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인코리아닷컴 김세화 기자] 고령화에 따른 안티에이징 확산, GenZ 세대의 소비력 변화가 전 세계 뷰티 산업의 판도를 빠르게 재편하고 있다. 미국, 유럽 등 서구권에서는 기초화장품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증가하고 있으며 중저가 화장품을 선호했던 GenZ 세대는 소득 증가에 힘입어 프리미엄 브랜드로 관심을 확대하고 있다.
국내 화장품 기업들은 독자적인 브랜드 스토리와 중저가, 프리미엄 이원화 등을 통해 차별화된 현지화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동시에 K뷰티의 성장을 견인한 OEM ODM 강자들은 글로벌 브랜드의 아웃소싱 확대 흐름 속에 당분간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기대된다.
# 안티에이징 시장 성장과 온라인 채널 진화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적인 고령화 추세 속에 안티에이징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미국 시장에서 한국산 선크림의 인기가 급등한 배경에는 피부 노화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자리하고 있다.
피부암은 미국에서 가장 흔한 암 중에 하나로 하루 평균 9,500명이 진단을 받는다. 미국 피부과학회(AAD)는 자외선 차단제 사용을 적극 권장하고 있으며 미국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선크림이 피부 노화를 늦추고 피부암 발병 확률을 낮추는 가장 손쉬운 방법 중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
기초화장품 역시 피부 노화를 늦추는 저렴한 방법 중 하나로 주목받고 있다. 그동안 서구권에서는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중시하는 경향이 강해 동양권에 비해 기초화장품 시장이 상대적으로 덜 발달했으나 최근 흐름은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
노화에 대한 관심이 자기 관리에 대한 욕구로 이어지며 화장품을 사용하는 연령층이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다. 일본에서는 메이크업 시작 연령이 점점 낮아지고 있으며 미국에서는 ‘세포라 키즈’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만큼 어린 소비자층이 주목받고 있다.
안티에이징 시장 성장 추이와 전망 (단위 : 십억달러, %)
온라인 채널의 확장도 화장품 산업의 성장을 가속화하고 있다. 팬데믹 이후 전 세계 이커머스 플랫폼과 SNS의 확산은 화장품 산업 성장의 핵심 동력으로 작용해 왔다. 하지만 아직도 온라인 쇼핑의 침투율이 낮은 국가가 많아 이커머스의 성장 여력은 충분하다는 평가다.
특히 온라인 인프라는 소비자가 제품 정보를 빠르게 획득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며 서구 소비자들이 기초화장품에 눈을 돌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일례로 한국은 세계에서 온라인 침투율이 가장 높은 국가 중 하나로 소비자 관여도가 높은 기초화장품과 성형외과 산업이 활발히 성장하고 있다.
# 변화하는 GenZ 세대 소비력과 K뷰티 새로운 전략
팬데믹 이후 인디 브랜드와 K-뷰티의 부상을 이끈 주역은 GenZ(13~28세) 세대다. 이들은 전 세계 인구 중 밀레니얼 세대(30~45세)보다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 팬데믹 기간 중 노동시장에 진입한 초기 사회인으로 기성 세대에 비해 소득은 낮지만 SNS 등 온라인 사용 시간은 압도적으로 많은 특징이 있다.
2019~2023년 미국 세대별 소득 증가 추이 (단위 : %)
자연스럽게 SNS 마케팅에 노출돼 온 GenZ 세대는가성비 높은 중저가 브랜드의 소비를 주도했다. 미국의 엘프뷰티, 영국의 워페인트 런던, 한국의 실리콘투 등이 이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성장한 라이징 기업으로 이제는 글로벌 뷰티 시장의 언더 독으로 평가받는다.
