올리브영 등 국내 H&B 채널이 외국인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K뷰티 트렌드를 경험할 수 있는 중요한 플랫폼이 되고 있다. 실제로 H&B 채널의 지난해 외국인 매출은 전년 대비 140% 상승했다. 이러한 흐름에 따라 방한 중국인의 증가는 기존 대형 브랜드뿐 아니라 신생 인디 브랜드들의 인지도 확대와 판매 증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주요 ODM사의 매출 성장률 추이 (단위 : %)
하나증권은 개별 기업 중에서는 먼저 대형사인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은 중국 시장 회복과 비중국 시장 공략, 기존 주력 제품의 리뉴얼 등을 기회 요인으로 제시했다. 기술력과 생산능력을 바탕으로 시장을 확대한 ODM 전문기업인 코스맥스, 한국콜마, 코스메카코리아, 씨앤씨인터내셔널 등은 R&D 투자를 통한 기술 경쟁력 강화, 신규 고객 확보, 해외 생산기지 확보 등을 새로운 성장 모멘텀으로 제시했다.
인디 브랜드로는 뷰티 디바이스와 화장품의 시너지 효과를 창출한 에이피알, 혁신적인 제품력으로 급성장하는 브이티, 색조 화장품 시장에서 강력한 브랜드 인지도를 구축한 클리오와 아이패밀리에스씨 등을 주목할 만한 브랜드로 꼽았다.
또 K-뷰티 전문 유통 플랫폼인 실리콘투, 마스크팩 전문기업으로 중국 시장 회복을 기대하는 제닉, 화장품 용기 전문기업 펌텍코리아 등이 국내 화장품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주도하고 있다고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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