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김진아(왼쪽)와 김보애(오른쪽). |
화장품 광고 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바로 화장품 모델이다. 화장품 모델은 과거 모든 연예인 스타들의 꿈의 무대였으며 당대 최고의 스타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었다.
화장품업체들은 모델에 따라 화장품 매출이 좌우되기 때문에 화장품 모델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것도 이같은 영향 때문이다.
이렇듯 화장품 모델은 마케팅의 출발점인 동시에 미의 잣대 역할을 한다. 그렇다면 한국 최초의 화장품 모델은 누구일까? 영화배우 김진아의 어머니인 원로배우 김보애다.
1950~60년대 한국전쟁 이후 국내에 미군이 주둔하면서 여배우 마릴린 먼로가 출연한 영화가 국내에서 상륙하게 됐다. 이 영화를 본 사람들은 남녀 모두 흰 피부의 글래머 여성을 동경하게 되었고 이것이 곧 미인의 기준이 됐다.
이 때 우리나라에는 마릴린 먼로처럼 백옥 같은 흰 피부에 굴곡 있는 몸매가 돋보인 영화배우 스타가 있었으니 그녀는 다름 아닌 김보애였다.
요즘 세대들은 김보애를 잘 모르겠지만 김보애는 당시 최고의 스타이자 영화배우 김진아 어머니이자 원로배우 김진규의 아내이기도 하다.(김진아의 가족은 영화배우 가족으로 유명하다)
김보애는 당시 전형적인 계란형 미인이자 복스러운 얼굴의 동양적인 이목구비가 뚜렷한 배우였다. 이런 김보애가 영화배우로써 전성기를 달리고 있을 때 우리나라는 해방을 계기로 화장품 업계는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었다.
이 때 태평양화학공업사라는 화장품 회사가 있었다. 태평양화학공업사는 설화수로 국내 화장품 선두를 달리고 있는 아모레퍼시픽의 옛날 이름이다.

▲ 태평양화학공업사 ‘ABC 구리무’. |
‘ABC 구리무’라는 미백 크림을 만든 태평양화학공업사는 국내 최초로 화장품 모델을 등장시켜 처음으로 광고를 했다.
수영복 차림의 피부미인 인기스타 김보애를 모델로 과감하게 등장시켰다. 당시 스무 살이었던 그녀는 이 광고로 주목박기 시작해 최고의 여배우로 자리 잡는다.
김보애는 화장품 모델과 여배우의 관계를 보여준 첫 사례로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았고 ‘ABC 구리무’는 한 마디로 대박을 터뜨렸다.
더불어 대한민국에 백색피부형 미인 열기에 폭발적인 기름 역할을 하면서 국내 화장품 발전에 크게 기여했고 그 이후로 화장품 회사는 그 시절 최고의 여배우를 화장품 모델로 영입하기 시작했다.
국내 화장품 시장의 태동기라고 할 수 있는 195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의 화장품 모델들은 당대 최고의 스타들이 장식했다. 김보애, 김지미 씨를 비롯해 한국화장품의 장미희, 쥬리아의 정윤희, 라미화장품의 윤종희 등 빅모델들의 각축장이 됐다.
그 당시에는 화장 자체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캠페인성 광고가 필요했기 때문에 지명도 높은 스타들의 모델 활동이 두드러졌다.
또한 무척이나 예쁘다고 생각하는 여자 연예인이 나와 잡티 하나 없는 피부를 뽐내며 카메라를 똑바로 응시하다 마치 이것 보라는 식으로 ‘너는 한 수 아래다’ 식으로 말이다.
똑같은 형식의 똑같은 앵글의 화장품 광고가 단지 말 몇 마디와 사람의 얼굴을 바꾸어 놓고 계속해서 보이는 시기이기도 하였다.
지금은 기발한 아이디어와 이를 표현해 내는 최첨단 그래픽 기법으로 그 표현의 폭이 넓어졌지만 88올림픽 이후 CG가 발전하기 이전까지만 해도 화장품 광고 제작은 대부분 모델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했다.
화장품 모델이 촌스럽게 느껴지는 것은 시대별로 아름다움의 기준 다르기 때문이기도 했다.
▲ 1970년대 동양적이고 청순가련한 미를 대표한 장미희. |

▲ 1980년대 미인이 아니라 젊음을 우선으로 하는 모델로 활동한 원미경. |

▲ 3년 연속 태평양화장품 모델로 아름다음을 전파한 서구형 미인 황신혜. |
조정혜 나우코스 영업기획실 부장
필자 약력 : 성결대학교 출강, 로레알 파리 본사(국제상품기획부), 레브론, LG생활건강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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