이들은 K컨텐츠를 통해 한국 문화에 친숙함을 느끼며 자연스럽게 한국 화장품을 선택했다. K-뷰티를 세계적 흐름으로 만든 주체가 GenZ 세대인 만큼 한국 문화와 K-뷰티에 대한 애정이 단기간에 식을 가능성은 낮다. 그러나 그들의 소비 패턴은 여전히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
최근 GenZ 세대의 경제활동이 본격화되고 소득 수준이 상승하면서 프리미엄, 럭셔리 제품군에 대한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실제로 GenZ 세대의 소득은 최근 3년간 큰 폭으로 증가해 밀레니얼 대비 56.3%, X세대 대비 46.2% 수준까지 도달했다. 시장에서도 변화의 흐름이 감지된다. 로레알의 올해 1분기 북미 실적을 보면 중저가 제품은 부진했지만 향수 등 프리미엄 제품군은 견조한 성장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국내 기업들 역시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중저가 브랜드 코스알엑스의 부진과 달리 프리미엄 브랜드 라네즈의 성장이 지속되고 있다. 달바글로벌은 러시아 등 글로벌 시장에서 고급 스킨케어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최근 화장품 기업들이 브랜드 스토리와 체험을 결합한 소비자 경험을 강조하는 만큼 GenZ 세대의 수요가 오프라인 채널의 성장으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러한 흐름은 브랜드 스토리를 소구하는 프리미엄 브랜드의 오프라인 마케팅과도 맞아 떨어져 향후 브랜드의 프리미엄 전략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김명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GenZ 세대의 소득 증가가 당장 중저가 브랜드의 인기를 위협하진 않겠지만 프리미엄 시장의 확장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며, “럭셔리 브랜드는 중저가 브랜드에 비해 디지털 마케팅에 대한 투자 비중이 낮기 때문에 GenZ의 오프라인 유입이 늘어날 크다”고 분석했다.
# 'K뷰티'서 차별화된 '브랜드'로 도약할 시점
2020년 이후 K-뷰티는 제품력과 가성비, GenZ 세대 중심의 온라인 소비 문화, 한국 문화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에 힘입어 글로벌 시장에서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지난해 한국 화장품 수출은 프랑스 대비 70.2% 수준으로 2019년(53.2%)에 비해 비약적으로 증가했다. 한국의 OEM ODM 기술력, 브랜드 마케팅 역량, 그리고 까다로운 내수시장 요구 수준 등을 고려하면 한국이 '뷰티 종주국' 프랑스를 추월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프랑스 수출액 대비 한국 수출액 비율 (단위 : %)
그러나 K-뷰티가 일시적인 트렌드로 머무르지 않기 위해서는 브랜드의 지속성과 충성도를 높이는 전략이 필요하다. 단순히 ‘K’라는 이름만으로 승부하기보다는 브랜드 자체의 고유성과 정체성을 확립해야 할 시점이라는 지적이다.
이를 반영하듯 아모레퍼시픽의 라네즈는 북미 시장에서 미국 유명 여배우를 앰배서더로 기용하고 세포라 매장 내 K-뷰티 섹션이 아닌 별도의 독립 브랜드로 입점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달바글로벌은 동남아시아 시장에서는 한류 콘텐츠를 마케팅에 활용하면서도 유럽, 미국, 중동 시장에서는 트러플 성분과 이탈리아산 원료 등 브랜드만의 프리미엄 스토리로 승부하고 있다.
K뷰티의 확산은 국내 OEM ODM 업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코스맥스와 한국콜마 등 상위 기업들은 해외 생산기지 운영을 통해 글로벌 수요에 대응하며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이들은 K뷰티의 성장과 함께 수혜를 봤고 화장품 산업의 환경 변화 속에 당분간 그 효과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OEM ODM사와 해외 화장품 기업의 리드타임 (단위 : 개월)
한국 OEM ODM 산업은 짧은 리드 타임, 품질과 기술 경쟁력, 치열한 경쟁을 통해 축적된 생산역량을 강점으로 한다.
김명주 연구원은 “한국은 소매 규모에 비해 OEM ODM 업체 수가 많아 경쟁이 매우 치열한데 이 과정에서 생존한 상위 업체들은 글로벌 수준의 경쟁력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여기에 글로벌 브랜드의 생산 시스템 변화는 또 다른 성장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최근 글로벌 브랜드들은 비용 절감과 빠른 시장 대응을 위해 OEM ODM 비중을 확대하는 추세다. 지난해 4월 글로벌 OEM사 인터코스의 미국 법인이 에스티로더의 파우더 생산 대부분을 수주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미국의 대중국 관세 강화 역시 OEM ODM 시장에 호재다. 미중 무역 갈등으로 중국 내 생산 비중을 줄이려는 글로벌 브랜드들의 수요가 한국으로 일부 이전되고 있으며 유럽에 대한 추가 관세 가능성 등도 생산지 다변화를 가속화할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 '달바글로벌, 코스맥스, 한국콜마' 글로벌 확작 속 '성장성' 주목
한국투자증권은 주목해야 할 기업으로 달바글로벌, 코스맥스, 한국콜마를 제시했다. 먼저 달바글로벌은 ‘승무원 미스트’로 유명한 퍼스트 스프레이 세럼을 앞세워 미스트 세럼 시장을 개척한 브랜드로 2024년 기준 전체 매출의 98.9%가 달바 브랜드에서 발생한다.
최근에는 뷰티 디바이스, 건강기능식 등 신사업을 통해 제품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힘쓰면서 미스트 세럼의 비중은 2021년 68.9%에서 2024년 53.9%로 낮아졌다. 이와 함께 썬케어와 크림 등 신규 라인업을 강화하면서 매출 구조를 분산시키고 있다.
달바글로벌 해외 매출 국가별 비중 (단위 : 억원, %)
해외 시장에서는 지역별로 차별화된 전략을 구사한다. 동남아시아, 인도 등 K뷰티 선호도가 높은 시장에서는 한류 마케팅을, 북미, 유럽, 러시아 등에서는 브랜드 고유의 프리미엄 스토리를 강조해 현지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이 같은 전략적 현지화와 직접 판매 확대에 힘입어 지난해 해외 매출 비중은 45%를 돌파했고 러시아 등 일부 지역에서는 한국보다 높은 가격에 판매되는 등 글로벌 프리미엄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코스맥스는 치열한 국내 경쟁을 바탕으로 글로벌 경쟁사 대비 짧은 리드타임과 높은 생산 효율성을 갖추며, K뷰티의 성장에 핵심적인 조력자로 자리매김했다. 코스맥스의 빠른 대응력 덕분에 한국 화장품 기업들은 글로벌 GenZ의 니즈에 맞춘 제품을 신속하게 시장에 선보일 수 있었다.
코스맥스 법입별 매출 추이 (단위 : 십억 원)
최근에는 한국은 물론 중국, 인도네시아, 태국 등 해외 생산기지를 기반으로 글로벌 파트너로서의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중위 연령 상승에 따른 화장품 시장의 안정적 성장과 중국 시장의 회복세까지 더해지며 코스맥스의 실적과 수주 가시성은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한국콜마는 선크림 제조에 강점을 확보하고 있는 국내 대표 OEM ODM 기업으로 조선미녀 맑은쌀 선크림과 라운드랩 자작나무 수분 선크림 등 인기 제품을 생산해 왔다. 선케어 제품이 국내 매출의 약 25%를 차지하며 K뷰티의 글로벌 인기와 함께 한국콜마의 제조 역량도 인정받고 있다.
2019년 6.2%였던 수출 비중은 2025년 1분기 7.8%로 상승했고 글로벌 기업들의 공급망 다변화 수요에 힘입어 직수출 매출도 꾸준히 늘고 있다. 또 무기자차와 유기자차를 결합한 복합자차 기술 개발 등 혁신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 시장에서는 2025년 제2공장 가동으로 연간 3억 개 규모의 선크림과 기초화장품 생산 능력을 확보했다. 현지 브랜드와 인디 브랜드를 중심으로 아마존 선크림 판매 1위를 기록하며 입지를 다지고 있다. 관세 부담 완화와 현지 수요 대응을 위한 전략적 투자를 통해 북미와 유럽 시장에서 ODM 강자로서 위상을 높이고 있으며 FDA OTC 인증 등 연구개발 역량을 바탕으로 글로벌 공급망 재편 속에서도 지속 성장 중이다.
Copyright ⓒ Since 2012 COS'IN. All Right Reserved.
#코스인 #코스인코리아닷컴 #화장품 #코스메틱 K뷰티 #글로벌시장 #지속성장전략 #안티에이징 #고령화 #GenZ세대 #프리미엄브랜드 #중저가화장품 #브랜드스토리 #현지화전략 #OEMODM #달바글로벌 #코스맥스 #한국콜마 #선크림 #이커머스 #SNS마케팅 #화장품수출 #제품다변화 #공급망다변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